▲총각상과 처녀상이 서로 마주보며'조도래' 총각상은 북쪽에, 이와 함께 혼인시키주려고 만들어 세운 처녀상은 남쪽 야트막한 언덕위에 작은 집을 지어 그 안에 따로 두었어요. 노랗게 동그라미 친 곳이 처녀상이 있는 '동신각'이랍니다.
손현희
마을 앞으로 졸졸졸 맑은 소리를 내며 작은 개울이 흐르고 그 곁에 '돌상' 하나가 우뚝 서 있는데 바로 우리가 찾던 '조도래 상'이었어요. 지난해에 왔을 땐 왜 이걸 못 봤는지 몰라요. 하기야 그땐 오로지 자전거를 타고 산을 넘어갈 생각만 했기 때문에 길만 찾으면서 갔었지요.
야트막한 언덕 위에 낮은 울타리를 쳐놓고 금줄까지 둘러놓은걸 보니, 마을 사람들이 이 '돌상'에 꽤나 마음을 쓰는 듯했어요. 모양을 보아하니, 눈은 위로 번쩍 치켜뜬 모습이고 뭐가 그리 좋은지 입이 귀에 걸릴 만큼 헤벌쭉 웃고 있는데, 눈매나 입 모양이 매우 재미있게 생겼어요. 또 조선시대에 세운 돌상인데도 조금 거뭇하기만 할 뿐 윤곽이 매우 또렷했답니다.
그 옛날 '조도래'라는 떠돌이 사내가 이 마을에 들어와 살았는데, 인심 좋고 산세까지 좋다 하여 나중에 죽으면서 "내가 이 마을에 은혜 갚을 길이 없으니, 죽으면 이 마을에 수호신이 되겠다"고 다짐을 했대요. 그 뒤 마을 사람들이 돌로 '조도래 상'을 만들어주고 해마다 '동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또 조도래가 혼인을 하지 못하고 죽었다고 마주 보이는 건너편 남쪽 언덕에다가 '처녀상'을 하나 더 만들어 서로 혼인을 시켜주었다는 얘기가 이어져 내려온답니다.
처녀 총각 마주보며 못 다한 사랑 나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