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빈사대통령 전용 별장이다.
장태욱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쇠고기" 외치는 대통령들1122번 도로에서 옛 국립목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는 붉은 자갈이 깔려있다. 길게 뻗은 좁은 길 양쪽으로 삼나무가 높이 자라고 있어서 마치 숲 속에 들어온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삼나무길이 안내하는 방향으로 가면 과거 이승만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했을 적마다 잊지 않고 묵었던 전용별장 '귀빈사'가 있다.
귀빈사 마당에는 100살은 다 되어 보이는 팽나무가 가지를 넓게 벌리고 수문장처럼 귀빈사를 지키고 있다. 여름에 왔으면 팽나무의 나뭇잎이 그 실록을 과시했겠지만 아직은 잎사귀가 나오지 않아서 더러는 황량한 느낌을 준다.
방치된 귀빈사 앞에서 고인규 송당리 마을 감사가 이 별장을 지을 당시의 상황을 전해주었다.
"미국 건축업자들이 한국인들을 고용해서 별장을 짓는데, 일이 진전이 잘 안 됐어. 한국 석공들이 돌을 쌓으면 미국 목수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지. 미국 사람들은 돌을 정교하게 깎아서 틈이 생기지 않도록 쌓기를 원하는데, 우리에게 당시 그 정도의 기술이 없었거든. 아마 결국은 미국 기술자들을 불렀을 거야. 지붕은 상해도 이 건물의 외벽은 아직도 새 건물인 것처럼 멀쩡하잖아."
실제로 귀빈사의 외벽은 벌어진 틈이 한 군데도 없다. 지은 지 3년만 지나면 벽에 금이 가는 지금 우리네가 사는 아파트에 비하면 신기할 정도로 튼튼한 건물임이 틀림없다. 방치하지 말고 잘 관리했으면 지금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귀빈사 마당 앞에서 나무 틈으로 바라본 송당의 넓은 초원 위에 경주마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가끔 멀리서 노루가 뛰어가는 모습도 눈에 띈다. 도시에서는 돈을 주고도 쉽게 볼 수 없는 목가적인 장면이다. 이 평화로운 자연 앞에서도 마음이 그리 평화롭지만은 않다.
과거 이승만 대통령이 "우리 국민들도 쇠고기를 먹어야 합네다"라고 외친 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대통령이 "맛있고 값싼 쇠고기를 먹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아직도 쇠고기의 달콤한 유혹에 귀가 솔깃해지는 서러운 백성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쇠고기도 쇠고기 나름이다. 최소한 50년 전 쇠고기에는 광우병은 없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