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농가의 잠 못 이루는 밤

전남 여수 율촌 도성마을 부부양계장

등록 2008.04.27 10:28수정 2008.04.2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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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의 다양한 표정 ⓒ 조찬현


"이놈의 세상살이가 양계장에서 계란 쏟아지듯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닭똥더미에서 풍겨 나오는 암모니아 냄새가 가득한데도 아랑곳 않고 트럭에 달걀을 싣고 있는 전아무개(61) 부부. 20년째 양계장을 하고 있는 이들 부부는 최근 인근 여수 화양면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소식이 들려오자 그때부터 조마조마해서 잠을 못 이루었다고 말한다.

"맘 편히 잠도 못자요. 계란 값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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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매일 3500개의 달걀이 쏟아져 나온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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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내부 부부양계장은 5700수의 산란용 닭을 키운다. ⓒ 조찬현


26일 찾아간 전남 여수 율촌 도성마을. 마을 입구에는 외부 차량이 들어올 때마다 살균 소독기가 자동 분사되고 있다. 이 마을은 전체가 양계와 양돈을 하는 집단농장이다. 트럭에 달걀을 싣고 있던 부부는 일주일에 두 번씩 순천 등의 인근 도시로 달걀을 출하한다고 한다.

이들 부부양계장은 5700수의 산란용 닭을 키우는데 이 농장에서 매일 3500개의 달걀이 쏟아져 나온다. 이 양계장은 산란만을 목적으로 작고 촘촘하게 칸막이를 하여 만든 닭장에 수많은 닭을 넣어 기르고 있었다. 양계장 안을 살펴보니 철망에 달걀들이 가득하다. 닭들은 먹이를 쪼아 먹느라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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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울음소리 “구구구~‘ 닭울음소리가 가득하다. ⓒ 조찬현


계사는 병아리동과 산란계, 노계로 구분 관리하고 있었다. "구구구~" 닭울음소리가 가득하다.


"사람이 오니까 아는 체를 하는 거예요."

"닭이 사람을 알아보나요?"
"옷만 바꿔 입고 계사에 나타나도 온 닭들이 울어요. 모르는 사람이 나타나면 닭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그러면 '꼬꼬댁' 하고 사납게 울어요."


"AI 소식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겠어요."
"맘 편히 잠도 못자요. 계란 값도 그렇고… 이전에 130원 하던 것이 지금은 120원 해요. 그나마 이곳은 산란계라 피해가 덜해요."

"배운 게 이거 밖에 없는데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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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를 먹는 닭 계사에는 수많은 닭들이 모이를 쪼아 먹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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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 양계농장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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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계 양계농가들의 느닷없는 조류인플루엔자 소식에 의욕마저 상실하고 그간 가슴을 조였었다. ⓒ 조찬현


"조류독감이 발생한 후로 계란 값이 개당 10원이나 떨어졌습니다. 사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못해보겠어요. 초창기에 비해 무려 3~4배나 올랐어요. 우리들은 어디 갈 데도 없고 배운 게 이거밖에 없는데 걱정이에요."

계사에는 수많은 닭들이 모이를 쪼아 먹고 있다. 닭들이 먹이 먹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가 그들 부부는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가슴이 뿌듯하단다.

"모이를 주면은 줄줄이 서서 먹어요. 먹이 먹을 때는 벼슬이 쫙 올라와갖고 그 모습이 정말 예뻐요."

하루에 두 번 먹이 주랴, 달걀 선별하랴, 계사 청소하랴, 눈코 뜰 새가 없이 일을 해도 만만치 않은 일,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결코 쉽지 않는 일이다. 일을 마치고 나면 밤에 온 어깨가 쑤시고 결린다.

기름 값과 사료 값의 잇따른 인상으로 어려운 겨울을 보내고 나니 양계농가들의 느닷없는 조류인플루엔자 소식에 의욕마저 상실하고 그간 가슴을 조였었다. 그런데 지난 13일 여수 화양면 양계농가의 집단 폐사 원인이 일반 질병으로 밝혀져 AI와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들 부부는 안도하며 오랜만에 기쁜 미소를 머금었다.
#양계장 #조류인플루엔자 #AI #달걀 #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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