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행사인 국악공연. 창자들이 '뱃노래'를 부르고 있다.
안병기
축제, 진화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잔혹한 세계'이른 저녁을 먹고 나서 다시동춘당공원으로 향한다. 저녁 7시부터 열리는 마지막 공연인 시립연정국악원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공원은 공연을 보려고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겨울옷을 입었는데도 싸늘한 날씨.
첫 순서는 관현악곡인 이강덕이 작곡한 '송춘곡'이다. 내 개인적 취향을 말한다면 난 국악관현악이라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서양의 오케스트라를 흉내낸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다음 순서는 남도민요를 부르는 순서다.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두 사람의 창자가 '뱃노래'를 부른다. 세상에 부를 노래가 그렇게도 없을까. 정 부를 노래가 없거든 차라리 '노들강변'이라도 부를 일이지.
이어서 소금 연주가 이어졌다. 소금 소리는 언제 들어도 맑다. 영창 피아노 따위가 어찌 발벗고 따라오겠는가. 마지막 순서는 모듬북 함주곡 '타'란다. 세상에 '모듬회' 얘긴 들어봤다만 '모듬북' 얘긴 또 뭔가. 국적 불명의 음악이 판치는 세상이다. 어쩌면 '퓨전'이란 국악 또는 '우리 것'을 을 못 지켜 미안한 사람들이 즐겨찾는 용어인지도 모른다. 그 생소한 용어는 부끄러움을 감추는데 꽤 효능이 있는 모양이다.
공연이 시작된 지 1시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끝났다고 한다. 이상하다. 이렇게 공연이 일찍 막을 내린 적이 없는데…. "이어서 구청장님의 인사 말씀이 이어진다"라는 사회자의 이야기를 귓전으로 흘려들으면서 공연장을 나섰다. 언제 적부터 공연 '뒤풀이'가 단체장들의 인사말 자리가 되어 버렸는가.
이렇게 해서 이틀 동안에 걸쳐 열렸던 동춘당문화제는 막을 내렸다. 여전히 '그 밥에 그 나물' 같은 면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작년보다는 훨씬 진일보한 느낌이다. 여러 가지 전통문화에 대한 체험 코너도 새로 생겼고, 볼거리도 상당히 다양해졌다.
아직 부족하고 구태의연한 대목도 없지 않지만, 올해 동춘당문화제는 내년을 기대해도 좋을 만큼 알찬 내용을 가진 문화제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주민의 참여가 저조했던 대목이었다. 사실 '너희만의 축제'란 무의미한 것이다. 문화는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보는 구경거리는 더더욱 아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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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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