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 작은 꽃이 엄마의 고질병에 도움이 될까요?

엄마가 심고 가꾼 약초밭 이야기

등록 2008.04.29 15:39수정 2008.04.2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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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란 아기버선같은 골담초꽃

노란 아기버선같은 골담초꽃 ⓒ 김혜원




달래, 냉이, 원추리, 쑥, 돌나물, 두릅, 진달래, 오가피잎. 지루했던 겨울이 지나고 땅이 녹기 시작하면 놀라운 일들이 일어납니다. 심고 가꾸지도 않은 땅에 초록의 풀들이 솟아나고 그 풀들 사이에서 봄의 기운을 한껏 머금은 싱그러운 자연의 먹거리들이 돋아나는 것이지요.

지난해 가을 심어둔 마늘들이 삐죽 싹을 내밀고, 잠자던 파 밭에서 싱그러운 생파 냄새가 진동할 때 쯤이면 엄마의 아침은 더욱 일찍 시작됩니다. 지천으로 솟아나는 나물들을 거두어 싱싱한 채로 식탁에 올리려는 욕심 때문이지요.

"봄에 나는 풀들은 약이 아닌 것이 없다. 땅 기운, 하늘 기운 듬뿍 받은 새싹을 먹어야 겨우내 쌓였던 독기도 빠지고 새로운 활력도 생기는 거야. 쌉싸름한 맛은 잃었던 입맛을 찾아주고 싱그러운 향은 몸에 생기가 나게 한다니까."

나물과 새싹들의 맛은 물론 약효와 효능까지도 줄줄이 꿰고 있는 우리엄마. 이쯤되면 엄마를 한국의 타샤 튜더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지 싶습니다. 당신의 밭에서 나는 모든 것들은 음식이며 동시에 약이라는 엄마. 그런 엄마가 봄이면 가족들에게 특히 챙겨 먹이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a  골담초와 함께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두릅

골담초와 함께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두릅 ⓒ 김혜원



쌉싸름한 뒷맛이 입맛을 당기게 하는 오가피잎나물, 4월 한 달 정도만 맛 볼 수 있는 두릅초회 그리고 4월 중순부터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내는 골담초 꽃술이 그것이지요. 특히 골담초는 엄마에 효녀대접을 받은 기특한 녀석입니다.


"옛날 노인들도 이걸 먹고 신경통을 고쳤다더라. 예전에는 골담초를 울타리 삼아 키우는 집이 많았는데 지금은 몸에 좋다고 죄다 뽑아가서 그런가 보기가 쉽지 않거든."

콩과의 낙엽활엽관목이라는 골담초는 '풀초'자가 들어가 풀인가 싶지만 사실은 일명 선비화(禪扉花)라고도 불리는 나무입니다. 골담초 중 가장 으뜸으로 치자면 의상대사가 쓰던 지팡이에서 자라났다는 영주 부석사 조사당 추녀 밑 골담초인데, 이 골담초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제로 보호되고 있기도 합니다. 풀이라고 우습게 볼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4월 초쯤 작고 노란 아기버선처럼 생긴 꽃봉오리가 조롱조롱 달리는 골담초. 활짝 피면 더욱 노란빛이 짙어지며 주황에 가까워져 초록의 이파리 위에 꼬마전구를 밝혀놓은 듯 보입니다. 이쁘기는 한데 정말 이 작은 꽃이 엄마의 바람처럼 엄마의 고질병인 신경통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a  주황으로 물들어가는 골담초꽃

주황으로 물들어가는 골담초꽃 ⓒ 김혜원



골담초에 대한 내용을  <동의학 사전>에서 찾아보니 풍을 없애고 통증을 멈춘다고 나와 있습니다. 특히 관절염, 신경통, 고혈압에 달여 먹는다니 엄마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린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가을에 뿌리를 캐서 말렸다가 달여 먹는데 진통과 활혈 등의 효능이 있어서 신경통, 통풍, 기침, 고혈압, 대하증에 사용하며, 각기병과 습진을 치료하는데 사용하기도 한다니 신경통으로 고생하시는 엄마에겐 딸보다 더 한 효녀 자격이 충분이 있었던 것입니다. 

요즘엔 한창 흐드러지는 꽃을 따서 술을 담그고 있습니다. 6개월 이상 숙성 시킨 후 조석으로 조금씩 마시면 신경통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는 골담초술. 엄마 말로는 한 잔씩 마시면 잠도 잘 오고 잠자리에 다리 저린 것도 많이 좋아지는 듯 하답니다.

"나 어릴 적엔 골담초 꽃이 간식이었다. 하나 따서 입에 넣으면 달콤하고 아삭거리는 것이 얼마나 맛있었다고. 골담초 꽃으로 식혜도 담가먹고, 꽃을 넣어 떡을 찌면 빌깔도 곱고 달달한 것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아니?"
a  싱싱한 골담초꽃. 떡으로 식혜로 술로 셀러드로 먹을수 있는 약선 요리재료.

싱싱한 골담초꽃. 떡으로 식혜로 술로 셀러드로 먹을수 있는 약선 요리재료. ⓒ 김혜원



엄마가 당신의 약초밭에서 각종 순들과 잎들을 따가지고 오시면 저는 그것을 가지고 저녁식사 준비를 합니다. 고슬고슬 지어진 보리밥 위에 고추장을 얹고 오가피 잎과 어린두릅순, 생파와 골담초꽃을 살짝 넣어 약초비빔밥을 만드는 것이지요.

노란 골담초 꽃 한 웅큼을 집어 짠지 국물에 띄우고 떠먹으면 향기도 운치도 더 없이 좋은 우리집만의 약선식단이 됩니다.

4월에만 맛볼 수 있는 엄마표 약초비빔밥. 지난해 담가두었던 골담초 꽃 술까지 반주로 한잔하니 봄꽃 가득한 문밖에도 봄, 봄 향기 가득한 집안에도 봄, 봄 나물 가득한 식탁에도 봄, 봄 맛이 가득한 입안에도 봄. 천지에 온통 봄이 진동을 하겠지요.  
#골담초 #약초나물 #약선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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