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가구 살던 외딴섬 '외도'가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효자 관광지로 변했습니다. 경남 거제도에서 4km 떨어진 외도는 1만3천여평의 수목원이 한 폭의 그림처럼 꾸며져 있고 배용준이 주연한 '겨울연가'의 촬영지로도 유명합니다.
봄 햇살이 따사롭던 5월의 첫날, 큰 맘 먹고 외도를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이 섬에 대해서 몇 가지 정보를 얻기 위해 뒤지다가 우연히 한 부부의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외도와 이창호씨는 69년 우연히 바다 낚시를 갔다가 풍랑을 피하며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밀감농장으로, 그 다음은 돼지사육으로 시작했으나 그나마 실패하고, 농장 대신 식물원을 구상하게 된다. 76년 관광농원으로 허가받고 4만 7천평을 개간, 원시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1만 3천평의 수목원을 조성하고, 외도의 자생 동백나무 외에 아열대 선인장, 코코아 야자수, 가자니아, 선샤인, 유카리, 종려나무, 남아프리카산 압데니아, 코르디 프리아, 귀면각, 부채선인장, 부겐빌레아, 금목서, 금황환 등 천여 희귀종을 심어 온대 및 열대식물원을 가꾸었다.
부인 최호숙씨도 전세계의 식물원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면서 수목배치, 조경구상 등을 담당하고 있다. 강수일 이사와 그 가족은 원래부터 섬에 살던 주민으로 지금까지 남아 함께 외도를 관리하고 있다. 정문, 매표소, 화장실, 전망대, 관리사무소, 리스하우스, 휴게소, 선물가게, 기념관 등은 강병근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가 자연의 멋을 살려 조화를 이루도록 건축하였다. 95년 4월 15일 개장하여 "한 차원 높은 섬 문화 창조"에 헌신하고 있다." <외도 가이드>
아마도 이들 부부의 손길이 섬 곳곳에 스며있는 것 같았습니다. 일단 그 정도 정보를 가지고 출발합니다. 거제도 관광안내소에 문의를 하니 '외도'로 출발하는 배는 수시로 있으며 출발지 또한 여러군데라고 하는군요.
장승포선착장, 도장포 선착장, 홍포선착장, 학동선착장 등 거제도 해안을 따라 곳곳에 있는 선착장 중 자기가 찾기 쉬운 곳에 가면 된답니다. 그래서 그 중 한 곳에 들러서 요금을 알아보니 성인 왕복 1만5천원, 소요시간 2시간 30분이며 해금강을 돌아온다는군요.
멀리서 보면 멋있는 해금강, 가까이에선 '사진발'이 별로
유람선이 출발한 지 불과 10분 정도 지나자 해금강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해금강이 가까워오자 배를 운항하시던 선장님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옵니다.
"밖에 나가서 구경하실 분은 나가이소. 그러나 자기 궁디가 창문을 가리모 안에 있는 사람은 못 봅니데이. 그라모 비키라카고 싸우모 해금강 퍼뜩 지나가뿝니더."
재미있는 선장님의 말에 승객들이 폭소를 터뜨리는 동안 배는 벌써 해금강 옆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는 해금강은 관광안내도에서 보던 사진처럼 멋있지는 않군요.
외도, 개인소유라 입장료 8천 원을 별도로 받네요
거제도를 출발한 지 20분 후 외도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 섬이 개인소유기 때문에 입장료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고 합니다. 뭐 여기까지 와서 그거 아깝다고 선착장에만 앉아있다가 갈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게다가 승객을 내려준 배는 관람시간을 감안해서 두 시간 후에 다시 데리러 온다는군요.
일단 내렸습니다. 의외로 깨끗한 정원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관람로를 따라 올라가 봤습니다. 선착장 바로 앞의 빨간 기와가 이어진 예쁜 아치 정문이 우리를 반깁니다. 외도 여행은 이곳부터 시작되는데, 방향표시를 따라 경사진 길을 조금 걸어 오르면 길 양쪽에 야자나무들이 무리 지어 남국의 멋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비너스 가든에는 12개의 비너스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 앞에 펼쳐진 화훼단지에는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여러 종류의 희귀한 꽃들과 동백꽃들이 조화를 이루며 피어 있습니다. 곧 이어 배용준이 주연했던 '겨울연가' 속 촬영지가 나타납니다. 그 옆을 지나 대죽로를 오르면 바다가 보이는 제 1 전망대가 나타납니다.
이국적인 풍경의 공원, 각종 식물들과 조각품들의 '에덴동산'
안내하시는 분에 의하면 맑은 날에는 이곳 전망대에서 대마도를 볼 수 있다는군요. 가까이는 해금강과 서이말 등대가 보이고, 숲으로 뒤덮인 원시림의 외도 동섬, 공룡바위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망대 왼쪽 계단을 올라 작은 카페를 지나 비탈길을 내려서면 놀이조각공원이 보이는데, 아이들의 알몸 조각으로 제기차기, 기마전 등의 민속놀이를 표현한 한국전통놀이 조각이 있어 동심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조각공원이 끝나는 곳에는 '에덴동산'이라고 적인 아치형 문이 나타납니다. 그 문을 지나 돌아가면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광장이 있는데 그 오른쪽 해안가에는 작은 교회가 있고, 야외 강의장이 아기자기한 멋을 내고 있습니다. 이 곳을 지나 야자수 길을 따라올라 가면 섬 전체와 푸른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제 2전망대가 나옵니다.
제 2전망대를 지나면 편백 방풍림을 테피스트리로 잘 짜 놓은 천국의 계단이 나옵니다. 그 계단사이로 여러 가지 꽃들과 나무들이 주제별로 짜여져 있고, 내려오는 길에는 유명 화가의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 외도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선물의 집, 그리고 수 백년 된 후박나무 약수터가 있어 여행객의 목을 축여줍니다.
천연 생태식물의 자연학습장으로 각광, 일부 관광객들 '훼손행위' 눈살
마치 이집트의 '룩소르 신전' 처럼 경건함이 감도는 '외도'는 각종 식물들과 꽃들이 뿜어내는 향기로 몽환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연인들에겐 데이트 코스로, 학생들에겐 체험학습장으로, 부모님들에겐 관광지로, 예비 부부들에겐 야외촬영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빠르게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날도 거제도 각지에서 도착한 배들이 관광객을 실어 나르기에 바빴고, 선착장은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복잡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섬 전체를 천천히 둘러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은 공원 한 바퀴를 돌아오는 시간으로는 적합하지만, 가는 곳마다 앉아서 여유를 부리고 대화를 나누며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을라치면 배는 이미 떠나버린다는 것이 단점이더군요.
거기에다 일부 몰상식한 관람객들이 희귀 식물에 낙서를 하거나, 칼로 이름을 긁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 또한 옥에티였습니다.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에덴동산과 같은 '외도'를 세계적 관광지로 소문내야 하지 않을까요.
2008.05.02 17:25 | ⓒ 2008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궁디가 창문 가리면 안에 있는 사람 못 봅니데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