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 연구자율성 기초는 원장 임기 보장

[주장] 국책연구원 연구자율성 훼손하는 위법적 사표제출 요구 중지해야

등록 2008.05.05 12:22수정 2008.05.0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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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무총리실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19개 국책연구기관 원장들에게 일괄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그 결과 공석 중이거나 이미 사표를 제출한 기관장들 포함하여 대부분 사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청소년정책연구원의 이종태 원장만이 사표 제출을 거부하였다고 한다. 이종태 원장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 바이다.

 

이종태 원장에 의하면, 국무총리실로부터 사퇴를 요구하는 전화를 두 차례 받았다고 한다. 첫번째는 4월22일에 왔으나 거부하자, 28일에 다시 “이번 주에 청와대에 보고해야 하는데 한 사람만 사표를 안 냈다고 하면 곤란하니 사표를 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공공기관운영법과 출연기관운영법 등에 규정된 바에 따르면 연구기관장들에 대한 인사권은 이사장과 이사회에 있다. 따라서 국무총리실 간부가 전화를 해서, “원장님 사표 좀 내 주세요”라고 말하며 사퇴를 종용하는 그 같은 행위는 위법이고 직권남용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이 같은 행위가 다시 부활해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위법행위는 중지되어야 한다. 만일, 정 그렇게 하고 싶다면 법부터 개정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출연연구기관 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인 전국공공연구노조는 관련 부처 장관들을 직권 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한다. 연구기관 노조로서는 당연한 대응이다. 우리 정부 수준이 아직도 이런 것까지 새삼스럽게 지적해야 할 정도밖에 안되나? 이전 정권이 이념과 코드에 따라 국민을 분열시키고 편가르기 한다고 비난하고, 정권을 잡았으면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텐데, 오히려 얼렁뚱땅 한 술 더 뜨고 있는 모습을 보니 한심하고 답답하다.

 

국내 국책연구기관에서 20여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필자는, 국책연구기관의 주요 정책 연구의 주제와 결론이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 속에 연구원들이 스스로 ‘연구 로봇’ 또는 ‘연구 기계’라고 자조하던 분위기를 직접 겪어보았다. 아직도, 행정복합도시나 경부운하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타당성 분석과 연구 방향이 집권당의 공약이나 정치적 의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는 여전한 것 같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의 정책연구는 정권을 위해서가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진행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 자율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산하기관 단체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공공기관 운영법’은 지난 정권에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소위 ‘코드인사’를 방지한다며 입법과정을 주도한 걸로 알고 있다.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책연구기관들이 (정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연구하고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그 기초 위에서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코드에 맞추기 위한 연구가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한 연구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모 절차를 통해서 임용되었고,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국책연구기관 원장들에 대하여, 정권이 바뀌었다고 일괄사표를 내라고 압력을 넣는 관행부터 중지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경향신문 5월 4일자 기고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5.05 12:2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경향신문 5월 4일자 기고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책연구원 #임기보장 #연구자율 #정부출연연구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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