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배 타고 섬 여행

부산 가덕도 연대봉 섬 산행

등록 2008.05.05 20:05수정 2008.05.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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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연대봉에서 내려다 본... 쪽빛 바다...

연대봉에서 내려다 본... 쪽빛 바다... ⓒ 이명화


a 멀리서 본 연대봉... 연대봉 정상 옆에는 커다란 엄지손가락같은 높은 암봉이 ...

멀리서 본 연대봉... 연대봉 정상 옆에는 커다란 엄지손가락같은 높은 암봉이 ... ⓒ 이명화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섬>

맑고 푸르른 날 한낮, 부산 신항 가덕도 선착장에는 낚시꾼들과 등산객, 일반인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다. 선착장 안 매표소에서 표를 끊었다. 천성까지 편도 1인당 1600원, 왕복은 안 된다고 했다. 곧 배가 도착했고,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가 배에 올랐다. 곧 배는 선창에서 멀어져갔다. 배 안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밖으로 나와 햇볕이 쨍 하고 내리쬐는 하늘 아래 푸른 바다를 가로질러 가는 배 뒤꽁무니에 서서 상쾌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파도의 레이스를 바라보았다.


대부분의 산행을 할 때면 산 들머리서부터 한발자국씩 힘겹게 산을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엔 섬 여행을 겸한 산행이다.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가고 있다. 특별한 경험이고 특별한 느낌이다. 바다 한가운데서 바다를 만난 것은 또 얼마만인가. 내가 바다 한가운데 있다. 바다의 짙은 소금냄새를 맡으면서.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간다.

a 마주 오는 가덕도 여객선 ...

마주 오는 가덕도 여객선 ... ⓒ 이명화


a 가덕도... 선창...

가덕도... 선창... ⓒ 이명화


가덕도는 여러 차례 소속을 바뀌기도 했는데 지난 89년에 부산에 편입되어 현재 그 주소지는 부산 강서구 천가동으로 되어 있다. 가덕도는 부산시 안에 있는 가장 큰 섬으로 영도보다 크다고 한다. 가덕도는 산으로 이루어진 섬으로,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가장 높은 연대산(459미터)을 비롯해 웅봉산, 매봉, 감금산, 2개의 국수봉, 갈마봉, 삼박동 등 여러 봉우리가 솟아 있다. 이곳 가덕도에는 4천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고 한다.

가덕도 한 개의 마을에 먼저 배는 진입했고, 선창에 한 사람을 내려놓고 다시 배는 항구를 빠져 나와 또 다른 마을로 향했다. 바로 우리가 내릴 천성이었다. 우리가 탄 배는 제13 진영호다. 선착장이 있는 마을마다 배는 잠시 선창과 만났다. 가덕도의 두문, 천성, 외항, 대항 등에 배는 잠시 머문다. 남중마을에 내렸다. 낚시꾼들과 등산객들, 그리고 이 마을에 다니러 온 사람들, 혹은 이 마을 사람이 나들이 갔다 오는지 일반인들이 섞여 내렸다. 선창에 내린 우리는 등산로 들머리를 찾아 연대산으로 향해 올라간다.

      
a 연대봉 정상 가기 전...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천성 마을...

연대봉 정상 가기 전...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천성 마을... ⓒ 이명화


햇볕이 바닥에 튄다. 등산로 입구표시는 골목에 면한 집 바깥벽에 붉고 검은 매직펜으로 쓰여 있었는데 맨 끝 글자는 매직이 모자랐던지 붉은 색으로만 남아 있어 시골스러움을 더했다. 작년 여름에 왔을 때만해도 이곳은 조용했는데 거가대교 공사로 바다 끝에 있는 산이 벌겋게 맨살을 드러내고 있고 기계음이 들려왔다. 주말이면 낚시꾼들과 등산객들, 혹은 야유객들로 발걸음 잦을 이곳이 평일이어서인지 조금 한산한 풍경이다.

산 중턱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앉아 박수치며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회사나 단체에서 온 사람들이 소풍 온 듯 했다. 날은 화창하고 맑았지만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신록으로 푸르게 물들어 가는 산 빛과 쪽빛 바다, 산과 바다에 둘러싸인 마을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 한가운데를 이따금 가로지르는 통통배나 여객선은 하얗게 빗금을 긋고 지나가고 있었다.


a 연대봉에서... ...

연대봉에서... ... ⓒ 이명화


연대산(459미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닌데도 마을입구에서부터 시작된 등산길이라 제법 힘들게 산을 올랐다. 등에 땀이 흥건할 때마다 나무 그늘에 가끔 쉬었다. 숨어 있던 바람이 상쾌하게 몸을 말렸다. 등산로는 붉은 흙길로 편안하고 정겨웠다. 발아래 밟히는 포슬포슬한 흙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마치 내 마을 내 집 뒤 뒷동산에 오르는 것처럼 산길은 호젓하고 정겨웠다. 산 중턱 널찍한 풀밭에서 옛날에 많이 했던 수건 놓기 놀이나 보물찾기, ‘사치기사치기 사포포~‘라도 하면 좋을 만큼 정겨웠다. 길은 비교적 넓어서 둘이 손잡고 걷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연대봉 정상에 올랐다. 1시 40분이었다. 아까 배에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 한 팀이 먼저 산에 올라와 있었다. 쪽빛 바다가 섬을 감싸고 수평선 저 끝까지 드넓게 펼쳐져 있고 바람은 상쾌하게 불어 땀을 금방 식혔다. 연대봉 정상 표시석 바로 옆 벼랑 가에는 멀리서 보면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있는 듯한 높은 암봉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것을 연대봉이라 하는 듯하다. 연대봉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연기를 피워 외적의 침입을 알렸던 유적인 봉수대가 있었다.


a 가덕도 연대봉... 정상에서 바라본 응봉산...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부산 녹산과 다대포...

가덕도 연대봉... 정상에서 바라본 응봉산...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부산 녹산과 다대포... ⓒ 이명화


a 정상 봉수대 앞에서... ...

정상 봉수대 앞에서... ... ⓒ 이명화


산정에서 어디를 둘러보아도 삼면이 바다다. 가거대교 공사를 하고 있는 맞은편 저쪽에는 거제도가 보이고, 뒤쪽으로는 부산 다대포가 보였다. 바다 위를 흘러가는 구름과 다대포 앞 모래톱이 희미하게 보였다. 전망 바위에 앉아 준비해 온 점심도시락을 먹고 앉아 상쾌한 바람 속에서 즐거이 조망하며 한참 동안 앉아 있었다. 섬에서 나가는 배는 3시 배와 5시 배가 남아 있었다. 우리는 5시 배를 타기로 했다.

우리는 3시 정각에 하산, 붉은 황톳길을 걸어 내려와 천성 마을 뒤에 있는 대항으로 향했다. 대항으로 가는 길은 시멘트 길로 되어 있는데 차는 다니지 않았다. 둘이서 햇볕 쏟아지는 시멘트 길을 걸었다. 생각보다 제법 먼 거리에 대항마을이 있었다. 시멘트 길은 역시 다리가 편하지 않다. 무릎이 아파왔다. 대항이 보였다. 오후 4시였다. 대항은 사람들의 집들이 아주 깨끗하고 현대식으로 되어 있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지 항구는 깨끗했고 잘 조성해놓고 있었다.

a 가덕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은빛 바다에 떠 있는 배~

가덕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은빛 바다에 떠 있는 배~ ⓒ 이명화


방파제 끝에는 낚시꾼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항 선착장이 있는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의 노래를 들으며 망중한을 즐겼다. 바다 위로 떨어지는 해는 온통 은빛 비늘로 눈이 부셨다. 오후 5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매표소에선 표를 끊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배는 도착했다. 낚시 왔던 사람들과 등산객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 나들이객들이 배에 올랐다. 우리는 배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선장은 키를 잡고 출발하기 위해 기계음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참 우스운 것은 아직도 저 선창 끝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사람들은 전혀 바쁜 기색이 없었고, 그래도 선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느긋하게 걸어오고 있는 사람들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한 사람도 남겨놓지 않고 다 탔을 때에야 비로소 배는 출발했다. 다시 바다 한가운데다. 대항에서 떠나 바다 한가운데로 가로질러 가는 진영호는 거친 바다 물결로 한참동안 출렁거렸다. 흔들리는 배, 거칠게 파도치는 바다를 보면서 문득 어린시절 생각이 났다.

어릴 때, 마을에서 학교까지 산 너머 걸어 다녔던 그 시절, 버스도 드물었던 그 시절에 가끔 마산이나 부산에 갈 땐 언제나 면에 있는 여객선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고 가야 했던 때가 있었다. 배를 타고 바다 한 가운데를 지나다보면 그때마다 가덕도 앞바다를 거쳐 갔고, 가덕도 앞 바다를 지날 때면 어김없이 거친 파도에 배는 심하게 흔들리고 바닷물이 배 안에까지 철썩거리며 들어왔다. 그때마다 배 멀미에 내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가덕도 대항 앞바다를 지나면서 문득 그때의 기억이 새로웠다. 그때 그 가덕도가 바로 지금 이 가덕도였구나. 파도가 몹시 심한 곳을 어느 정도 지나자 바다는 다시 잔잔해졌다. 대항에서 천성마을, 그리고 두문에 배는 잠시 섰다가 또 다른 사람들을 내려놓고 또 다시 싣고 바다로 나갔다. 저만치 부산 신 항이 보였다. 섬 여행과 함께 한 산행, 특별하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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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화

진행:부산신항(11:30)-선창선착선(12:05)-남중마을(12:10)-고개도로(12:30)-전망바위(1:40)-연대봉정상(1:50)-식사후 하산(3:00)-고개도로(3:20)-연대산농원(3:35)-대항(4:00)-대항(5:00)-부산신항(5:50)
교통:가덕도: ①녹산 선착장-선창, 눌차 ②부산신항 선착장-두문, 천성, 대항, 외양포
           요금:①부산신항-천성(1,600원)②부산신항-대항(2,000원)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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