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식씨.
윤성효
김귀식씨는 교육관을 털어놓으면서 "교사로 있을 때 학기 초에는 두 달 정도 교과서를 다루지 않았다"며 "자기 생각을 적는 게 노트지, 선생의 것을 베껴 놓은 것은 자기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일본이 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펑펑 흘린 적이 있다. 그런 것을 볼 때 어렸을 때부터 친일파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그때까지 천황폐하만을 위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라고 소개.
6·25를 설명한 그는 "당시 인민군을 만나 악수도 나누었다. 인민군이 낙동강 전선에서 패해서 후퇴할 때가 중3이었다. 나보다 어린 인민군을 만났는데 그는 총을 거꾸로 메고, 피를 흘리며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북으로 가는 것을 봤다. 당시 비참한 역사를 보면서 통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 위원장을 할 때는 하루종일 교문이 닫혀 있었고 경찰이 따라다녔으며, 교사들도 감시해서 교육청에 보고했다"면서 "내 교육관은 교사는 가급적이면 말을 적게 하라는 것이다. 선생이 이야기가 줄어들수록 좋은 수업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절대로 점수 중심으로 가르쳐서는 안된다. 잘 가르치는 선생은 학생 스스로 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팀별 학습을 하다보니 공동체 의식이 생기더라"고 설명.
토론방식의 수업을 할 때 "영화 <꽃잎>과 <쉬리>는 왜 연소자 관람불가인가"라거나 "5·18은 무엇인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어떤 벌을 받아야 할까요?", "청소년의 성에 관한 문제점은 무엇인가?" 등등의 주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그는 소개. 그러면서 그는 "수업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생각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귀식씨는 '깨' '감' '자' '두'로 교육관을 설명했다. "요즘은 문제지만 푸는데 교육에 대한 목표와 철학이 분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곧 '깨' 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
또 그는 "오늘날 수업은 '감'동이 없다. 문제지 풀이만 하기에 감동이 끼어들 틈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대구의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사건에 대한 견해를 드러내면서 "교육부는 가해자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웃기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잘못된 교육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에 가해자들도 선의의 피해자다. 그들의 가해자는 교육행정가다"고 강조.
또 그는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자'아발견의 교육을 해야 한다"고, "'두'레학습은 학습가치의 최고 정점이다. 그래야 공동체가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우리 동네에서 몇 년 전 한 여학생이 수능시험을 봤다. 그 여학생은 미술을 잘했다. 평생 미술을 해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데, 수능성적 발표된 뒤 하루 지나서 투신자살했다. 수능점수가 조금 못 나왔다는 게 이유였다. 수능 점수와 미술이 무슨 관계가 있나. 누구의 책임이냐. 우리의 교육을 역사에 고발한다. 그 첫 고발대상은 학부모이며 교사, 교수, 교육부장관이다. 그들은 그 여학생을 간접적으로 살인한 것이다."김귀식씨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학생은 초등학교부터 자신의 '작품집'을 가져야 한다. 흑판에 선생이 쓴 것을 베껴 적는 게 아니라 자기한테 맞는 것을 적어라. 학생들에게 노트 이름을 붙여라고 했더니 어떤 학생은 ‘해가 기우는 강가에 서서’라고 적었더라. 고등학교 때까지 쓴 그런 노트를 대입 면접 때 교수한테 보여준 뒤 대학에 들어가라고 말하고 싶다. 시험 점수는 참고사항이다. 일류대학은 미국이 많다고 하는데 그 나라 대학에서는 점수를 제일 마지막에 참고로 본다. 너 혼자 아무 지도도 받지 않고 해본 프로젝트를 가져와 보라고 해서 판단한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