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쇠고기반대' 촛불집회에 나서는 착한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등록 2008.05.07 10:34수정 2008.05.07 10:34
0
원고료로 응원

선생님, 아마도 저를 잊으셨을지도 모르겠고, 혹여 기억하시더라도,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다른 생각을 하실지도 모릅니다. 저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과 이 땅의 수많은 후배들의 선생님들께 이 편지를 띄웁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올바르라고 가르치실 것입니다. 제자로서 저는, 또 배워왔던 저희는 그 가르침만을 믿고 따라왔습니다. 올바름과 올곧음을 말하는 선생님의 말씀, 그리고 들려주신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저희는 민주시민으로서, 그리고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자라왔습니다. 비록, 일희일비할 상황이 수없이 많았다고 해도 저는, 또 저희는 선생님의 말씀으로 커 왔습니다. 저희를 이렇게 키워주신 분은 바로 스승님 모두입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저희를 올바르지 못한 길로 가라고 하신다면 저희는 어찌 해야 합니까? 시대는 민주의 탈을 쓴 친기업 폭력 시대가 되어버렸고, 그저 미국에 휴대폰 하나, 자동차 한대 더 팔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대표라는 사람들은 우리의 목숨을 팔아버렸습니다.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 만으로 광우병에 걸려진 수많은 의혹들을 외면하고, 자신들이 수개월 전에 말한 진실도 외면하면서 국민 모두의 목숨을 팔아 버렸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이 저희의 신념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선생님을 그때도 믿고 있었습니다. 그저, 학생들 잘 되게, 더 잘 살게 하기 위해서는 저희와 뜻이 다르더라도 지켜가려던 선생님의 신념이 있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선생님들의 모습에서는 그런 자랑스러운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생님, 저희는 국민입니다. 국민으로서 이 나라에 봉사하는 길은, 스스로를 다듬고 나서 사회에 널리 이롭게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한 알의 밀알이 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희 후배들이, 정말 기특하게도 스스로 이기심을 버리고, 사회의 밀알이 되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 아이들은 저마다 공부도 해야 하고, 놀 거리도 있지만 그저 그런것 다 내던지고 거리로 나와서, "대한민국, 함께 살자!"라는 구호로 밀알이 되겠다고 나온 아이들입니다.

 

선생님, 이런 아이들을 "반동"으로 규정하고, 또 매로, 강압으로, 치욕으로 처벌하시겠다고요? 이것은 살인과도 같은 일입니다. 절대로 그러셔서는 안됩니다. 이 아이들에게 "정의는 불필요하고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과, 그렇게 처벌하는 것. 이 두가지는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트집을 하나 잡아 처벌한다고 해도 결국 그렇게 가르치는 셈이 됩니다. 불의와 욕심을 찬양하고 정의를 짓밟는 행동을 지금 선생님들께서는 계획하고 계신 것입니다.

 

선생님들께서 이 집회에 나오실 수 없다면, 아이들은 때리지 말아 주십시오. 그 아이들의 선배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또 선생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라왔던 한 사람의 제자로서 부탁드립니다. 이 아이들에게 정의가 마침내 승리한다는 역사를 올곧이 체험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격려해주고 힘을 주셔야 할 사람은 바로 선생님 여러분입니다.

 

저는 조금 덜 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이 지금 보고 자라온 어른들의 풍경이 정말 정의로운 것일까요? 아이들이 이렇게 거리로 뛰쳐나온 것은 정의에 대한 목마름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TV를 켜면 일 하지 않고 어떻게 잘 먹고 살 수 있을 것인지만 가르치는 재태크 프로그램 뿐이고, 어떻게 남을 밟고 올라가는지에 대한, 희생자에 대한 예의를 찾아볼 수 없는 성공신화 뿐입니다.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이 권력을 잡아도 처벌 할 수 없는 이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에게 이번 기회마저 박탈한다면 영영 이 땅에서 정의를 가르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수많은 위협에서 보호할 의무가 있는 우리 어른들, 그리고 아이들을 직접 보호하시는 선생님이 계시는데 어째서 아이들이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것입니까? 이건 아닙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정의에 대한 욕망을 짓밟는 것은 그저 폭력일 뿐입니다. 독재와 하나도 다를 것 없습니다.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면, 선생님들께서는 그 아이들을 다독여 주십시오. 이것은 너무나 명백한 정의와 악의 싸움입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착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분고분 윗사람 말 잘 듣는 나약해 빠진 착함이 아니라, 옳다고 믿는 신념이 흔들리지 않는 착함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들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부디 지금 거리로 나서는 착한 아이들의 새싹을 지켜 주십시오. 장차, 우리는 이 아이들에 의해서 구원받을 수도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본인 블로그(blog.naver.com/ltw96)에도 실렸습니다. 또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5.07 10:34ⓒ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본인 블로그(blog.naver.com/ltw96)에도 실렸습니다. 또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광우병 #이명박 #교육과학부 #촛불집회 #촛불시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서울대 역사교육과 경쟁률이 1:1, 이게 실화입니다 서울대 역사교육과 경쟁률이 1:1, 이게 실화입니다
  2. 2 "600억 허화평 재산, 전두환 미납 추징금으로 환수해야" "600억 허화평 재산, 전두환 미납 추징금으로 환수해야"
  3. 3 "쿠팡 심야 일용직 같이 하자했는데... 3일 만에 남편 잃었습니다" "쿠팡 심야 일용직 같이 하자했는데... 3일 만에 남편 잃었습니다"
  4. 4 아무 말 없이 기괴한 소리만... 대남확성기에 강화 주민들 섬뜩 아무 말 없이 기괴한 소리만... 대남확성기에 강화 주민들 섬뜩
  5. 5 벌점을 줄 수 없는 이상한 도시락집 벌점을 줄 수 없는 이상한 도시락집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