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괴담' 이라는 '괴담'

[주장] 건강주권과 검역주권이 사태의 본질

등록 2008.05.07 12:07수정 2008.05.0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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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괴담론'을 보도한 동아닷컴 
마치 '괴담'이 소고기 수입 사태의 본질인 것 처럼 여론을 몰아가려하고 있다.

'괴담론'을 보도한 동아닷컴 마치 '괴담'이 소고기 수입 사태의 본질인 것 처럼 여론을 몰아가려하고 있다. ⓒ 기사캪쳐

▲ '괴담론'을 보도한 동아닷컴 마치 '괴담'이 소고기 수입 사태의 본질인 것 처럼 여론을 몰아가려하고 있다. ⓒ 기사캪쳐

'광우병괴담' 이라는 '괴담

 

' 미국산 소고기 전격 수입으로 수세에 몰린 정부가 수입결정 19일 만에 이른바 '광우병 괴담'이라는 논리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고, 수구 언론들 또한 건강권과 생존권에 위협을 느낀 국민들의 이유있는 불안을 유언비어에 놀아나는 것 처럼 사태의 본질을 희석하기에 바쁘다.

 

정부나 수구 언론이 이번 사태를 '광우병 괴담'으로 몰아가는 데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무원칙한 협정 날인과 검역주권포기 같은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광우병이 수도물을 통해서도 전염된다.'던가 '키스를 통해서도 전염된다.'는 등 일부 누리꾼들이 광우병의 위험성을 극적으로 대비시킨 사례만을 철저하게 인용하였다.

 

얼마전 정부와 일부 수구 언론은 황우석파문으로 유명해진 젊은 과학도들의 사이트 브릭(BRIC)의 회원들이 광우병에 대해 좀더 과학적으로 접근하기위해 토론을 개시하며 일부 회원들이 올린 글을 마치 브릭의 공식 입장이며 대세인것 처럼 호도하며 이른바 '광우병괴담'이라는 '괴담'을 유포시켰다.

 

브릭이 광우병 문제에 접근하면서 토론 책임자가 "언론이나 포털·블로그, 일반인들 사이에서 광우병과 관련해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인 양 쏟아져 나오고, 일반인은 그것을 맞다고 믿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전제한 것은 과학도로서 잘못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이들의 토론 과정을 마치 그들이 국민을 상대로 발표한 토론의 결론인 것 처럼 침소붕대했을 뿐 아니라, 브릭의 한 회원이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는 광우병에 걸릴 확률을 한 번 쇠고기 요리를 먹을 때 약 100억 분의 1로 보고 있다”(ID:푸른돼)고 댓글을 단 것이 마치 브릭 회원들의 과학적 검증을 거쳐 산출된 수치처럼 버젓이 인용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재 이 일과 관련하여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광우병은 매우 치명적인 전염병이고,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며, 현재 미국산 소고기가 세계 어느나라의 소고기보다 광우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며칠 전 발표를 통해 소고기 수입 결정이 세계 보건기구가 인정한 국제적 안전 기준을 따른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현재 뼈있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전격 허용한 나라가 세계에서 대한민국 하나 뿐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거리가 멀고, 미국 측 언론들이 (찬양인지 조롱인지 햇갈리지만)'선구적 시장개방'이라고 표현한 것이 한국의 시장개방이 가지는 특성을 오히려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광우병 단백질은 섭씨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죽지 않으며 0.001g의 극소량만 섭취해도 감염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뿐 만 아니라 이 병의 잠복기가 5년 이상이니 인간 광우병에 감염되고도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 데만 5년 이상이 걸리게 된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면?'

 

과거 같으면 발병 소식을 접하는 즉시 우리정부는 즉각적으로 미국산 소고기의 유통을 금지시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지만, 현재 소고기 협정에 의하면 우리는 수입금지나 유통금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미국의 역학조사 결과 통보 만을 막연히 기다려야 한다. 물론 그 조사결과가 얼마나 신뢰성을 가졌는지 현실적으로 우리가 따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혀 없다.

 

그 기간 동안 광우병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르는 소고기는 우리 사회에 그대로 유통되며, 이 소고기가 가장 많이 사용될 곳은 군부대나 학교 등 대형급식업체 들이 될 것이며, 소고기를 원료로 쓰는 라면 스프 등 가공식품에도 계속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우리 아이들 모두가 광우병 감염위험에 노출되며, 어쩌면 전 국민이 광우병 감염 위험에 노출될 개연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급식업체나 납품업체 그리고 소고기 가공식품업체들이 아주 양심적이고 도덕적이어서 유통과정에서 절대 원산지를 속이지 않고, 만약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면 비록 손해를 본다고 할 지라도 안전을 확보할 때까지 미국산 소고기로 급식을 하거나 가공품을 제조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면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이처럼 막연한 위기감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계 유일의 글로벌 스탠다드?

 

하지만 며칠전 정부가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발표가 작년 노무현 정부가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고 결론 내린 것을 은폐한 사실상의 대국민 기만이었다는 점에서 광우병에 관한한 국민은 정부조차도 믿을 수 없는 환경을 정부 스스로가 조성하였다. 정부조차 믿을 수 없는 현실에서 오로지 업자의 양심 만을 믿으라는 것은 우리 국민으로 하여금 '그냥 앓다가 죽으라'는 말과 진배 없다.

 

정부는 소고기 문제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광우병괴담이라는 괴담'으로 몰아 얼렁뚱땅 봉합하려 하기 보다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솔직히 시인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며 미국과의 재 협상을 통하여, 우리의 검역 주권을 회복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산지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그 나라에서 수입한 소고기의 유통을 전면 금지시키는 것'이야 말로 대한민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가 공통적으로 시행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것을 정부가 알았으면 한다.

 

첨부파일
괴담.jpg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와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5.07 12:07ⓒ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겨레와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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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소 #광우병괴담 #검역주권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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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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