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고등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함성을 외치고 있다.
권우성
[20대 대학생들] "10대 동생들에게 부끄럽지만 우리도 곧 적극적으로 나설 것" 10대 청소년들보다는 수가 적지만 20대 대학생들도 곳곳에 보입니다. 손잡고 서있는 젊은 연인들도 종종 보이고요.
여자친구와 함께 온 연세대 재학 중인 이종원(25)씨는 "오늘 있은 청문회를 보다가 너무 황당해서 바로 이곳에 왔다"며 온 이유를 말하네요. 옆에 있던 연인 권윤주(25)씨는 "비도 오는데 이렇게 함께 와서 촛불을 들고 있는 모습이 자랑스럽다"며 살짝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이씨는 "정부의 생각이 마치 군대마냥 단순하기만 한 것 같다"며 "지금 하는 모습을 보면 일반 시민들의 자유로운 표현을 강압적으로 막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7명의 친구들과 함께 온 한국외대 재학 중인 김남엽(25)씨는 "계속해서 이명박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우리도 함께 전 국민적인 분노의 물결을 정부에 보여주려고 이렇게 나왔다"고 말하네요.
김씨의 선배인 한국외대 이재란(26)씨는 "10대 동생들이 열심히 분발하는데 20대 대학생들은 좀 부족한 것 같아서 부끄러운 마음이 없지 않다"며 "대학생들의 탈정치화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많지만 아직 초반이니 만큼 언제 대학생들의 분노의 물결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60대 어르신들] "'홀로세대'들이 이렇게 나서다니... 정말 기쁘다" 젊은이들의 당찬 목소리를 흐뭇한 모습으로 지켜보는 백발의 어르신들도 많이 보입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한국사회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며 손자뻘 되는 학생들을 추켜세웠습니다.
'함께 살자'란 피켓을 들고 문화제를 즐기던 황보윤식(60)씨는 "우리사회가 언제부턴가 시위문화가 사라졌는데 젊은 세대들을 통해 되살아나는 듯해서 너무 기쁘다"며 껄껄 웃고 있네요.
이어 황씨는 "지금 10대들은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한 '홀로세대'인데 이들이 주도해서 건강한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낸 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며 "'반미'와 같은 거대한 구호를 외치던 30~40대 보다 자신의 먹거리와 삶을 책임지러 나온 10대 학생들의 모습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집회에 꼭 참여하고 싶어서 강원도 강릉에서 여기까지 왔다는 목영주(63)씨도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무척 대견하다"며 입을 열었습니다.
목씨는 "우리 같은 늙은이들보다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하나라도 더 모여야 하지 않겠냐"며 "정부는 생각 없이 대처하다가 전 국민적인 분노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뜻이 뭔지 헤아릴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고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조촐했지만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자'를 외쳤던 7일 저녁의 촛불 문화제는 밤 9시가 다된 시간에 마무리됐습니다. 뒤처리는 두말할 나위 없이 완벽했고요. 10대 중고생들은 아쉬운 듯 계속해서 노랫소리를 흥얼거리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