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성폭력을 당했다면?

[탐방] 성폭력 아동 상담 돕는 해바라기 아동센터

등록 2008.05.09 13:27수정 2008.05.0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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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오늘 이상한 일 있었다. 옆집 아저씨가 사탕도 줬어."
"응? 왜 줬어?"
"어, 있잖아. 내 팬티 만지는 대신 사탕 줬어."

어느 날 아이가 이런 말을 한다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첫째, '이런 일이 어떻게 우리 아이한테 일어날 수 있지?'- 당황스러워 한다.
둘째, "네가 거절했어야지!"- 아이를 야단친다.
셋째, "뭐?! 어디를? 언제? 어떻게?"- 아이에게 꼬치꼬치 캐묻는다.

해바라기 아동센터(서울 마포구 신수동 http://www.child1375.or.kr/)의 김소향 사회복지사는 이럴 때는 우선 아이를 안심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마에게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그건 절대 네 잘못이 아니라 아저씨 잘못이란다"라고 이야기를 해준 것에 대해 칭찬하고,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보호자가 당황하거나 야단을 치면, 아이들은 '내가 거절하지 못해서' 혹은 '엄마가 나 때문에 힘들어 하는구나'하며 죄책감을 가진다. 보호자의 행동 때문에 2차, 3차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해바라기 아동센터는 성폭력 피해 아동과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여성가족부가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위탁, 설립한 기관이다. 하고 있는 일은 크게 홍보 및 예방, 피해자 지원, 연구 및 조사로 나뉘며, 간호사, 법률가, 상담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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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해바라기 아동센터. ⓒ 김해인


성폭력 피해 아동에게 원스톱 서비스


해바라기 아동센터는 피해 아동이 모든 지원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만 13세 미만 어린이뿐 아니라 정신 지체 장애인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비스의 내용은 이러하다. 피해 아동이 찾아오면 우선 사회복지사와 상담한 후, 의료지원과 법률지원을 받는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과 연계하고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산부인과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진료비는 정부가 지원해 준다. 진료뿐 아니라 심리치료, 놀이치료, 약물치료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가해자를 고소하려고 할 때는 법적지원도 받을 수 있다. 증거 채취, 소송 상담, 진술 녹화, 변호사 자문 연계 등 법률 전문가가 전 과정을 지원해준다.


그 밖에 가족 상담, 부모 교육, 부모 자조 모임과 같이 아동의 보호 환경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고, 교사와 성교육 강사, 경찰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하기도 한다.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 경우에는 경찰, 병원, 법원 등 많은 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 때문에 보호자 개인의 힘으로는 사건 해결이 지연될 뿐 아니라 아이의 정신발달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해바라기 아동센터는 한 기관에서 한 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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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치료를 통해 아이들의 시선에서 다가간다. ⓒ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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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방 모습이다. ⓒ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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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 녹화 때, 충격으로 의사표현이 원활하지 않은 아동들을 위해 쓰이는 인형. 인형별로 가해자의 연령대를 알 수 있고, 입·손가락 등도 정교하게 만들어져 신체 어느 부위로 어떻게 행위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 김해인


아이들이 해맑게 웃을 수 있도록

현재 해바라기 아동센터는 서울(신촌), 영남(대구), 호남(광주) 세 곳뿐이다. 한해 성폭력 피해 아동은 600여명(2007년, 해바라기 아동센터 지원 통계)이고, 서울 센터에 방문하는 아동은 한 달에 30~40명이다.

문제는 한 아동이 모든 지원을 받으려면 일곱 번 이상 방문해야 하는데 그에 비해 시설이나 활동가는 턱없이 모자라다. 김씨도 "가장 속상한 것은 대기 인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은데 직원은 부족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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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김씨를 포함해 11명이 일하고 있다. ⓒ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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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 내용을 녹화하는 기계실에서 김소향씨가 설명을 하고 있다. ⓒ 김해인


김씨는 "이 일이 아이를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편견이 심한 '성에 관한 폭력'을 '내 딸이' 당했다고 생각하는 보호자들을 이해시키고 설득 시키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상처를 잔뜩 받아 피가 철철 흐르는 상태 같기 때문에 약을 발라도 더 따갑게만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센터의 아주 조그만 실수도 더 크게 부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치료를 받은 보호자들이 안정을 찾고 아이들이 달라진 모습으로 문을 나설 때에는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들이 해바라기처럼 해맑게 웃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소망이에요"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행복발전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행복발전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해바라기아동센터 #아동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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