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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넘실거린 파도는 그들과 벗한다. 축제는 누구에게나 흥겨울까?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멘트가 나오기도 전에 일부는 흥에 젖어 덩실덩실 춤춘다.
소록도와 바다 그리고 우주를 향하여 펼쳐지는 화려한 불꽃 쇼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게 이 축제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소록도에 살고 있는 한센인들을 위로하기 위함이었다고 녹도청년회의소 박경민(38) 회장은 말한다.
벌써 9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축제는 녹도청년회의소와 녹동JC 특우회 주관으로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4일 동안 열린다. 이번 축제의 주된 행사로 첫째 날인 5월 15일에는 소록도 주민 위안잔치를 열어 한센인들의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 지역민의 화합 행사를. 둘째 날에는 문화공연, 실버한마당, 도립국악단공연, 중국기예단 공연 등 어르신들과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를. 셋째 날에는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어린이 사생대회, 청소년페스티벌, 청소년 어울마당이 진행되며, 축제 마지막 날에는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한데 어우러지는 장기와 노래자랑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한편 박병종 고흥 군수는 축사에서 “번영을 향해 도약하는 항구도시 녹동항에서 펼쳐지는 불꽃축제가 지역발전의 희망찬 에너지로 불타오르고 한센인의 애환과 아픔이 불꽃과 함께 승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긴 한센인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함께하는 삶'이었는지도 모른다. 거의 한 세기 동안 일반인과 격리되다시피 살아온 그들의 삶은 항상 뭇사람들의 이야기꺼리가 되는 슬픈 역사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축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들과 하나가 되고자 벌써 제9회째 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그간의 노하우 때문인지 사람들 마음속엔 이미 시나리오가 짜여있다. 매년 녹동바다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녹동을 방문한다는 송금석(78) 할아버지는 일찍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할머니가 오기를 기다린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녹동 앞바다는 시원하다 못해 시리도록 푸르다. 출렁거림도 잊어버리고 바닷물도 축제를 구경하려는 듯 파도소리를 멈춘다. 그래도 이곳은 뱃고동소리가 부정기적으로 들려오는 선착장일진데.
멀리는 제주도를 오가는 화물선과 여객선들이 녹동항의 가치를 일러준다. 또 가까이는 금산(거금도)과 인근 섬들을 오가는 배들이 끊임없이 바삐 움직이는 아름다운 추억의 항구이기도하다.
이곳에서 조금 더 거금도 쪽을 향하면 닭섬이 눈이 들어온다. 그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지만 사람들은 낚시 배를 타고 강태공을 꿈꾸는 곳이다. 누군가는 그곳의 추억꺼리를 들먹인다. 작은 통통배를 타고 겁 없이 놀러갔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고 했다. 좋은 추억은 오래간다는 말도 잊지 않으면서 소단소단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간다.
그래서일까? 불꽃축제의 화려함만큼이나 추억도 많음직한 녹동항은 청정해역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과 지역 특산물들이 축제의 멋을 한껏 드높여 준다.
그뿐 아니다. 세상 모든 장사들이 한곳에 집합이다. 손 자장면을 만드는 아주머니의 솜씨는 단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걸까? 돌아서면 사람들로 붐비고, 붐비는 곳마다 또 다른 장사꾼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각설이는 지역축제의 단골메뉴. 어느새 한 곳에 진을 치고 너절한 옷을 걸치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잡는다. 입에서 튀어나온 구수한 입담은 들어서 민망할 정도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냥 웃는다. 그래서 축제한마당이 어우러진다.
굉음과 함께 환호가 휘몰아친다. 불꽃이다. 또 터진다. 하늘에 새색시의 예쁜 수가 놓인다.
2008.05.16 19:3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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