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설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버려!

[서평] 새로운 중국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와 <화장실에 관하여>

등록 2008.05.17 10:10수정 2008.05.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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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장의 어린 아내가 유혹한다면?

 

a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겉표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겉표지 ⓒ 웅진지식하우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겉표지 ⓒ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으로 두 권의 소설을 선보였다. 그 첫 번째는 옌렌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다. 책 제목은 마오쩌둥의 사상을 대변하는 정치구호이다. 그러나 소설의 내용은 이것과 전혀 다르다. 사랑의 다른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우다왕은 사단장의 전속 요리사로 그의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마오쩌둥의 어록을 줄줄 외울 정도로 사상을 투철하게 무장하면서 한 점 흐트러짐이 없을 정도로 성실하게 군복무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다왕은 사단장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려는 듯 우직하게 일을 한다. 그러나 그것도 한때다. 문제가 생긴다. 사단장의 어린 아내가 유혹하는 것이다.

 

사단장의 아내 류롄 또한 투철한 사상으로 성실하게 일하다가 사단장에 눈에 띄어 결혼한 행운아였다. 그녀는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남편이 없는 사이에 우다왕을 유혹한다. 우다왕은 어떻게 할 것인가? 류롄이 아무리 아름답다 하더라도 거절할 수밖에 없다. 자칫하다가는 인생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거절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류롄이 자존심을 상한 채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우다왕은 어찌 해야 하는가? 그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떠올린다. 우다왕은 상사의 아내가 요구하는 것에 따르는 것이 그것을 행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누가 뭐라고 하든 우다왕은 그렇게 믿고 류롄의 유혹에 넘어간다. 그런데 이것이 사랑으로 발전한다면? 그래도 우다왕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떠올릴 것인가? 마오쩌둥을 배신하는 것인데도 그것이 가능한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나왔을 때, 중국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누구나 문제작이라고 불렀을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당연한 일이다. 소설은 마오쩌둥의 '신성한' 말을 개인의 '욕망'으로 둔갑시켜버렸다.

 

더군다나 그 과정을 아주 생생하고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선정적인 것을 넘어서 어느 신화적인 것을 '희롱'하는 셈이다. 소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을 마음껏 보여준 셈인데 덕분에 소설의 문학적인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낭만없는 부부를 통해 본 중국인의 삶

 

a  <화장실에 관하여>

<화장실에 관하여> ⓒ 웅진지식하우스

<화장실에 관하여> ⓒ 웅진지식하우스

걸작선의 두 번째는 예자오옌 소설집 <화장실에 관하여>다. 이 소설집은 중국 소설의 다양한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첫 번째 소설 '연가'는 시골 출신의 명문대생과 간부 딸의 결혼생활을 그리고 있는데 그들의 생활은 낭만도 없고 아름다움도 없다. 마치 '삶'이라는 것에 이리 저리 끌려 다니는 것처럼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일 뿐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줄거리만 본다면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것 같지만 예상과 달리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자오엔이 남편과 아내의 감정을 감칠맛나게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을 통해 중국인의 삶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줄거리부터 눈길을 끄는 '추월루'는 어떤가? 칠순을 맞은 딩 선생은 명분 따지기 좋아하는 지식인이다. 그야말로 '옛날'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일본군의 침입을 봤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씻을 수 없는 수모를 겪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찌하는가? 집 안에 있다. 의병을 모집하거나 하다못해 피난을 가는 것도 아니다. 절개를 지킨다고 뒷마당에 있는 추월루 위에 올라가 버린다. 명예로운 일처럼 보이지만, 그건 그 사람만의 생각이다. 그것이 수모를 씻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남은 가족은 어찌해야 하는가? 예자오옌은 날카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해학적으로 이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그 솜씨가 제법이다. 배경이 배경인 만큼 소설을 보면서 그 시절의 중국을 상상하는 것도 놓치기 아까운 재미다.

 

그동안 <허삼관 매혈기>나 <형제>를 쓴 소설가 '위화'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중국 작가들이 외면 받았다.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때에 소개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와 <화장실에 관하여>가 시장에서 '고전'할 것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을 닮은 역동적인 힘이 느껴지는 만큼 누군가를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소설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버리고 다가서는 '누군가'에게는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것이다. 기회를 놓치지 말자. 그러기에는 그만의 즐거움이 너무 아깝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8


#중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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