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직능단체 "정연주 축출은 정부 방송 장악 음모"

PD협회 등 퇴진 외압설 맹비난...노조는 "정연주 퇴진이 최우선"

등록 2008.05.17 14:06수정 2008.05.1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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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연주  KBS 사장

정연주 KBS 사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연주 KBS 사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KBS 노조의 '정연주 사퇴'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KBS 직능단체들이 "정연주 사장에 대한 사퇴 압력이 정권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KBS를 장악하려는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정연주 사퇴 종용' 발언과 KBS 친여 이사진들이 추진하고 있는 '정연주 사퇴결의안', 그리고 정 사장의 사퇴를 반대하는 이사진에 대한 정부의 협박 및 회유 움직임에 대해 "KBS를 장악하려는 정권의 사악한 음모"로 규정한 것.

 

KBS PD협회, 기자협회, 경영협회 등 3개 직능단체는 16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부는 지지율 하락에 대한 책임을 KBS와 정연주 사장에게 겨누고 있다"며 "정부는 지금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하루빨리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고, KBS를 권력의 손아귀에 넣으려하는 심산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꾸준히 정연주 사장의 퇴진 운동을 벌여왔던 KBS 노동조합은 "정연주를 사퇴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런 식으로 정연주 사장을 옹호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회사 내부에서 미묘한 갈등도 일어나고 있다.

 

"정부 지지율 하락이 정연주와 KBS 때문인가?"

 

15일 발행된 <PD저널>에서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2일 김금수 KBS 이사장을 만나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파문 확산과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방송 때문이며 그 원인 중 하나가 조기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KBS 정연주 사장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이는 사실상의 조기 사퇴 압력"이라고 전하고 있다.

 

또한 일부 친여 성향의 KBS 이사들은 최근 '정연주 사장 사퇴권고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 정연주 축출을 시작으로 방송 장악을 위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더욱이 '정연주 사퇴'를 반대하는 한 이사가 정부로부터 협박 및 회유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의혹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KBS 이사인 신태섭 교수(동의대)는 학교 측으로부터 (정부의 감시를 피하는 등) 학교를 위해 KBS 이사직에서 물러나 달라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양승동 KBS PD협회 회장은 "광우병 파동 등 실정으로 인해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자 이명박 정부가 굉장히 초조해 하는 것 같다"며 "정부의 지지 하락이 KBS와 정연주 사장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한마디로 KBS의 방송 내용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대해 KBS와 MBC가 부족하나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왔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못하게 될 거라는 우려가 매우 크다"며 "방송의 독립성은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방송에 친여인물 등의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려 한다면 이는 정권 차원의 방송장악 음모"라고 꼬집었다.

 

양 회장은 "정권과 밀접한 사람이 인사권을 가지고 방송에 관여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인사권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과 뉴스 등의 내용 편성에 깊숙이 관여할 것이 명약관화하다"라고 지적했다.

 

"노조가 진짜 낙하산 사장 막을 역량 있는지 회의감"

 

또한 양 회장은 KBS 노동조합이 "정권의 방송장악음모를 외면하고 정연주 사장의 퇴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양 회장은 "우리 성명서가 정연주 사장 개인을 옹호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정 사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내용이 돼서 노조 쪽은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 사장 퇴진안에 대해 KBS의 전 사원이 공감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 직능 단체는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 회장은 "정연주 사장의 호불호를 떠나 앞으로 새 사장도 올 텐데 과거 열심히 추진하던 KBS 사장 선출에 대한 사원추천위원회 등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노조에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말로는 낙하산 사장을 반대한다고 하는데 그들이 진짜 낙하산 사장을 막을 역량이 있는지 회의가 든다"고 밝혔다.

 

양 회장은 또 "노조가 정연주 몰아내기에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지금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여권의 방송 장악화 등에 대해 더 문제제기해야 할 상황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노조 "정연주 사장을 내보내는 게 최우선 과제"

 

이에 대해 박승규 KBS 노조 위원장은 "직능단체가 제기한 문제들은 아직 정확히 증명되지 않은 만큼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KBS를 장악하려고 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정연주 사장을 보호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위원장은 "3개 단체의 성명이 KBS 구성원들의 의견이라 보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정연주를 옹호하고 있으며 반노조적인 입장을 취하는 그들의 성명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박 성명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위원장은 "그들이 말하는 방송의 독립성은 정연주 사장을 내보내고 나서 논의할 일"이라며 "정 사장을 보호하며 KBS의 미래를 이끌어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KBS는 오는 22일, 노동조합이 주관하는 토론회를 열고, '정권의 방송장악음모', '정연주 사장 사퇴 문제' 등 KBS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을 놓고 격론을 벌일 예정이다. 이 토론회에는 노조와 직능단체 회원들이 모두 참여한다.

2008.05.17 14:06ⓒ 2008 OhmyNews
#KBS #정연주 #KBS 노동조합 #양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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