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 미니골프장 건설해도 군청은 '괜찮다'

하동 관광농원에 골프장 들어서... 하동군, 환경청 협의 없이 골프장으로 변경

등록 2008.05.26 21:56수정 2008.05.2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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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옥종면 종화리 산 속에 9홀 짜리 골프장이 조성되어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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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 옥종면 종화리 산에 조성 중인 관광농원은 사유지라는 이유를 들어 산 중턱에 있는 사찰의 진입도로를 차단해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에서 왼쪽은 새로 난 도로이며, 오른쪽은 기존에 있던 진입도로의 다리, 가운데는 석축이다. ⓒ 윤성효


경남 하동군 옥종면 종화리 산58번지 일대에서는 관광농원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이 고장 출신으로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최아무개(47)씨가 개발하고 있다. 올해 말경 준공 예정인데, 체육시설과 진입도로 등을 놓고 민원이 발생했다.

24일 오후 뒷산(정개산)으로 난 임도를 이용해 관광농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마을 앞 국도에서 관광농원으로 통하는 진입도로가 나 있었지만, 입구를 막아 놓아 차량진입이 불가능했다. 산을 넘어 들어간 관광농원 안에는 9홀 짜리 골프장이 조성되어 있었다. 한 귀퉁이에서는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산 속에 골프장이 들어서 있었는데, 어떻게 허가가 났는지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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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농원에는 당초 족구장과 배구장의 체육시설을 조성할 예정이었으나 골프장으로 변경되었으며, 하동군은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변경승인을 내주었다. ⓒ 윤성효


영산강유역청 "변경된 골프장, 환경성검토 협의 없었다"

관광농원 계획은 2005년부터 시작되었다. 하동군청은 사업주로부터 신청을 받아 그해 11월 영산강유역환경청에 환경성검토를 협의했다. 환경청은 이듬해 1월 '승인' 결정을 내렸다. 섬진강 관리까지 맡고 있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하동·남해군을 관할하고 있다.

당시 환경청이 협의할 때는 분명 관광농원에 배구장과 족구장의 체육시설(1200평방미터)이 들어서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골프장이나 골프연습장은 애초 들어있지도 않았다. 또 사업계획서에 보면, 고구마·감나무·송이버섯·장뇌삼 등 약용작물 재배지에다 식당과 홍보관, 특산물판매장, 창고, 원두막, 조류사육장이 들어서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관광농원은 '환경영향평가'는 아니지만 '사전환경성검토' 대상이다. 환경청 담당자는 "당시 서류를 보면, 체육시설에는 족구장과 배구장만 들어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며 "골프장이나 골프연습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약용재배지도 있고 해서 족구장과 배구장의 시설로는 환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해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골프장이 들어서 있다"고 하자 그는 처음 듣는 소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협의 이후 사업이 변경되고 더구나 골프장이 들어섰다면 반드시 다시 협의해야 한다"며 "환경정책기본법에 보면 사업변경의 경우 협의 또는 통보를 하도록 되어 있다, 하동군청은 다시 협의를 해온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면적은 같더라도 업종 변경이 되면 다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골프장으로 바뀌었다면 반드시 협의를 해야 한다"면서 "원상복구나 허가취소 등의 처분은 해당 관청에서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청은 상위기관인 경상남도에 직무감사를 요청할 수 있다"며 "사업주 등 고발은 환경감시단에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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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농원 측은 사유지라는 이유를 들어 도로를 막아 놓았다. ⓒ 윤성효



하동군청 "골프연습장이다, 환경성검토 안해도 된다"

하지만, 하동군청 측의 말은 달랐다. 하동군청 농축산과 담당자는 체육시설이 변경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애초 환경청으로부터 사전환경성검토 협의를 거쳤기에 사업이 변경되었더라도 환경성검토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 들어서 있는 시설이 골프장이냐 골프연습장이냐는 물음에 그는 '골프연습장'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업주는 2007년 12월 체육시설 변경을 신청해 왔으며, 골프연습장으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골프장이라도 거리가 짧은 여자용"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골프장이면 농약을 치게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요즘 골프장에는 농약을 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그리고 관광농원 안에 정화시설을 만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사업주 최아무개씨는 "체육시설을 변경했는데 군청에서 허가가 나서 했다"며 "처음 관광농원 허가를 받을 때 환경성검토를 했다, 체육시설의 하나로 골프장을 조성했으며, 미니골프장"이라고 말했다.

취재 뒤 하동군청 담당자는 "사업변경도 사전환경성검토 대상인줄 몰랐다"며 "27일 당장 허가취소 내지 원상복구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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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농원 측은 사유지라는 이유를 들어 100년 가까이 사용해 오던 진입도로를 차단해 버렸다. ⓒ 윤성효


100년 가까이 사용해 오던 도로 막아

진입도로도 논란이다. 사업주는 지난해 지방국도에서 관광농원까지 폭 6~7m, 연장 4km 구간의 임도를 개설했다. 그런데 사업주는 마을주민과 산 중턱에 있는 사찰이 사용해 오던 진입도로를 사유지라는 이유로 석축을 쌓아 막아버렸다. 이 진입도로는 마을주민들이 100년 가까이 사용해 오고 있었다.

사찰에 오르내리려면 두 군데의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다리 입구를 막아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사업주는 다른 사람 소유의 과수원에 길을 내주었고, 그 길은 비포장 상태로 있다.

사찰 측은 교통장애 등을 들어 고발했는데,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지난해 사업주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우회도로가 난 과수원의 주인은 사찰 측에 최근 내용증명을 보내 "유실수 소실 등 도로사용료로 월 70만원을 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찰 관계자는 "있던 길이 없어져 답답하다"며 "군청에서는 찾아와서 해결해 줄 테니 가만히 있어라고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초파일 때도 불자들이 왔다가 애를 먹었다"며 "길을 막아 놓으니 숨통이 끊어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관광농원 뒷산(정개산)에는 임도가 나 있는데, 사업주는 임도 끝부분에 '출입통제' 조치를 해놓았다. 흙과 돌로 막아 놓았고, 안내간판까지 설치해 놓았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임도는 산불예방 등을 위해 꼭 필요에 의해 만들어 놓은 건데, 사유지라는 이유로 막아버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하동군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사업주 측에 진입도로를 터야 한다고 했지만, 사유지가 들어 있다"며 "사법기관에서도 길을 막는 데는 하자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우회로 진입도로를 만들어 주기로 했으며 조만간 해결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주 최아무개씨는 "진입도로는 한 필지만 제외하면 모두 사유지다, 중간에 정자나무가 있어 마을 사람들이 쉬러 온 적은 있지만 차가 다닌 적은 없다"며 "사법기관에서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고 말했다.

임도 차단에 대해 그는 "사유지다, 열어놓으면 사람들이 마음대로 올라가서 안전사고도 생긴 적이 있어 책임도 있기에 조치를 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진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제보를 받고 지난 24일 현장에 가보기도 했다"며 "당초 실시계획승인이 어떻게 났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7일 하동군청을 방문해서 허가사항 등을 살펴보고, 강력한 대응책을 세울 것"이라며 "당연히 해야 할 환경성검토를 하지 않았다면 관련자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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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농원 측은 뒷산에 난 임도의 끝자락에 사유지라는 이유로 출입금지 팻말을 세워놓고 돌과 흙으로 막아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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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농원 뒷간 임도를 막아 놓은 모습. ⓒ 윤성효

#골프장 #하동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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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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