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장미꽃 들 권리를 허하라

비폭력 평화시위를 실천하는 청년들

등록 2008.05.27 14:09수정 2008.05.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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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밤 11시, 종로 2가에서 종각으로 가는 도로. 그곳에서 시민들은 경찰과 대치했다. “고시철회, 협상무효”, “연행자를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나가려 했지만 경찰은 길을 내주지 않았다. 긴장된 순간이었다.

이 때 30대 중반의 아저씨가 흥분하며 경찰한테 달려들려고 하였다.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아저씨 그러시면 안되요”, “평화적으로 시위를 해야 해요”하며 말렸다. 그래도 아저씨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 때 “아저씨, 프락치 아니에요?”라고 누군가 외쳤고, 아저씨는 움찔하는 기색이 보였다. 진짜 프락치였는지 모르겠지만 평화시위에서 폭력을 선동하는 것은 프락치의 행동과 다를 바 없다.

또 뒤에서 대학생이 종이를 구겨서 경찰들에게 던졌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던지지 마요”, “그러면 안 되요” 핀잔을 주었다. 그 학생은 쑥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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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을 든 청년 '비폭력', '평화시위'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는 청년 ⓒ 박호율



경찰 바로 앞에서 한 청년이 외쳤다. “여기 있는 경찰들도 우리의 친구들이고 이곳에서 힘들게 있습니다”. 흥분되는 상황 속에서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는 말이었다. 자세히 보니 아저씨를 적극적으로 말렸던 학생이었고 오른손에 장미꽃을 들고 있었다.

대치상황이 계속되었는데 물병이 날라왔다. 한 청년이 친구에게 물을 마시라고 0.5리터 물병을 던진 것이다. 그래도 앞에 있는 경찰에게 맞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경찰에게도 물을 나누어주었다. 경찰은 순간 움칫하다가 물병을 받아서 물을 마셨다. 시위자들과 경찰들이 함께 물을 마시다니 놀라운 일이다.

또 평화시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들은 ‘의료봉사단’이었다. 이들은 “아무도 다치면 안되요”라고 외치면서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고, 통풍구 위에 올라간 기자들에게 “기자님들, 다친 사람 보이거든 저희에게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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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봉사단 '아무도 다치면 안 되요'를 외치는 의료봉사단원들 ⓒ 박호율


이들은 자신들의 시위가 어떠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국민들이 자신들의 시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심하는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중고등 교과서에서 배웠던 ‘간디’의 비폭력 평화시위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직접 본 우리가 그 증인이다. 밤늦게까지 시위를 한다고 이들이 주동자이고 배후세력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들에게 장미꽃을 들 권리를 허하라.
#장미꽃 #비폭력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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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와 철원 두 거점을 왔다갔다 하면서 글과 영상 작업을 하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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