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 같아서 반항심에 나왔어요"

28일 대전역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나선 사람들

등록 2008.05.29 08:25수정 2008.05.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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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8일 밤 대전역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쇠고기 수입 전면 반대 미친소 너나 먹어! 촛불문화제'에서 200여명의 시민들이 "전면 재협상! 연행자 석방"을 외치고 있다.

28일 밤 대전역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쇠고기 수입 전면 반대 미친소 너나 먹어! 촛불문화제'에서 200여명의 시민들이 "전면 재협상! 연행자 석방"을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28일 밤 대전역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쇠고기 수입 전면 반대 미친소 너나 먹어! 촛불문화제'에서 200여명의 시민들이 "전면 재협상! 연행자 석방"을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a  28일 대전역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율동공연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

28일 대전역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율동공연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 ⓒ 오마이뉴스 장재완

28일 대전역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율동공연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 ⓒ 오마이뉴스 장재완

#1. 동구 삼성동 진선이 아빠

 

"저는 여기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삽니다. 그런데도 엊그제 처음 나왔습니다. 그날은 여러분들과 함께 앉지도 못하고 저 뒤에서 쳐다보기만 하다가 돌아갔습니다.

 

TV를 보면서 서울에서 많은 시민들이 연행되는 것을 봤습니다. 그분들의 모습에서 저는 '영웅이란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을 희생해서 옳은 것을 지키려고 하는 그분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내는 팔순의 병든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 생신날을 맞아 쇠고기를 사면서 비싼 가격에 힘들어 하는 아내의 모습을 봤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싼 쇠고기를 국민들이 마음껏 사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그냥 비싼 쇠고기 못 사먹어도 지금처럼 온 가족이 건강하게 행복하게 오순도순 살고 싶습니다.

 

이러 저의 소박한 소망을 그냥 지켜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딸 진선이에게 건강한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싶을 뿐입니다."

 

#2. 서구 도마동에 사는 20대 여성

 

"죄송합니다. 저는 그동안 정말 정치에 관심도 없었고, 그래서 투표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정말 많이 반성했습니다.

 

저도 먹고 살기 바쁘고, 정치나 사회에 큰 관심도 없고 해서 그냥 무관심하게 지내다가 지난 일요일 새벽 우연히 <오마이뉴스> 생방송을 통해 서울 촛불집회 상황을 보게 됐습니다.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설마 그 장면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경들이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연행하고 있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 두 눈 똑바로 뜨고 보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서 그냥 전화라도 했습니다. 정당에도 하고, 방송사에도 하고, 친구들에게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여기 나온다고 하니까 엄마가 걱정하시기에 "엄마, 걱정마! 엄마는 내가 지켜줄게"하고 나왔습니다.

 

비록 작은 힘이지만, 우리가 힘을 모으면 분명히 정부도 우리의 뜻을 받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모두 힘내세요. 대한민국 사랑합니다."

 

#3. 직장 동료 7명을 데리고 나온 30대 여성

 

"다음 아고라나 인터넷을 보면서 동료들과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동안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너무 너무 분노했습니다. 지난 한달 동안 일하면서 컴퓨터 켜 놓고 '눈팅'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많은 것을 알게 됐죠.

 

우리는 정말 누가 조종해서, 배후가 있어서 나온 게 아니에요. 정말로, 우리 스스로 나온 거라고요. 광우병 쇠고기야 대부분 잘 알겠지만, 저는 민영화 부분이 가장 크게 열 받았어요. 서민들은 봉급 몇 푼 받아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데, 민영화 하면 더 힘들어지잖아요.

 

정부가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것 같아서 반항심에 동료들과 얘기해 함께 나왔습니다. 정말 자발적으로….

 

정부에 하고 싶은 말요? 그냥 딱 한마디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대통령) 본인 스스로 물러나라는 말. 지금 강제연행하고 그러는 것을 보면 정부가 국민들을 더 선동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아무 말 말고, 그냥 스스로 퇴진하면 딱일 것 같아요."

 

a  '한반도 대운하', '학교 자율화', '한미FTA', '공공기관 민영화' 등 자신이 반대하는 정책들을 모두 열거한 모자를 쓰고 나온 한 대학생.

'한반도 대운하', '학교 자율화', '한미FTA', '공공기관 민영화' 등 자신이 반대하는 정책들을 모두 열거한 모자를 쓰고 나온 한 대학생. ⓒ 오마이뉴스 장재완

'한반도 대운하', '학교 자율화', '한미FTA', '공공기관 민영화' 등 자신이 반대하는 정책들을 모두 열거한 모자를 쓰고 나온 한 대학생. ⓒ 오마이뉴스 장재완

28일 밤 대전역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쇠고기 수입 전면 반대 미친소 너나 먹어! 촛불문화제'에 나온 시민들의 말이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낮에 내린 비의 영향인지 전날에 비해 참석자들이 줄어 200여 시민들만이 참석했지만, '광우병쇠고기 수입 반대'와 '연행자 석방'을 외치는 시민들의 열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전날 서울에서 진행된 촛불문화제 장면을 담은 동영상 보기로 시작됐다. 이후 자유발언과 함께 노래공연, 율동, 퍼포먼스, 시낭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참석자들 스스로 순서를 이어갔다.

 

특히, 일부 청소년들은 노래가사를 직접 개사해서 부르거나 유명한 시의 일부 구절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바꿔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장관고시가 예상되는 29일, 집중적인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만일 이날 장관고시가 발표되면 오후 6시부터 대전역 광장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가두시위도 벌일 예정이다.

 

또한, 주말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에도 자원자를 중심으로 함께 참석하며, 대전에서도 대규모 규탄집회와 촛불문화제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2008.05.29 08:25ⓒ 2008 OhmyNews
#촛불문화제 #대전역광장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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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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