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실용외교의 결과인가?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깔보는 한국

등록 2008.05.29 15:10수정 2008.05.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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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의 외교행보가 실망스럽다. 집권하기 전부터 실용외교를 표방한 한계를 염두에 두더라도 결과는 국민의 우려를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대한민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3개국과의 회담을 지켜보면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이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모두 대한민국을 깔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1. 대미외교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한미동맹의 강화를 과도하게 강조하였다. 지난 정권에서의 한미관계가 껄끄러웠다는 것을 강조하고 차별화하기 위한 선거전략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반미정서에 기대는 좌파정권이라며 색깔을 칠하고 매도하는 것은 야당의 대선후보가 전략적으로 취할 수 있는 포석이다. 문제는 사실관계를 잘못 인식하거나 호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면 선거전략상 취했던 스탠스는 국익을 목표로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의 외교적 기조는 야당 대선후보 때의 그것과 다른 점이 없다. 여전히 노골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하며 미국의 비위를 맞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당연히 미국은 동맹의 대가를 더 비싸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 동맹을 항상 강조하는 입장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것을 각오하고 거절하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양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식에 축산업계의 대표를 보낸 것은 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그 축산업계의 대표는 이미 지난 2월에 한국의 쇠고기 시장이 완전히 개방될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이렇게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정권조차 요리하지 못한다면 미국에 대한 외교력이 비판받을 일이다.

 

캠프데이비드에서 하루를 머물며 한미동맹 강화를 사진으로 보여준 것이 거의 유일한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일 것이다. 숙박비와 사진값이 꽤나 비싸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회담 직전에 미국산 쇠고기가 거의 제한없이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그 일로 우리정부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미FTA도 쇠고기 문제와 연계되어 비준이 늦춰진 결과를 낳았다.

 

국내의 여론을 무마하기 위하여 한미 양측은 그리 약발도 없는 서신을 교환하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며 넘어가려 하고 있다. 진정한 우방이라면 서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재협상을 해서라도 해결하고 넘어가는 것이 옳다. 그런데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한미동맹에 목을 맨 이명박 정권이 곤란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미국에게 한국은 외교적으로 더욱 쉬운 상대로 전락한 것이다.

 

2. 대일외교

 

한일간 관계엔 매우 미묘한 사안이 많다. 독도의 영유권 문제, 일본의 침략과 폭압적 식민지배의 문제, 박정희 정권이 값싸게 넘겨버린 개인청구권 문제 등 하나같이 복잡할 뿐 아니라 해결하기에 어려운 문제들이다. 실용이라는 용어로 마구 덮어버릴 일은 없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하여 과거사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말았다. 일본과의 대부분의 문제는 바로 과거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진지하고 의미있는 반성과 참회를 한 일이 없다. 결국 그들의 태도와는 상관없이 우리의 양보를 암시하고 말았던 것이다.

 

정상간의 회담이 끝나고 곧장 일본은 중학교 학습지침서에 독도영유권을 명문화한다고 나섰다. 한국의 정권이 일본의 보수층에 말랑말랑하게 보인 결과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 일본의 이러한 무례한 태도는 과거사를 덮어버리겠다는 선언속에서 우리측이 단초를 제공한 점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일본은 우리가 가장 많은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교역국이다. 그들과의 경제적 협력은 바로 불균형한 교역내용에 대한 양측의 시정노력에서 시작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일본이 내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막연히 양국의 우호협력을 강조하는 구두선에 그친 정상회담이었다. 그리고는 곧장 뒤통수에 대고 독도의 영유권 주장을 노골화하고 말았다.

 

3. 대중외교

 

중국은 한반도와 가장 많은 역사적 교류를 해온 나라이다. 그래서 과거 역사에서 쌓인 문제점도 적지 않다. 동북공정의 문제가 있고, 북간도의 문제도 있다. 고구려의 역사를 중국이 자국의 역사에 편입하려는 시도조차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국이다. 식품등의 안전에 대한 문제도 끝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지진의 막대한 피해를 안고 있는 중국의 상황도 간단치 않다.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중국은 가장 중요한 나라이다.

 

그런 중국이기에 더욱 치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어느 것도 쉽게 다뤄서 풀려나갈 일이 없어 보인다.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목표와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단계별 전술도 준비를 했어야 한다. 상대국도 그렇게 접근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다양하고 깊이 있는 준비가 필요했다.

 

그런데 그리 유효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양국간의 동맹의 단계를 격상한다는 추상적 합의와 FTA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 성과의 전부처럼 보인다. 오히려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가운에 중국 당국자의 한미동맹 비난발언이 나오고 말았다. 외교적 결례의 문제라고 항의하는 것으로는 이미 우리가 입은 상처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그만큼 중국도 이명박 정권의 굴욕적인 대미자세를 깔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이렇게 가장 중요한 우리의 외교 상대국들이 우리의 정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의욕만을 앞세운 외교가 낳은 결과이다. 의욕은 치밀한 준비와 잘 계산된 전략전술이 없으면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자국의 이익을 계산하고 그것을 취하기 위하여 노력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치밀성이 떨어지면 그만큼 많은 것을 잃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4. 진정한 실용외교를 추구해야...

 

정권이 외교적으로 실용노선을 주장한 바는 있지만 사실 결과는 실용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실용이라는 단어를 단지 레토릭으로만 사용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실용이란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결과지향적인 접근 방식이다. 어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명분에 집착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실용외교를 주장하는 이명박 정권의 외교는 결과지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국익과 합치하는 어떤 결과를 위해 과정에서의 명분을 좀 희생하더라도 성취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널리 알릴 필요가 없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전쟁의 위험을 낮추며, 교역에서의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실용이다. 그것을 위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전략과 전술을 치밀하게 구사하는 것이 실용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얻은 것이 없고 잃기만한 결과를 낳았다. 실용적 접근은 없었고, 실용이라는 용어만 부각된 결과일 것이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과거 우리가 입은 피해에 대한 일본의 진지한 반성을 기반으로 협력관계를 증진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분명한 우리의 영토인 독도에 대하여 일본이 분쟁지역화를 시도하는 것을 저지하여야한다. 경제적으로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목표를 위하여 역시 치밀한 전략전술이 필요했다. 실용이라는 용어를 내세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도 같다. 한반도의 평화와 전쟁가능성의 배제 그리고 경제적 협력관계를 증진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그것을 더 많이 성취하기 위하여 역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지진피해 등 중국의 어려움에 더 많은 도움을 제공하더라도 우리가 얻고 싶은 것을 더 많이 얻어내야 했다. 추상적으로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아무런 실용적 결과가 없는 일이다.

 

진정한 실용외교는 결과를 지향한다. 그 결과를 위해서 과정에서의 치밀한 노력이 요구된다. 실용이라는 낱말의 강조는 실용적인 과정이 아니다. 우리의 저자세가 상대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없다. 더 많은 요구에 직면할 뿐이다. 실용이라는 용어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결과지향적으로 과정에서의 노력을 실용적으로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관계는 친소에 따라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치밀한 전략과 전술 속에 서로의 계산이 맞닿는 곳에서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다.

 

이제 그 실용이라는 용어의 남발을 더 이상 보고 싶지가 않다. 레토릭이 앞서서 결과를 그르치는 것이 무슨 실용이겠는가? 실용은 결과를 좋게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이다. 용어가 아니다. 진정한 실용을 말이 아닌 결과로 보여주기를 바랄 뿐이다. 주변국의 무시와 깔봄이 국민의 마음을 건드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5.29 15:10ⓒ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실용외교 #미국산 쇠고기 #독도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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