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죽게 생겼다, 저 송아지들 어찌할꼬"

축산농민의 절규... 광화문 네거리에 나가 통곡하고 싶다

등록 2008.05.30 09:23수정 2008.05.30 09:2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한우농가의 울부짖음 지난 4월 24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미국산쇠고기수입협상 무효화 전국 한우인 궐기대회에서. ⓒ 민종덕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국민의 반대여론을 짓밟고 끝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 고시'를 강행했다. 그동안 초중고생들도 참여한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연일 벌어지고, 전국민적 저항이 하늘을 찌를 듯 했음에도 말이다.


국민의 건강을 염려하고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정부라면 국민이 그토록 원하는 장관 고시를 연기하고 재협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해왔으나 그 기대를 여지없이 뭉개버렸다. 소비자의 한 사람임과 동시에 축산업에 종사하는 나로서는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

도시 물 먹은 나, 매제 설득해 한우 기르게 했는데

내가 한우를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004년이었다. 당시 한·칠레 FTA 체결로 국내 과수농가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충남 천안 성남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매제한테 과일 농사를 때려치우고 한우를 기르자고 제안했다.

당시 나는 그래도 도시 물을 먹었으니 시골에서 농사만 지어온 매제보다는 내가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더 잘 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앞으로 과일농사는 전망이 없으니 과일을 뽑아버리고 거기에다 축사를 지어 한우를 기르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수입 개방에 대해 염려되지 않은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당시 판단으로는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광우병 때문에 전면 수입은 어려울 것이다, 부분적으로(30개월 미만 뼈 없는 부위) 수입될 것이기에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다.


또 "수입 쇠고기에 맞서 누군가는 우리 한우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한우를 생산해야 한다"며 거기에다 내가 한우 유통(생협)에도 관여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매제를 설득시켰다.

a

신축 당시의 축사 ⓒ 민종덕



a

송아지 입식 당시 합천축협 송아지 경매장. ⓒ 민종덕



그 결과 2004년 11월부터 과수를 뽑아내고 축사 시공에 들어갔다. 축사는 399㎡ 2동, 퇴비사 108㎡, 관리사 208㎡ 규모로 2005년 10월에 완공되었다. 이 축사는 큰 소 80마리를 사육할 수 있는 규모이다. 축사 건립비용은 약 3억 정도 소요되었다.

우리는 여기에다 비육우와 번식우를 반반씩 하기로 하고 2006년 1월부터 송아지를 입식시켰다. 당시 송아지 시세가 상당히 비싸기도 했지만 우수한 송아지를 입식시키기 위해 합천까지 내려가서 등록우를 사다가 입식시켰다. 암송아지 25마리를 마리당 평균 330만원, 황송아지 16마리 평균 260만원에 매입했다.

이 송아지를 그동안 키워 황소 10마리는 지난 2월에 6800만원에 팔았다. 이 10마리를 키운데 든 비용을 계산해 보자. 그동안 사료 값이 대략 2500만원, 기타 인건비 등 부대비용 1000만원 가량을 따진다면 생산비가 대략 6100만원 가량 된다(개체 당 정확한 생산비 계산은 복잡한 점이 있다. 사료는 NON-G.M.O T.M.R 사료).

미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 이후 폭락한 소값

이 때만 해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소값이 떨어지더니, 급기야 4월 들어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고,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되고 난 이후에는 폭락했다.

폭락도 문제지만 당장 출하할 소가 있어서 소 거래업자한테 연락을 해도 축사에 와 보지도 않는다.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우리도 지난 4월 중에 암소 3마리를 출하해야 했는데 거래업자가 와 보지도 않았다. 할 수 없이 농협 부천공판으로 출하했더니, 2년 이상 키운 소 3마리에 1245만6000원이 입금되었다. 등급은 A1플러스, B1, B2였다(A, B, C는 육량, 1, 2, 3은 육질을 나타냄). 썩 잘 나온 등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낮은 등급이 나온 것도 아니다.

송아지 가격은 더 빠르게 하락해 2년 전에 비하면 마리당 160만원 가량 떨어졌다. 지금 낳은 송아지는 사자는 사람이 없어  팔기도 어렵게 되었다. 5월 28일 현재 전국 평균 송아지 가격이 166만268원이다. 큰 소도 지난해에 비해 마리당 50만원이 떨어졌다.

a

사료 값 인상을 통보하는 문자가 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 민종덕


반면에 사료값은 지난해 5월에 비해 20Kg 1포대 당 4950원 하던 것이 올 5월에는 6080원으로 올랐다. 사료값 인상이 여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매달 올라가 그 끝을 알 수가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매달 문자로 또는 공문으로 사료값 인상을 알리는 글이 오면 가슴이 덜컹덜컹 내려앉는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별장에서 하룻밤 자고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검역주권도 포기한 채 다 내 주었다.

그래놓고 귀국해서 한다는 소리가 "값싸고 질 좋은 고기를 먹게 되었다", "한우도 1억원짜리로 고급화시키면 되지 않느냐" 하면서 축산농가의 염장을 지르는 발언을 하고 다닌다.

1억원짜리 소를 생산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자본이 필요하고 그 판로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광화문 네거리에 나가서 통곡하고 싶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을 우려하는 국민의 원성에는 "안 사먹으면 되고, 업자가 수입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 하면서 분노한 국민 가슴에 불을 지르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제 와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말하면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국민은 연일 촛불집회를 통해 재협상하라고 아우성인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는 고사하고 "광우병 괴담"으로 몰아붙이고, 촛불집회를 배후세력이 있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취해야 할 태도인가? 묻고 싶다. 자국의 축산업이 붕괴될 상황인데도 마치 미국 축산업자를 대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국민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미국 비위를 맞추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 심히 걱정된다.

그동안 소통이 부족했다고 반성하는 대통령을 보고 국민이 그토록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으니 어쩌면 숨통이 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았는데 끝내 장관 고시를 해버렸으니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할지. 광화문 네거리에 나가서 통곡하고 싶다.

모든 생명체의 어린 것들은 몇몇 혐오스러운 것들 빼고 대개는 참 예쁘고 귀엽다. 하물며 오랜 세월동안 사람과 함께해 오며 사람의 생활에 큰 보탬이 되어 준 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예전에는 집에서 기르던 소가 송아지를 낳으면 큰 경사가 났다고 잔치까지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우리 축사에서 낳은 송아지가 전혀 반갑지도 않고, 예쁘거나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는커녕 저것들을 어찌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나날이 올라가는 사료값 폭등에다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한다고 하니 이 소를 계속 키워야 할지, 때려치워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죄 없는 소들이나 원망하면서 무너져 가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농민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국민의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농식품부 장관이 알량한 축산농가 대책이라는 것을 구색 맞춰 끝내는 고시를 강행했다. 국민적 저항을 어찌 감당할 것이며 사회적 비용은 어쩌란 말인가?

그나저나 당장 저놈의 소들을 어찌해야 할지 폭폭해 죽겠다. 공연히 죄 없는 소들이나 원망하면서 무너져 가야 한단 말인가!

나도 나지만 매제 가족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연히 한·칠레 FTA 피해를 피한답시고 설득시켜 한우를 기르자고 해 놓았더니 미국산 광우병의 덫에 걸려 죽게 생겼으니 말이다. 도시물 먹었다고 잔머리 굴렸더니,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이게 된 꼴이다.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할꼬!

a

새로 난 송아지 ⓒ 민종덕

#한우농가 #광우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