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 거의 모든 출구는 봉쇄됐습니다. 막힌 출입구에는 혹시나 있을 '비상'(?)에 대비해 전경들이 배치됐습니다. 모든 출구와 국민들의 마음까지 봉쇄된 채 이명박 정부는 어제는 물대포를 발포했고, 오늘은 분말소화액을 발포했습니다.
오승주
6월 1일 새벽에 물대포 진압이 있기 직전 돌아왔다가 그날 저녁에 다시 시위장으로 갔습니다.
마치 좀비처럼 온몸에 힘이 풀리고 좌절과 허무를 견디느라 마음은 황폐해졌지만, '그곳'에 가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지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군중들이 광화문에서 막혀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광화문의 상황이 내 마음과 같았습니다.
막혀 있는 닭장차를 몇 대 끌어내 보았지만, 바뀌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시민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 나도 한 사람이었습니다. 제 회사의 상사는 어제 경복궁에서 연행돼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버스 위에 올라가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내려가지 않으면 강제 연행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여자 경찰의 목소리로 "지금 여러분 때문에 시민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선동을 당장 멈추십시오"라는 말로 시민들을 자극했습니다. 급기야 어제 가공할 만한 위력을 보여주었던 살수포를 장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은 가방에서 우산과 우의를 꺼내 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살수포가 아니었습니다. 소화기 분말액이 흘러나오고 매캐한 연기에 시민들이 괴로워했습니다. 어제의 교훈으로 우산은 준비했지만, 마스크는 미처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마스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방 어딘가에서 손수건 한 장을 발견해서 얼굴을 가렸습니다.
2008년의 상황은 한마디로 '예측 불가능' 그 손수건은 땀이 많은 저에게 아내가 선물해준 것입니다. 여태 한번도 쓰지 못했던 손수건인데, 소화액을 막는 데 쓰고 말았습니다.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습니다. 아내를 데려오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우면서도, 앞으로 이 정부가 무슨 무기로 시민들을 잡을지 걱정이 됩니다. 만약 평화 시위가 보장된다면 아내의 손을 잡고 꼭 현장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시사IN>의 천관율 기자는 "어제 윤전기를 돌렸어야 하지만, 자신들이 작성한 기사가 정부의 어젯밤 도발로 휴지가 돼 버렸다"며 불평했습니다. 이처럼 2008년의 상황은 한마디로 '예측불가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