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 먹으면 그만?' 2MB 그 허접한 철학이여!

등록 2008.06.02 11:03수정 2008.06.0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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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가 처음 들어섰을 때 우리들은 사뭇 기대를 했었다. 재래시장의 불편함과 불결함을 익히 알고 있던 우리는 대형마트의 탄생을 제법 반겼다. 깨끗한 환경, 편리한 주차는 사람들의 발길을 대형마트로 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상품의 정리, 다양성은 곧 상품 소비의 욕구를 한층 더 부채질했다. 사람들은 대형마트의 탄생을 선택과 기회의 증가로 생각했고 사실 그러했다. 월마트, 까르푸 등과 같은 외국사에서부터 이마트 같은 국내 대형 유통 업체들도 있었고 당시엔 제법 신기한 구경이었다. 그리고 그들만의 승부가 치열해질수록 대형마트 혹은 삶의 질을 부르짖는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그들간의 리그가 끝나고 승자와 패자가 거의 분명해진 지금을 보자. 대형마트가 시장 바구니를 얼마나 가볍게 했는지를. 상위 4개 사가 매출 및 점포수의 70% 이상을 차지 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물가를 더 끌어 올리고 일자리를 잃게 한다는 통계는 많이 있다. 갖가지 편의와 위생, 주차의 편리함 대신에 물가를 몇 십% 올린 것이다. 비단 대형마트만 그럴리야 있을까. 상품이 있는 곳엔 독점이 있다. KT가 독점하고 있는 통신시장도 그러하고 자동차도 그러하고 어느것 하나 독점적이지 않은 것이 없을 지경이다. 유통의 독점은 특히 그 간 노조의 투쟁으로 얻어낸 급여 인상분 이상을, 독점을 방치한 덕분으로 잃어버렸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비싸면 재래 시장에 가서 사면 되지." 2MB이 "광우병 겁나면 안사먹으면 되지"라는 말이랑 비슷하게 들린다. 문장 구조도 거의 비슷하다. 사실 이 단순한 두 문장은 의미도 같다. 말 뒤편에는 다분히 자본주의의 웃기지도 않은 철학이 들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 어떤 사람들의 대표격이 2MB이다. 광우병이 겁나면 안 사먹으면 될 것 아닌가. 한편으로는 맞는 말 같이 들리지만. 그 말처럼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말도 없다. 2MB의 현실 인식의 수준이며 경제학의 수준이고 그 사람의 책임감의 수준이다. 아마 많은 수의 우리나라 보수 정치인들의 수준이라 할 것이다.

 

인간의 욕구는 그 자체로 순수하다. 욕구는 물론 절대적이지 않다. 사람마다 갈구하는 것이 다르고,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가난하다고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원시인들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지만 빈곤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2MB의 정책이 가리키고 있는 상위 1%를 제외하고는 모두 빈곤할는지도 모른다. 상품은 우리 주위에 널려 있고 우리는 언제나 구매할 의사가 있다. 단지 돈이 조금 부족할 뿐이다. 이런 상대적 빈곤이 사회의 절대적 관념이 되어 사회를 지배한다 .

 

상품은 욕구다. 상품은  "사지 않아도" 되지만 동시에 사야하는 대상이며 욕구이며 더 나가서는 우리 삶의 환경이다. 어떤 개인의 의지와 참을성으로 광우병 소고기를 사지 않을 자유는 있지만 우리 국민들이 먹어야 할 대상이 되는 것만으로 그 욕구는 절대성을 가진다. 반드시 소비된다는 말이다. 빈곤이 개인의 일이 아니듯.  미국산 쇠고기를 사야 할까 말까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더 싼 쇠고기를 먹어야만 하는 사람도 분명이 존재하는 것이다. 상품의 소비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시절은 오래전에 지났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마케팅 등의 개념들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이 사람을 선택하는 사회로 움직이고 있다. 감성적이고 즉각적인 구매, 개인의 성향을 분석하는 것과 통계적으로 그것을 정량화하는 기술은 현대 독점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이다. 상품이라는 권력에서 개개인은 저항하지 못한다. 80만원짜리 전화를 아이들에게 어쩔수 없이 사줄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된것이다.

 

혹자는 욕구는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에 대한 문제라고 말할 것이며 혹자는 구매의 패턴에 대한 문제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날 어떤 개인도 상품 권유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자유가 없다는 점에서 그 욕구는 절대적이고 동시에 폭력적이기도 하다. 광우병 무서우면 안사먹으면 되는 거고 생필품이 비싸면 재래시장을 가면 그만이지라는 그 말에 담긴  (그리고 그 절대적인 소비 강요라는 충분히 폭력적인 사회에서) 이명박의 서민과 노동자들에 대한 비아냥거림이 어른거린다.

 

빈곤은 절대적이다. 빈곤의 관념은 반드시 대상을 필요로 한다. 나보다 더  부유하고 질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사는 어떤 대상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그 관념은 충분히 사회적이고 역사적이고 영구적이라는 면에서 절대적이다.

 

"소고기를 안사먹으면 되지" 라는 발언은, 마음을 가다듬으면 네 마음 속에 깃든 빈곤감은 사라질거라고 말하는 큰스님의 말씀과 유사하다. 큰스님이 하시는 말씀이면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정치가가 그 말을 할때는 개소리가 되는 것이다.

 

광우병으로 단 한사람이 죽어도, 혹은 단 한사람이 위험에 노출될수 있다면 그 사회, 국가는 광우병 위험 지역인 것이다.  마치 언론자유가 조금 있다 고 말하는 것과 같다. 언론 자유는 없거나 있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김수영 시인의 말이 생각이 난다.

덧붙이는 글 | 그냥 적어봤습니다. http://js514.egloos.com/  제 블로그입니다. 

2008.06.02 11:03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그냥 적어봤습니다. http://js514.egloos.com/  제 블로그입니다. 
#광우병 #이명박 #정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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