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로 가격당해 피 흘리는 내 모습. 많은 사람들을 분노와 경악으로 들끓게 했던 문제의 사진이다. 나는 4일 내려앉은 코뼈를 세우는 수술을 받기로 돼 있다.
연합뉴스 박지호
곧 추스리고, 엎드려서 (눈이 나빠서) 땅을 더듬으며, 안경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고,
순식간에 계속 제 손에 뜨거운 액체가 쉴새없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 이끌려 전경차 바퀴 뒤쪽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강한 프레시 불빛을 느꼈지만, 전 소리조차 칠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휴대폰으로 구급차를 불렀고, 전경들 뒤쪽에 있으니 뚫고 와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쓰러졌고, 제 기억엔 길게 느껴지는 한참의 시간이었지만, 119에 의해 실려 한 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다시 ○○○○병원으로 옮겨져 십수바늘을 꿰매는 응급처치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친구가 검색해서 찾아준 몇몇 언론사 사진에 찍힌 사진으로 그 상황을 저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4일 코뼈 수술이 예정돼 있습니다. 전경들에게 밟히기는 했지만, 다행히 코가 내려앉은 부상 외에 큰 상처는 없습니다. 물대포에 맞은 어떤 분은 앞을 못 본다는 이야기도 들리더군요.
저는 안경을 잃었지만, 눈을 맞지도 않았고, 광대뼈나 입을 맞지도 않아 이가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하며,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건 누구를 탓하기 보다는,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우리는 폭도가 아닙니다. 우리는 오로지 우리와 후대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 뿐입니다.
아직도 "기말고사 책임져라"라는 학생들 목소리가 귀청을 울립니다. 일을 놓고, 하던 공부를 놓고 시청, 청계천, 광화문으로 나오게 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돌이켜보면 20여년전 서슬퍼런 4.13 호헌조치 앞에서도 국민들은 모였습니다. 당시 국민의 소망은 간절했고, 분노는 뜨거웠습니다. 6.10 항쟁은 군사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됐습니다.
비록 그때에는 조직적 투쟁으로 승리를 쟁취했지만,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도 시민의 높은 주인의식과 세대를 초월하는 가치와 신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비록 훈련된 경찰이 때리면 맞을 수 밖에 없는 맨손의 시민들이지만, 100만명, 1000만명의 목소리를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권을 내놓으라고 외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제발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줬으면 합니다. 눈을 막고 귀를 닫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었겠지만, 국민을 해고할 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의 승리, 그리고 국민의 참된 승리가 돌아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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