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근날 나온 도시락여러개라 박스에 담아 짊어지고 퇴근했다.
변창기
토요일, 특근이 잡혔다. 금요일 밤 9시까지 출근하여 밤샘 일하고 토요일 아침 8시 퇴근한다. 퇴근 30분 후 집에 도착해 씻고 밥 먹고 나면 오전 10시 정도 된다. 밥 먹고 바로 자고나면 얼굴이 부어 오르고 배에 기름기만 늘어나니 두어 시간 정도 소화 시키고 자느라 컴퓨터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본다.
정오 12시나 오후 1시 넘어 잠시 눈을 붙이고 난 후 오후 3시 30분경 깬다. 눈꺼풀이 무겁고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일어나야만 한다. 정신 차리고 아내가 차려놓은 밥을 주섬주섬 위장으로 밀어넣고 물 한 잔으로 목에 걸려 덜 넘어간 음식을 마저 밀어넣는다.
오후 4시가 넘어 집을 나서면 오후5시 되기 전에 현장에 도착한다. 원청 사무실에 들러 출근 눈도장 찍고 일터로 간다. 오후 5시부터 작업 시작하고 나면 중간에 화장실 한 번 다녀오는 휴식이 있고 밤 9시에 참을 먹게 된다.
30분 주어지는 시간 안에 3000원 하는지, 5000원 하는지 하는 도시락을 다 먹어야 한다. 30분 후 다시 일을 시작하여 다음날(일요일) 새벽 1시부터 2시까지 야식 시간이다. 그땐 식당 가서 밥을 먹는다. 새벽 2시부터 6시간을 두 시간 마다 쉬면서 다시 일해야 한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8시 드디어 퇴근시간이다.
퇴근 때 나는 짐을 한보따리 싸들고 간다. 박스 안에는 전날 밤 9시에 나온 도시락이 여러개 들어있다. 속이 좋지 않아 그런지 몇몇은 도시락 대신 컵라면으로 배고픔을 달래고 일한다. 남은 도시락은 모두 버려지고 쓰레기로 변한다.
나는 버려지는 게 아까워 주워 모은다. 농민이 봄부터 가을까지 땀흘려 농사지은 쌀로 만든 밥과 반찬일 것이다. 또한, 도시락 하나 나오기까지 수많은 노동자들의 수고가 서려있을 것이다. 아까운 도시락을 버려 쓰레기로 변하게 한다는 게 안타까웠다.
"와~ 오늘 몇 만원 벌었네."
별로 시답잖은 반응을 보이면 어쩌나 했는데 아내가 한 박스 짊어지고 온 도시락을 보며 반긴다. "쓰레기 차는데 뭘 가져와"라고 하면서 언짢은 반응을 보일 수도 있음에도 아내는 그 귀찮은 뒷처리를 감수하면서 반기고 있는 것이다.
부자의 아내라면 거들떠도 안보는 싸구려 도시락인데 말이다. 아내는 귀찮을 법도 한 1회용 도시락 뒷처리를 일일이 했다. 반찬은 뜯어 각 반찬 그릇에 담고 국은 뜯어 냄비에 부어 모은다. 그리고 밥은 나중에 식혜할 거라며 위생 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 했다. 그리고 빈 도시락 용기는 모아서 재활용 처리하는 곳에 가져다 두었다. 아내는 참, 알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