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국보다 중국이 더 중요하다

[주장] 대미관계 변화 필요...한미 FTA보다 한중FTA 고민해야

등록 2008.06.05 14:21수정 2008.06.0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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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대사인 버시바우는 30개월 이상된 소의 수출을 금지해 달라는 유명한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한국민이 과학을 좀 더 배우길 바란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외교관례 상 참으로 예의에 벗어난 발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릴 정도로 무례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위법과 탈법, 편법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을 뽑은 우리의 업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안에서 싸우는 형제도 밖에서 얻어맞고 오면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당연하지 않은가.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도 우리나라가 미국에게 이런 식으로 당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강대국과 약소국의 협상에서 완전한 평등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자존심과 위상의 손상까지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협상내용을 보면 미국인들은 먹지도 않고 사료로 사용하는 30개월 이상 된 소를 우리에게 수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심히 불쾌하다. 특정위험부위(SRM)만 제거하면 아무 이상이 없다는 정부나 재협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미국대사의 말에는 진정성이 없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미국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주한 미군문제나 이라크 파병문제, 그리고 한미 동맹에서 한국은 항상 약자였고 불편한 관계를 참아야하는 처지였다. 이제는 더 넓게 더 깊게 생각하고 또 생각할 때가 왔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국가가 어느 국가인지 ‘전략적으로’ 판단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정치나 군사, 경제, 문화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우리의 진정한 파트너가 누구인가를 생각해 볼 시기가 왔다는 말이다.

이참에 탈 이념뿐만 아니라 탈 미국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미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단순한 관계일 뿐이다. 우리가 미국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미국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서로 각자의 이상과 목표를 갖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미국의 이익이 우리의 이익도 아니고 우리의 불행이 미국의 불행이 되는 것도 결코 아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미국은 미국일 뿐이다.

대미 무역의존도는 갈수록 떨어져 현재 10% 중반에 머물고 있고, 이에 비해 대 중국 무역의존도는 일본과 미국을 제치고 가장 높다.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70%가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무역규모가 큰 나라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항간에 한미 FTA보다 한중 FTA가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대 중국 무역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미국의 중요성은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냉전시대의 산물인 한·미공조의 강화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인 해외 미군순환배치는 우리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한·미공조의 강화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전략적·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는 차원이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보다는 대 중국 견제가 우선이고 동북아시아 군사전략의 일환이다. 

그래서 우리가 신중해야 한다. 미국과의 한·미공조를 통해 중국과 대립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를 갖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북한과 군사 대치를 하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인접국과의 긴밀한 협조와 협력은 다른 어느 것보다 우선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의 동조와 우애도 중요하지만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운 중국과 협조적이고 우애적인 관계를 갖는 것은 더욱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방문에서 한·미공조의 강조 때문에 중국의 심기가 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것만 보더라도 주변국가와의 긴밀한 협조와 협력이 북핵문제의 해결이나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경제측면에서 보더라도 미국보다는 중국에 더 접근하는 전략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 중국 무역의 급속한 증가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중국의 경제 파트너로서의 중요성은 눈에 보이듯 분명하다. 소비자라는 측면에서 중국의 인구를 고려하면 재고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의 경제 공동체 ‘친디아’(chindia)의 위력은 가공할 만하다. 전 세계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구를 생각하면 앞으로 10년 안에 모든 경제의 힘은 중국과 인도 즉, 아시아로 넘어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보았을 때, 미국의 힘은 서서히 사그라지고 있다. 소비나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경제적 파워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중국과의 ‘전략적 동맹관계’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친밀한 전략적 동맹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생명과 미래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만 바라보고 모든 것을 미국에 의존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우리의 시야를 더 넓게 더 멀리 넓혀야 한다. 근시안적인 전략이나 임시방편적인 전략은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북핵문제나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 우리의 현명하고 거시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미 FTA에 목숨을 걸고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기보다는 차라리 한중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이런 전략을 통해 자연스럽게 탈냉전을 가속화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서서히 발을 빼는 것이다.

미국과 긴밀한 동맹관계를 위한 한·미공조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한 차원 높은 전략적 동맹관계가 절실히 요구된다.
#한미공조 #중국과 전략적 동맹관계 #촛불문화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탈미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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