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광주 금남로 촛불집회

'청소년 중심'에서 '어른 중심'으로... 민주당도 광주에서 규탄대회 열어

등록 2008.06.06 01:41수정 2008.06.06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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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5일 광주 금남로 촛불을 들고 모인 시민은 약 1000명에 달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청소년은 거의 눈에 띄지않고 성인들이 참가자들의 80%에 달햇다.

5일 광주 금남로 촛불을 들고 모인 시민은 약 1000명에 달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청소년은 거의 눈에 띄지않고 성인들이 참가자들의 80%에 달햇다. ⓒ 이주빈


a  5일 촛불집회에서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5일 촛불집회에서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 이주빈


a  강박원 광주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광주시의회 의원들도 금남로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강박원 광주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광주시의회 의원들도 금남로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 이주빈


광주 금남로에서 연일 개최되고 있는 촛불집회의 양상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우선 촛불집회의 주된 참가자들이 바뀌고 있다. 5일 저녁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가자의 80%는 성인이었다. '촛불집회=청소년 중심'이라는 틀이 깨지고 있다.

계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주부, 목사, 시의원 등이 한자리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특히 대학생들과 노동자들은 점차 조직적 참여경향을 보이고 있다.

5일 저녁 7시 30분부터 금남로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약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청소년의 참가는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고 그 자리를 어른들이 채웠다.

지난 5월 6일부터 촛불집회에 참가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미리내씨는 "갈수록 성인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면서 "민주노총도 조직적 참여를 시작하고 있어서 "개별중심에서 조직적(저항)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현장분위기를 전했다.

강박원 광주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들도 촛불을 들고 금남로 아스팔트에 시민들과 함께 앉았다. 시국기도회를 마치고 온 목사들도 거리에 앉았다. 광주장애인협회 회원들도 촛불을 들고 앉았다. 411일만에 복직한 광주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함께 했다.

시의원, 장애인, 목사, 주부가 한 자리에 모여 촛불집회


여느 때보다 축제같은 분위기였지만 자유발언을 통해 주장하는 내용은 날이 갈수록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 시민은 "미친 소가 시민들을 체계적으로 학습시키고 있다"고 했다. 시민들은 쇠고기 문제로 시작해 한미FTA, 의료보험 민영화, 한반도 대운하, 수돗물 사유화 등을 경계하자고 말을 끝내는 식이다.

강박원 광주시의회 의장은 "미국민도 안 먹는 쇠고기를 국민건강은 생각지도 않고 먹으라고 한다"면서 "이것이 국민을 섬기겠다고 하는 자세냐"고 따져 물었다. 강 의장은 "국민들은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재협상이 관철될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자신을 "쉰한살 먹은 담양 언니"라고 소개한 한 주부는 "여기 시의원들 와 있지만 국회의원과 시의원들 반성해야 한다"면서 "초딩·중딩·고딩들이 애써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시민들의 삼행시에선 날선 재치가 번뜩였다.

"게 뭔 짓이여/줄 앞당기네/터지고 싶냐" (한 시민의 '이명박' 삼행시)
"친 소를 국민에게 먹이려는/미 정권은/~옥 좀 차리쇼"(전남대생의 '미친 소' 삼행시)

자유발언에 나선 한 시민은 "이 대통령이 나라를 회사로 보고, 국민을 부하 직원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면서 "이제 임기 채운 걸로 인정하고 이 대통령을 전직 대통령으로 불러주겠다"고 퇴진을 요구했다.

민주당 "재협상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등원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a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도 광주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재협상 실시하기 전 등원거부"를 거듭 확인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주선, 주승용, 김영진, 최인기, 정세균 의원, 손학규 대표, 추미애 의원)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도 광주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재협상 실시하기 전 등원거부"를 거듭 확인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주선, 주승용, 김영진, 최인기, 정세균 의원, 손학규 대표, 추미애 의원) ⓒ 이주빈


한편 통합민주당도 손학규·박상천 대표 등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광주에서 '쇠고기 재협상 촉구 광주전남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오후 6시 광주공원에서 열린 민주당 규탄대회에는 약 500여명의 당원과 시민이 모였다.

손 대표는 규탄사를 통해 "한국인들은 과학을 더 배워야 한다"고 말한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를 향해 "주재국 대사로 있을 수 없는 오만방자한 자세"라고 거듭 비난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은 꼼수정치를 그만 두라"고 요구하면서 "언제든지 국회에 등원할 용의가 있으니 쇠고기 재협상부터 하라"고 압박했다.

박 대표도 규탄사에서 "오늘은 국회등원일인데 등원하지 않고 광주로 왔다"면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80%가 넘는 국민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등원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인기 정책의장은 "쇠고기 졸속협상, 퍼주기 협상에 대해 성난 민심이 들불처럼 전국 방방곡곡에 번지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은 절망의 나락으로 갈 것인지 이제라도 국민 뜻을 받들어 재협상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이날 연사 중 가장 큰 환영을 받은 추미애 의원은 "미국 쇠고기 수출업자에게 국민건강을 맡기겠다는 것인가"고 묻고 "대통령의 책무를 포기하고 더 이상 동문서답 하지 마라"고 요구했다. 그는 "일방통행식 독재"라고 이 대통령 통치를 규정하고 "독재에 맞서 촛불들 민심이 승리하고 있다"고 현 시국을 진단했다.

광주에서 규탄대회를 연 제1야당도, 27일째 촛불집회를 이어온 광주시민도 "재협상만이 유일한 대안"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추 의원의 지적처럼 이제는 대통령과 정부가 동문서답하지 말고 분명한 답을 내놓을 차례다. '국민과의 대화'마저 무기연기한 이 대통령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광주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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