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반대 29차 촛불집중문화제에 참석했던 수만명의 시민, 학생들이 서울광장~명동~종각을 행진한 뒤 세종로 네거리에 집결해 있다.
권우성
이러한 현상은 그 자체로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번의 촛불 시위에서 우리가 무엇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원인이다.
수많은 시민들이 한 달이 넘도록 촛불을 들고 밤거리의 어둠을 밝히고 있는 까닭은 광우병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을 결정해서 광우병 위험을 전면화했다. 시민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광우병 위험에 대한 과학적 인식은 세대, 계층, 지역, 성별 등의 차이를 떠나서 절대다수 시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쇠고기는 사실상 모든 한국인과 연관된 보편적 음식이고, 이에 따라 광우병 위험은 생명과 건강을 우선시하는 생활정치의 전면화를 가져왔다. 이것이야말로 이번의 촛불 시위에서 나타난 정치적 핵심이다.
'광우병 위험 감수 세력' 대 '광우병 위험 예방 세력'이명박 정부가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개선하기 위해 진정으로 최선을 다했다면, 아마도 촛불 시위는 진작에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잘못을 비판하는 시민들을 바보로 비난하고 심지어 정적으로 몰아붙였다.
이렇게 해서 이명박 정부는 생활정치를 권력정치로 전환시켰다. 그 결과 '광우병 위험 감수 세력' 대 '광우병 위험 예방 세력'의 구도가 형성되었다. 전자는 한 줌의 이명박 세력으로 이루어진 반면에 후자는 절대다수 국민들로 이루어졌다. 이를테면 '광우병 룰렛'을 강요하는 이명박 세력에 맞서서 '광우병 위험 예방'을 요구하는 '국민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이명박 세력은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 조중동, 그리고 뉴라이트 등 보수세력을 망라한다. 이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성공시대'를 내걸었다. 그러나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대운하'에 이어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을 강행함으로써 이명박 세력이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국민실패시대'라는 불안과 우려가 커졌다.
이명박 정부는 거짓말과 밀실행정을 거듭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그저 이명박 대통령을 감싸고 있고, 조중동은 황당한 기사들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고, 뉴라이트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강변하며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 이렇듯 광우병 위험은 이명박 세력의 문제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