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이 관행적 표현? 추부길씨, 목사 맞습니까

[주장] 기독교의 '사탄'은 특정 세력을 지칭하는 구체적인 용어

등록 2008.06.09 16:32수정 2008.06.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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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부길 청와대 정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자료사진).

추부길 청와대 정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자료사진). ⓒ 권우성

추부길 청와대 정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자료사진). ⓒ 권우성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발언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지난 5일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한국미래포럼 창립 2주년 및 범인 설립 감사 예배' 기도회에서 추부길 비서관이 최근 촛불시위에 대해 "사탄의 무리들이 판치지 못하도록 기도해 달라"고 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이후 인터넷에서는 추 비서관과 함께 덩달아 '좌파 빨갱이' 발언을 했던 김홍도 목사도 싸잡아 욕을 먹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자 추 비서관은 "이는 기독교계에서 기도나 연설 말미에 통상적으로 쓰는 관행적 용어일 뿐이며 특별한 집단을 지칭한 발언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변명'이라고 넘어가기에는 그의 '목사'라는 신분과 평소 교회에서 '사탄'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또 언제 사용하는지 구체적으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먼저 당시 추 목사의 축사 전문을 검토해 봤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인 듯하다.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는데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이라는 (마태복음 7장 9절)의 말씀이 지금 온 국민의 비난을 받는 대통령의 마음일 것입니다. 이 세상 어떤 아비가 자식에게 독을 쥐어주겠습니까? 이 세상 어떤 위정자가 국민에게 악의 씨앗을 뿌리겠습니까? 이 세상 어떤 정부가 일부 방송과 세력이 주장하는 위험천만한 질병을 국민에게 확산시키겠습니까?"

 

성경을 인용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아비'에 비유했다. 원래 성경에서 예수가 '아비'라고 비유했던 대상은 '창조주 하나님'이다. 뭐 그렇더라도 여기까지는 정서상으로나 성경적으로도 그리 빗나간 비유는 아니다. 어차피 예수도 '비유'로 사용한 것이니까. 어쨌든 연설 말미에 언급했던 문제의 발언 부분을 보니 이렇다.

 

"마지막으로 한국미래포럼의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와 '사랑의 실천 행사'는 긍정적 에너지로 가꾸어 갈 이 나라의 미래 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라의 발전을 고민하는 기도회, 그리고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는 행사는 부정적 에너지로 국민을 불안하게 해서 분열로 이익을 얻으려는 사회단체에 큰 의미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고민하시는 국가의 미래와 나누고 계시는 사랑이 바로 이 나라의 내일입니다.

 

앞으로도 이 나라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더 많은 가르침과 채찍질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기 감히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추 목사는 "교회의 통상적인 관행으로 사용하는 말"이라고 했는데, 그의 축사 전문을 살펴보니 그렇지 않다. 사탄의 무리, 또는 사탄의 세력 등을 언급한 부분이 또 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을 위협하는 것은 쇠고기나 자유무역협정(FTA)이 아닌 과장되고 왜곡된 진실을 위장한 거짓입니다. (중략)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는 마태복음 7장 15절 말씀은 이 시대에 큰 의미를 주고 있습니다. 진실을 감추고 순수함을 가장한 사회단체가 세상을 불안하게 하는 이 세상입니다."


위의 두 문장에서 '사탄'이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그러나 기독교인으로 목사의 설교를 듣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다 안다. 즉 "사실을 사실로 인식하지 못하고 왜곡 시키며 진실을 거짓으로 바꾸는 세력, 이 세력은 사회단체라는 이름으로 가장한 거짓 선지자들"의 배후는 바로 '사탄'을 지칭한 것이다.

 

'자주' 사용하는 말을 '생각없이' 사용한 추부길

 

a  기독교연합회단체 회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정부의 미국산쇠고기 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뒤 철야 촛불기도회를 하고 있다.

기독교연합회단체 회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정부의 미국산쇠고기 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뒤 철야 촛불기도회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기독교연합회단체 회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정부의 미국산쇠고기 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뒤 철야 촛불기도회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사실 기독교에서 너무 자주 '사탄'이라는 말을 사용하는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감기만 들어도 "병마(질병의 마귀)를 물리쳐 주시고..." 혹은 사업이 안되면 "사업을 방해하는 사탄의 세력을 막아주시며..."라는 기도를 너무나 흔히 듣게 된다. 따라서 추 목사의 '사탄' 발언은 자신의 말처럼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흔히' 그리고 '자주' 사용하는 '관행적인' 술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추 목사는 이처럼 '자주' '흔히' '누구나' 사용하는 말을 마치 '생각없이' 사용해도 된다고 착각한 듯하다. 여기서 본격적으로 추 목사의 이 발언에 대해 두 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하려 한다.  

 

첫째, 사탄의 세력과 천사의 세력을 눈에 보이는 단체로 나눠버렸다는 점이다. 인간은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다. 또 한 인간의 내면 속에서도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며 성경에서도 예수가 베드로에게 "사탄아 물러가라"고 꾸짖었지만 결국 베드로는 십자가에 거꾸로 메달려 순교했고, 천국의 열쇠를 약속 받았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세력, 즉 선과 악을 구분지을 때는 특별히 조심스럽다. 절대적인 선인도 없거니와 절대적인 악인도 없기 때문이다. 추 목사도 이 부분은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선과 악의 분명한 구분이 없는 두 세력에 대해 너무도 생각없이 "나는 천사, 너는 사탄" 이라는 구분을 해 버렸다는 것.

 

두 세력이 서로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추 목사는 목사답지 않게 '선과 악'이라는 너무나 이분법적인 기준을 들이대 버렸다. 

 

성경에서도 이런 점을 경계한다. 마태복음 5장 33절~37절을 보자.

 

"또 옛 사람에게 말한 바 헛 맹세를 하지 말고 네 맹세한 것을 주께 지키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도무지 맹세하지 말지니 하늘로도 하지 말라 이는 하나님의 보좌임이요. 땅으로도 하지 말라 이는 하나님의 발등상임이요 예루살렘으로도 하지 말라 이는 큰 임금의 성임이요. 네 머리로도 하지 말라 이는 네가 한 터럭도 희고 검게 할 수 없음이라.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느니라."  

 

어떤 주장을 할 때 함부로 맹세나 약속, 그리고 다짐을 하지 말고, 다만 자신이 판단할 때 "내가 생각할 때는 이것이 옳은 것 같다"라는 수준을 넘지 말라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무한책임'을 질 만큼 전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추 목사 발언의 문제점은 '사탄'이라는 말은 그의 주장과는 달리, 매우 구체적인 용어라는 사실이다. 이 부분에서 그가 목사라는 사실이 의심스럽다. 사탄에 대한 인식이 "그냥 해 봤어"라고 넘어가는 태도야 말로 기독교인들에게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왜냐하면 그가 믿고 따르는 성경, 특히 그가 인용했던 (마태복음)조차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마태복음 4장 1절).

 

"예수께서 성령에게 이끌려 마귀에게 시험받으러 광야로 가사 사십 일을 금식한 후에 주린지라 (중략) 마귀가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천하 만국과 영광을 보이며 엎드려 경배하면 모든 것을 주리라. 이에 예수께서 말하되 사탄아 물러가라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신 6:13)'하니라. 이에 마귀는 예수를 떠나고 천사들이 수종드니라."

 

이처럼 성경에 등장하는 사탄은 때로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때로는 자신의 모습을 아름다운 천사로, 때로는 권력자나 독재자로 등장한다. 물론 추 목사가 '사탄의 존재' 자체를 왜곡하지는 않았다. 

 

사탄의 조종을 받고 있는 집단이 누군지 모르시나?

 

문제는 목사의 신분으로 그의 말처럼 '관행적'으로 '사탄의 세력'을 언급한 것은 어린 아이들도 눈치챌 만큼 "어떤 특정 집단을 배후조종하는 세력"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덩달아 김홍도 목사는 '좌파빨갱이=기독교를 박해하는 사탄의 세력'이라는 구조를 누구보다 자주, 구체적으로 언급해 왔다는 사실이다. 

 

독일 여성 신학자 도로테죌레는 그의 책 <고난>에서 "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힌 채 엄마 품에 안겨 굶어 죽어가는 어린아이의 눈물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했다"고 했다. 장담하건데 국민들의 호소와 분노에 귀를 막아 버리고 오직 측근들의 아첨이나 들으면서 푸른 기와집에서 오늘도 맛있는 한우로 배불리고 있는 어떤 이의 밥상 위에는 하나님은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09 16:32ⓒ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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