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십자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체첸 등에 집속탄이 산재해 있어 약 4억 명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이라크전 모습.
연합뉴스
5월 30일, 111개국 대표들은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에서 '집속탄 금지 협약(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2006년 11월 노르웨이 정부의 제안으로 시작된 '오슬로 프로세스'가 1년 6개월 만에 역사적인 성과를 낸 것이다. 협정 초안에 합의한 111개국은 올해 12월에 공식 서명을 거쳐, 내년 6월에 공식 발효를 목표로 삼고 있다.
'확산탄'으로 불리기도 하는 집속탄은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인도적인 문제를 야기하면서 '없애야 할 대표적인 무기'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어 왔다. 항공기, 미사일, 야포 등에서 투하되는 집속탄은 대형 폭탄이 공중에서 수백개의 소형 폭탄으로 분리·폭발해, 축구장 2~3개 크기 안에 있는 사람들에 치명상을 입힌다.
특히 소형 폭탄의 상당량은 불발탄으로 남아 있다가 대인지뢰처럼 터져 민간인에 큰 피해를 준다. 인권단체들은 어린이들이 장난감인 줄 알고 만졌다가 터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또한 불발탄이 여기저기에 산재해, 전후에도 피해를 줄 수 있어 재건 사업과 난민 재정착에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집속탄을 '대량살상무기'라고 부른다.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피해 범위가 광범위하며, 미래 세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집속탄에 의한 사망자 수는 수만 명에 달한다.
미국, 언제까지 북한 타령할 것인가?집속탄 금지 협약을 지지해 온 국제적십자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체첸 등에 집속탄이 산재해 있어 약 4억 명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유엔은 200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당시 약 4백만 개의 집속탄의 소형 폭탄이 투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100개국 이상이 집속탄 금지 협약에 합의한 것은 보다 안전하고 정의로운 인류 사회를 만드는 데 쾌거라고 일컬을 만하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리틀 아메리카'라고 조롱을 받아온 영국과 일본조차도 미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집속탄 사용 금지에 동의해 협약 체결에 물꼬를 튼 것 역시 이러한 인도주의적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협약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된다. 우선 대표적인 집속탄 보유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가 이 협약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 세 나라의 집속탄 보유량은 10억 개로 추산된다. 그만큼 이들 나라가 빠진 협약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또한 금지 대상을 '현재' 보유한 것으로 한정함으로써, 새로 개발하는 집속탄 보유에 길을 터준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아울러 협약 체결국이 미국과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것 역시 인정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집속탄 보유국이자 사용국인 미국은 '집속탄의 군사적 유용성'을 강조하면서 이 조약의 서명을 거부하고 있어 미국 안팎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량살상무기와의 전쟁'을 선포해 예방적 선제공격 전략까지 채택한 미국이 정작 이들 무기를 없애고자 하는 국제적 노력에는 무시와 거부로 일관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정부는 북한의 남침 격퇴 등 재래식 전쟁에서 집속탄은 동맹국을 도울 수 있는 수단이라며, 집속탄 금지 협약 서명 거부의 핵심적인 이유로 북한을 들었다. 미국은 1997년 대인지뢰금지협약 제정 당시에도 같은 이유로 이 조약의 서명을 거부 한 바 있다. 미국이 자신의 '예외주의'를 관철하는 데 북한 등 미국이 지목한 '깡패국가'들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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