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에서 생긴 여대생의 로맨스

[작가와의 만남] <호텔 마다가스카르>의 저자 JIN

등록 2008.06.10 09:46수정 2008.06.12 12:07
0
원고료로 응원
a

<호텔 마다가스카르> 책 표지 ⓒ 시공사


아프리카 동쪽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 대한 흥미로운 여행서를 한권 읽었다. 25살의 여대생 JIN이 쓴 <호텔 마다가스카르>가 바로 그 책이다.

<호텔 선인장> <호텔 캘리포니아>를 연상시키는 제목의 책, 여기에는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JIN은 지난해 봄 마다가스카르로 훌쩍 떠나서 약 3개월간 그 섬에 머물었다. 그리고 나서 쓴 여행기가 바로 <호텔 마다가스카르>다. 그 여행을 위해서 잘다니던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3개월 동안 프랑스어 학원에 다녔다.

과외를 해서 번 돈으로 배낭과 휴대용 정수기, 디지털카메라 등을 사들였다. 몇 개월 동안 매일 밤마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10바퀴 이상 뛰면서, '이대로 마다가스카르까지 달려가는 거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낯선 곳으로 혼자 떠나기 위한 만점짜리 준비 아닐까.

지난해 가을에 개인적으로 JIN과 몇차례 메일을 주고 받은 적이 있었다. 내가 <오마이뉴스>에 마다가스카르 여행기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를 연재할 때였다. JIN은 '저와 비슷한 시기에 마다가스카르에 다녀오셨네요'라면서 반가워했고, 나는 다음(Daum) 여행카페에 놀러가서 그곳에 연재중이던 JIN의 여행기를 읽었다. 카페에 연재할 당시 그 여행기의 제목은 <새까맣고 기분좋은 내가 있었다>였다.

올해 4월 말, 이 두 편의 여행기는 거의 동시에 책으로 묶여서 나왔다. 비슷한 시기에 각자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하고, 같은 기간동안 서로 다른 사이트에 자신의 여행기를 연재한 것이다. 그리고 또 며칠 간격으로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했으니, 이것도 어찌보면 재미있는 인연이다.

한 명은 20대의 여대생, 다른 한 명은 30대의 남성. 나이와 성별은 달라도 '마다가스카르'라는 공통 주제를 놓고 마주 앉으면 할 얘기가 참 많을 것이다. JIN을 만나게 된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같은 곳을 여행한 경험을 책으로 출간한 두 사람

지난 5일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의 발행인 최육상 시민기자와 함께 서울의 대학로에서 JIN을 만났다. <호텔 마다가스카르>의 첫 장에는 '멋지게 그을린 아프리칸 걸이 되고 싶었어'라는 구절이 있다. 대학로에 나타난 JIN은 늘씬한 키에 뿔테안경, 짧은 치마 차림이었다. '검게 그을린 아프리칸 걸'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패션잡지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1차로 고기집에 자리잡고 소주를 마시면서 나도 모르게 이 질문이 먼저 나왔다.


"렁드리하고는 지금도 연락해요?"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하는 동안 JIN은 자기보다 10살 가량 연상인 '렁드리'라는 이름의 현지남성을 만난다. 현지에서 휴대폰을 구입한 JIN은 여행하는 동안 렁드리와 꾸준히 문자를 주고 받고, 수도에 오면 그와 함께 식사를 하고 때로는 질투란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여행 스캔들'이라는 책의 부제목도, 로맨스 냄새가 풍기는 <호텔 마다가스카르>라는 제목도 어쩌면 렁드리하고의 만남과 이별 때문인지 모른다.

"렁드리하고는 지금도 가끔씩 메일 주고받아요. 책의 제목은 제가 여러 가지로 생각했었어요. 카페에 연재했던 그 제목도 있었고. '어느날 내가 마다가스카르에 간다면', '바오밥나무의 연애사', '쁘띠 아프리카'라는 제목도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편집부하고 의논해서 최종적으로 정한 것이 지금의 제목이에요."

JIN이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한 것은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다. 그곳을 떠난 지 1년 가량 되었으니 이제는 열심히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슨 미련 때문인지 다시 가고 싶다고 한다.

"원래는 마다가스카르에 6개월 정도 있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비자가 세 달짜리 밖에 안나와서 그렇게 못했죠. 다음에 또 갈 거예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에 가면 꼭 칭기(Tsingy)에 가보려고요."

JIN의 여정은 마다가스카르의 남북을 가로지른다. 수도인 안타나나리보(Antananarivo)를 시작으로 피아나란추아(Fianarantsoa), 마나카라(Manakara), 이살로(Isalo), 이오시(Ihosy), 포르트도팽(Fort-Dauphin), 마하장가(Mahajanga), 디에고(Diego)까지 이어진다. 남북으로 길쭉한 마다가스카르의 남쪽 끝(포르트도팽)에서 북쪽 끝(디에고)까지 종횡무진한 것이다.

낯선 곳에서의 만남을 꿈꾸는 여행

a

동동주 원샷! ⓒ 김준희


그리고 그곳에서 모두 현지인들과 만남을 갖는다. 호텔에서 묵은 적도 있지만, 새롭게 사귀게 된 사람들 집에 초대받아서 며칠씩 머무는 적도 많다. 그를 통해서 일반적으로 현지인들이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사는지, 무슨 음식을 먹는지, 그들의 생활방식이나 대화습관은 어떤지 등을 꼼꼼하게 관찰하며 사색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통해서 였어요. 거기에 한번 언급돼요. 그때는 '이 나라는 뭐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아프리카에 가고 싶고 또 섬나라고 그래서 가게 된 거예요."

마다가스카르의 지방은 도로사정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포장도로가 끊기는 곳도 많고 아예 도로가 없는 곳도 있다. <호텔 마다가스카르>에서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는 이오시에서 포르트도팽까지 소형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부분이다. 버스는 비포장길을 따라서 꼬박 2박 3일을 달려간다. 달리는 도중에 비 때문에 길이 무너진 곳이 나오면 승객들이 모두 내려서 운전사의 지시대로 길을 '만들면서' 달려야 한다.

자유를 찾아서 여행을 떠난다고는 하지만 거기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JIN에게 그 대가는 낡은 버스에서 잠도 못자고 며칠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불편, 입에 안맞는 현지의 음식, 밤만 되면 벽을 기어다니는 수십마리의 바퀴벌레들, 인적없는 산길에서 마주친 돈을 달라는 사람들, 악취가 나는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그런 어려움을 견디면서 3개월간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현지인들과의 만남에서 얻는 순수한 기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현지인들과 어울려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고 맥주를 마신다. 그들과 함께 전통 무술을 배우기도 하고, 헤어질때면 뺨에 입을 맞추는 식의 인사법에도 익숙해진다. 이런 만남은 JIN이 한국을 떠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인천을 떠나서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태국인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런데 제가 아프리카에 간다고 하니까, '거기 가면 먹을 것 없다'라고 하면서 주위 태국인들한테서 빵을 걷어서 전부 저한테 주는 거에요(웃음)."

마다가스카르, 라오스를 거쳐서 파키스탄으로

마다가스카르에서 어려웠던 점 또 한가지는 바로 더위였다. 별다른 자외선차단크림이 없었기에 팔에 화상을 입을 정도로 더웠다고 한다. 그럴때면 오이를 썰어서 그 부위에 얹어 놓고 열기를 식혔다고.

저자는 그렇게 3개월 간의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마친후에 한국으로 바로 돌아오지않고 3개월 동안 다시 혼자서 라오스를 떠돌았다고 한다. 이제 여행에 중독된 것일까. 다음 여행지로는 어디를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파키스탄에 가려고요. 제가 아는 여행자한테 자전거 도로를 추천해 달라니까 그 길을 얘기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친구랑 같이 자전거 가지고 거기에 가볼 생각이에요."

중국의 카쉬가르(Kashgar)에서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Islamabad)를 연결하는 카라코람하이웨이(Karakoram Highway)를 말한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여관이 있으면 들어가서 자고, 아니면 그냥 텐트치고 노숙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다가스카르, 라오스, 다음은 파키스탄. 어찌보면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그런 장소만을 찾아다니는 셈이다.

JIN이 파키스탄에 다녀오면 또 한권의 멋진 여행서가 나오지 않을까. 고기집에서 1차를 마친 우리들은 동동주를 파는 주점에서 또 한잔을 마셨다. 그 후에도 다시 한번 자리를 옮기고 나서야 이날의 만남은 끝이 났다.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동경, 일상에서의 탈출, 단조로운 생활에서의 변화, 아니면 여행지에서 생길지 모르는 달콤한 스캔들까지. 어쩌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낯선 곳에서의 만남을 은밀히 기대할지 모른다. 여행은 떠남이고, 떠남은 곧 새로움과의 만남을 전제로 하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마다가스카르는 여행지로서 좋은 장소일 것이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곳에서는 파도가 흥얼거리듯 다가오고, 태양이 소프라노의 곡을 부르며, 맨발로 바닷가를 거니는 새까맣고 기분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호텔 마다가스카르> 유효진 지음. 시공사 펴냄.


덧붙이는 글 <호텔 마다가스카르> 유효진 지음. 시공사 펴냄.

호텔 마다가스카르 -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

Jin 지음,
시공사, 2008


#호텔 마다가스카르 #마다가스카르 #유효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국 언론의 타락 보여주는 세 가지 사건
  2. 2 우리도 신라면과 진라면 골라 먹고 싶다
  3. 3 한국 상황 떠오르는 장면들... 이 영화가 그저 허구일까
  4. 4 'MBC 1위, 조선 꼴찌'... 세계적 보고서, 한글로 볼 수 없는 이유
  5. 5 이종섭·임성근·신범철, 증인 선서 거부 ..."짜고 나왔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