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오케스트라 단원이 될 수 있을까요?

지친 일상 속 '여유'를 연주하는 '직장인 오케스트라'

등록 2008.06.12 21:16수정 2008.06.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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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직장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엘가 마스터스 오케스트라'의 합주 모습.

직장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엘가 마스터스 오케스트라'의 합주 모습. ⓒ 강동희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직장인들끼리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결성해 합주하는 '직장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술자리로 한정된 직장인들의 여가에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다.


술보다 음악이 좋은 사람들

직장인 박진만(34)씨는 바이올린 5년차 연주자다. 20대 후반에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잡은 그는 악기에 대한 열정이 다소 식어갈 무렵 교회 성가대에 들면서 '합주의 매력'을 알게 됐다.

"나 혼자 연주하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는 소리를 듣고 함께 음을 맞추어 가는 작업에 비할 것이 아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혼자 연주하면 30분을 넘기기 힘든데, 매주 토요일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연습할 때는 3시간, 4시간이 넘어가도 힘든 줄 모른다"고 말했다.

첼로를 전공하다 매너리즘에 빠져 그만두고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는 장영준(51)씨는 강남구 소재 튜브 오케스트라의 맏형이다. 그는 음악이 '일'이 되는 순간 생겼던 알 수 없는 자괴감을 회상하며 "잠깐이었지만 오히려 전공할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악기를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여긴 그야말로 음악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까요"라고 말했다.

일상이 힘들고, 거래처의 사람들과 술을 먹는 것 외에는 직장 바깥에서 할 일이 없던 그는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존재를 알게 됐고, 지금은 20대 초반 악기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 시간만큼 행복한 연주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음악 비전공자, 그러나 열정만큼은 '프로'

기자는 잠깐이었지만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들의 열정이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보통 때는 전혀 음악과 연관이 없는 일을 하다가, 주말이면 다시 모여 누구보다 열정적인 음악가가 되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뮤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김현석(45)씨는 이에 대해 "1년에 2회에서 3회 정도 정기 연주회를 갖는데, 회사 동료들을 초대해 놀래주는 단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단원의 동료들은 평소에 호랑이 같았던 부장님, 어리바리하게만 보였던 신입 사원, 조용하기만 했던 거래처 식구가 악기를 잡고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심지어 가족조차 몰랐던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영화 <쉘 위 댄스>에서 가족들 몰래 춤을 배운 아빠가 대회에 출전해 춤을 추는 모습을 가족들이 응원하는 장면이 있는데, 비슷한 상황이 우리 오케스트라에서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 가족간의 정도 더욱 두터워졌다는 후문이다.

대부분 특별한 자격 요건 없어

S 스트링 오케스트라의 단장 최지호(28)씨는 인터뷰 내내 오케스트라에 속한 단원들을 자랑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는 "실력이 비록 스즈키 1권(대표적인 바이올린 교본으로, 수준별로 1권에서 10권까지 학습한다) 수준이더라도 쉬운 부분을 맡기면 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면서 "진정 중요한 것은 단원의 열정인데, 우리 단원들의 열정만큼은 뉴욕 필하모닉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청량감을 주고 '술'보다 건강한 취미가 되어 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오케스트라들이 특별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테헤란밸리 오케스트라'와 '마론 관현악단'의 경우 오디션을 보지 않고, 실력이 부족하면 레슨비를 받고 일정 수준까지 지도한 후 오케스트라에 투입 시킨다. 회원들에게 받는 회비는 지휘자 월급이나 연습실 대관료를 위해 사용된다.
#오케스트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직장인 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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