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봉책 우려 속 쇠고기 추가협상도 가시밭길

정부, 수출증명프로그램(EV) 운영 요구에 미국쪽 부정적

등록 2008.06.13 19:24수정 2008.06.1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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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2일 정부 세종로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반영해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들어오지 않게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내일 미국에 가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추가협상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 남소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2일 정부 세종로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반영해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들어오지 않게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내일 미국에 가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추가협상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 남소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3일 한미 양국 정부는 사실상 '30개월 이상 된 미 쇠고기의 수출입 규제를 민간에 맡기고, 대신 정부 차원에서 이를 보증한다'는 선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의 보증 방법을 놓고 한국이 별도의 수출증명(EV) 프로그램 운용을 제안한 데 대해 미국 쪽은 아직 구체적인 답변은 주지 않고 있다. 또 30개월 이상 수출 중단을 얼마 동안 중단할지에 대해서도, 한국은 최소 1년 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쪽에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존 위생고시에 손을 대지 않더라도 재협상에 준하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현지 대표단이 미국 쪽과 30개월 이상 수입 중단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자유규제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여기까지는 미측도 수긍해주는 분위기지만, 이 방법을 두고 (양쪽의) 시각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 미 정부가 수출증명프로그램 운영해달라 제안

 

그는 구체적으로 한미 양국 간 어떤 시각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선 "협상 내용"이라며 언급을 꺼렸다. 국제법상 여러 가지로 고려해야 될 요소가 있고, 차관급보다 한 단계 위인 장관급 통상장관 회담을 통해 협상의 마무리를 짓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내놓은 30개월 이상 미 쇠고기 수출중단을 위한 정부 보증 방법은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 농무부가 다른 나라들과 맺은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쇠고기를 수출하기 위해 미 작업장을 감독하는 체계를 일컫는다.

 

한국의 경우 작년 10월까지는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라는 위생조건에 따라 미 농무부가 해당 내용을 미국 쇠고기 수출작업장에 지침서를 내려 보내고, 연방정부에서 파견된 검역관이 이를 감독관리 해왔다.

 

따라서 이곳에서 한국으로 수출되는 쇠고기에는 '한국 EV프로그램에 따라 생산된 쇠고기'라는 검역관의 확인이 수출검역증명서에 찍히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한국 EV 프로그램'은 이번에 새롭게 합의한 수입위생 조건에 따라 더 이상 필요 없게 됐다. 이번에 합의한 위생조건 부칙2항에 따르면, 수입 가능한 미국산 쇠고기의 범위를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소의 모든 식용 부위와 모든 식용 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작년에 이미 해왔던 수출증명프로그램을 이번에 일정 기간만이라도 살리려는 것"이라며 "미 정부가 이것을 받아들이면 미 업체들은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한국에 수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증방법 등에 부정적인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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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전면수입 반대 국민대책회의는 지난 5월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미대사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버시바우 대사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일방적으로 전화를 걸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에 항의한 것은 '외교적 폭거' ' 주권국가에 대한 국제정치적 도발'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 권우성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전면수입 반대 국민대책회의는 지난 5월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미대사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버시바우 대사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일방적으로 전화를 걸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에 항의한 것은 '외교적 폭거' ' 주권국가에 대한 국제정치적 도발'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 권우성

문제는 미국이 이 같은 보증 방법을 받아들이느냐는 것이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국이 쉽게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새 수입위생 조건 내용을 바꾸지 않는 한 이 같은 방식의 정부 개입은 통상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번 협상을 통해 미 축산업계 쪽에선 EV 프로그램이 해제되는 큰 성과를 거뒀는데, 그것을 다시 예전으로 되돌리려고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쪽에서도 이미 체결된 위생조건에 따라 한미 육류업자들 사이의 자율수출규제에 정부 차원에서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한국측 안대로 갈 경우 지난 쇠고기협상 내용 자체를 스스로 뒤집는 결과라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김종훈 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간 회담에서 이 같은 보증방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쉽지 않은 회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종훈 본부장도 지난 12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문서로 보증하는 등 정부쪽 관여가 너무 드러날 경우 (국제적으로)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율규제 정부보증 합의 돼도 민심 가라앉히기 역부족

 

물론 양국 정부 사이에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 보증 방법에 합의를 이룬다고 하더라도,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확산될 기미를 보이는 성난 촛불 민심을 가라앉히기란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많은 국민이 30개월 이상뿐 아니라, 30개월 미만의 광우병위험물질(SRM) 부위의 수입 전면금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추가협상에선 거의 다뤄지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입 위생조건의 독소조항을 바꾸는 전면 재협상 요구에 대해서도, 정부는 여전히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해영 교수는 "추가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기존 수입위생고시에 (추가)협상 내용을 명문화하지 않는 이상 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칫 민간 자율규제에 대한 불확실한 정부 보증 내용만을 가지고 국민에게 돌아왔을 때, 더 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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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지난 9일 저녁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제33차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지난 9일 저녁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제33차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2008.06.13 19:24 ⓒ 2008 OhmyNews
#미국산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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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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