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8.06.15 12:31수정 2009.08.03 16:24
마지막 학기다. 졸업을 앞두고 긴 방황의 끝에 대학원 접수를 마치고 제일 처음 하고 싶었던 일은 넓게 확 트인 바닷가를 보면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주중이라 갔다가 빨리 돌아올 수 있는 곳은 대천 바닷가가 적합했다. 그렇게 시작한 짧은 여행 도중에 나는 숨은 그림을 발견하는 기쁨을 만끽했다.
숨은 그림, 그 이름은 천장호(天庄湖)
위치는 대전에서 공주를 지나 청양의 칠갑산 휴계소에 가기 전 우회전을 해서 내려가면 보이는 곳이다. 주차를 하고 바람이나 쏘일 겸 차에서 내렸는데 저기 끝에 빨간 집이 시야에 안겨왔다. 과연 빨간 집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에 발길은 어느덧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빨간 집까지 들어가는 입구는 나무와 꽃들로 어울러져 시골마을의 싱그러운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빨간 주단만 깔아놓으면 혼례식장이 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직선으로 곧게 뻗은 도로이기도 했다. 한 1000M를 걸었다. 빨간 집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팔각으로 된 작은 정자였다. 지나가면서 얼핏 보아하니 작은 식당 같기도 했다.
팔각정에 대한 궁금증은 잠시 접어두고 무작정 앞으로 걸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중요한 단서가 내 눈에 안겨왔다. 화장실이다. 나는 거기에 적혀있는 "천장호 화장실"이라는 글자를 보고 여기가 천장호일 것으로 추측했다. 천장호 화장실을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아니나 다를까 호수가 보였다.
호수는 소녀의 순수한 마음처럼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하고 맑았다. 그와는 달리 호수 주변은 흙무더기가 여기저기 쌓여있고 나뭇가지가 널브러져 있는가 하면 쓰레기도 많고 다소 엉성한 모습이었다.
내리막길 맨 끝에서는 인부들이 한창 굴삭기로 공사 중에 있었다. 천장호의 예쁜 풍경들을 카메라에 더 담고 싶었지만 공사 중인 관계로 여기서 그칠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다잡고 사진 몇 장만 더 건진 채 다시 오던 길로 향했다.
▲천장호 화장실이라고 적혀있다
최령련
▲ 천장호 화장실이라고 적혀있다
ⓒ 최령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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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에서 휴식의 한때를 취하다
팔각정에는 아까는 안 보이시던 아줌마가 한 분 계셨다. 아줌마한테서 천장호에 대한 뭔가를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팔각정 안으로 들어갔다. 어항에는 메기를 비롯한 이름 모를 고기들이 있었다. 그 고기들을 즉석에서 잡아서 매운탕을 만들어서 나가기도 한다고 한다. 때도 저녁시간인지라 메뉴를 확인하고 간단히 도토리묵을 시켰다.
도토리묵은 싱싱하고 감칠맛 나는 것이 더위를 가시기에는 딱이었다. 도토리묵을 먹으면서 주인아줌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아줌마는 팔각정은 원래 칠갑산 휴게소로 지어졌으나 지금은 식당으로 임대를 받아서 장사를 한 지 20년 가까이 되어가며 장사도 꽤 잘 되는 편이라고 전해주셨다.
천장호 총 책임자는 누구냐는 물음에 청양군청에서 직접 관리 및 책임지고 있다는 정보를 주셨다. 그리고 지금은 다리를 만들려고 공사 중에 있다고 했다. 더 많은 정보를 알려면 청양군청에 직접 다녀오는 게 훨씬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잊지 않고 덧붙여주셨다.
청양군청에 가서 인터뷰를 시도하다
천장호는 내가 대천 바닷가행을 포기할 만큼 매력 있는 호수였다. 팔각정에서 나와 곧바로 청양군청으로 향했다. 행운스럽게 청양군청 환경보호과 공원관리자이신 이두원 담당자와의 인터뷰도 어렵지 않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과거 관광지로서 천장호의 역할에 대한 물음에 이두원 담당자(940-2334)는 "과거에 천장호는 칠갑산 휴게소로 인해 조금이나마 알려진 상태였지만 별도의 관광지라고 보기에는 개발이 안 된 곳이다. 낚시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많은 낚시군들이 즐겨 찾는 호수이다. 특히 봄이면 빙어를 낚는 낚시군들로 붐빈다"고 말했다.
앞으로 천장호 개발에 있어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느냐는 인터뷰에 이두원 담당자는 올해 안으로 천장호에 출렁다리를 세울 계획이라고 했다. 이 출렁다리는 천장호와 칠갑산정상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주기 위해 계획한 것이라고 한다. 이 다리를 설치하기까지 12억정도의 투자를 예산하고 있고 그 사업량은 160M, 목 1.5M, 높이 16M이고 시행자는 청양군수라고 말해주었다.
청양군청을 나오는 내내 가슴이 뿌듯했다. 따분했던 생활 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낸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게 천장호는 진정 한 폭의 아름다운 숨은 그림이었다. 나는 학생들한테 천장호에 대한 선전을 많이 해달라는 이두원 담당자의 부탁을 마음에 새기며 다음 번 천장호 행을 기대하며 취재노트를 접었다.
2008.06.15 12:31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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