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명진출판
요즘은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다. 워낙 자연과 동떨어진 삶을 유지하는 도시인에게 '건강하고 깨끗한 환경'은 최대의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결국은 건강한 사람으로 살고 싶은 시민들의 소망이 반영된 화제가 아닌가.
책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박경화 씀, 명진출판 펴냄)은 여건상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시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보다 생태적으로 살 수 있을까를 제시해 준다. 베란다에 공기 정화 식물 가꾸기, 공기 정화기보다 자연 환기 우선, 결명자 베개, 생리통을 예방하는 면 생리대 등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온갖 오염 물질을 조금씩만 제거해도 생활은 훨씬 친환경적이 될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온갖 유해물질로 둘러싸인 환경은 우리의 몸과 정신을 괴롭히며 끊임없이 건강을 해치고 있다. 저자는 환경운동을 하면서 얻은 여러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전하며 생태적으로 살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은 오해라고 단언한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자료를 읽다 보니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모두 한 가지 길로 통했다. 잡곡이 골고루 섞인 밥과 생야채를 즐겨 먹고, 음식을 적게, 골고루 먹으며 땀 흘리는 운동을 하고, 느리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며,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일을 적당히 즐기면서 하는 것이다."말로는 굉장히 쉬운 듯하지만 실제 실천하려고 하면 어려운 내용이다. 도시인들의 식습관을 보면 하루 세 끼 잡곡밥과 생야채를 즐겨 먹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매식 문화가 발달한 우리 사회에서 직장인들은 아침은 대충 때우고 점심과 저녁은 밖에서 강한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사 먹으며 하루 일과를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농약과 제초제로 키운 야채, 방부제 덩어리 수입 농산물, 그런 것들로 만든 패스트푸드를 열심히 먹고는 아이들은 병원을 찾고 직장인들은 피곤하다며 약과 건강보조식품을 찾는다. 이렇게 잘못된 식습관은 결국 가족의 행복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저자의 말처럼 건강한 먹을거리를 챙겨 엥겔 계수를 좀 높이고 사는 것이 최상의 건강 유지 방법이 될 것이다.
문제는 먹을거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용품들을 훑어 보자. 세탁소에서 찾아온 옷은 벤젠과 트리클로로에틸렌이라는 화학 물질에 뒤덮여 있다. 곰팡이와 좀약, 습기 제거제의 화학 성분들도 유해물질이며 침대 매트나 가구 또한 화학성분을 함유한 채 세상에 나온다.
이런 유해 물질들을 제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집안의 공기를 자주 환기 시키는 게 좋다. 공기를 깨끗하게 한다고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는 집이 많지만, 공기 청정기보다 자연 바람으로 집안의 유해 물질을 날려 버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저자가 권하는 환경 요법 중 하나는 숯을 이용한 것인데 숯은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으면서 항균 작용을 하여 집안의 공기를 저절로 정화해 준다고 한다.
다른 얘기들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도시에는 시골과 다르게 '빛 공해'가 있다는 사실. 도시의 담쟁이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바로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는 조명 때문. 짙은 어둠과 고요함이 있어야 식물이든 사람이든 푹 잘 수 있는데 도시의 조명은 한밤 내내 환한 기운을 뿜어내어 모든 생물의 생태 리듬을 깨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 왜 그렇게 도시인들이 자고 자도 잠이 부족하다고 말하며 늘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지 이해가 된다. 피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고 주변의 불필요한 조명을 끄는 습관이 중요하다. 최근 아이 용품 광고에도 나왔듯이 우리 나라의 아이들 수면 시간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온갖 유해 환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인들의 삶에서 작은 습관 변화 하나만으로도 생활이 개선될 수 있다면 한 번쯤 실천해 볼 만하지 않은가. 그나마 요즘은 많은 사람이 웰빙이다, 친환경이다 하여 해로운 것들을 물리치는 일에 동참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결국 나 자신과 가족, 그리고 후손들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눈앞의 단기 이익에 연연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우리 자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 사실은 지금의 위정자들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제를 살린답시고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위험한 거래를 할 게 아니라, 현대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버리면서 돈이나 물리적 편안함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아닌, 건강과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박경화 지음,
명진출판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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