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지름신 강림하시는 날, 두렵다 두려워!

엄마들이 가장 즐겨 하는 쇼핑, 아이 책 사기

등록 2008.06.17 11:59수정 2008.06.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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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리집 거실 한켠에 자리잡은 책장. 거의 대부분이 아이 책입니다. 텔레비전 보는 것보다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많은 엄마들은 이렇게 거실을 서재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집 거실 한켠에 자리잡은 책장. 거의 대부분이 아이 책입니다. 텔레비전 보는 것보다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많은 엄마들은 이렇게 거실을 서재로 만들고 있습니다. ⓒ 강지이


"이놈의 책 지름신이 또 강림하나 봅니다."
"아, 지난주에도 창작 전집 질렀는데, 이번 주에는 자연 관찰을 사야할 것 같아요."
"이번 달 카드 값 중 책값으로 오십만 원 나갑니다. 흑흑…."
"남편 몰래 질러 놓고 숨겨 놨다가 꺼내 줄랍니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네이버 카페 '우리아이 행복한 책읽기'에 엄마들이 올려놓은 글들이다. 회원 수 10만명이 넘는 거대 조직인 이 카페는 아이를 키우고 있으면서 책에 관심이 있는 엄마라면 누구나 다 아는 그런 곳이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유모차 시위를 벌인 엄마들도 이 카페의 회원이 많았고 '거실을 서재로'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거실에서 텔레비전 몰아내기에 앞장선 곳이기도 하다.

나도 아이가 태어나 백일 정도가 지나면서 우연히 검색을 하다가 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다. 첫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아이 책 가운데 무엇을 사야 하는지 판단이 서질 않아 우왕좌왕하던 차에 이 카페는 참 많은 정보를 내게 제공해 주었다. 덕분에 우리 아이는 하루에 20권 이상의 책을 읽는 독서 소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엄마들이 '책지름신'을 뿌리칠 수 없는 이유

아이가 돌즈음이 되면서 엄마의 책 욕심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간다. 이 카페 회원인 대부분의 엄마가 호소하는 것이 바로 엄마의 책 욕심과 어마어마한 전집의 가격 문제다. 우리 아이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창 말문을 열고 책을 좋아하는 돌부터 네 살이 된 지금까지 사들인 책의 가격만 해도 몇백 만 원 어치는 되는 것 같다.

a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하게 하려면, 책값도 많이 듭니다. 영어책부터 동화, 한글 책, 도형 책, 과학책 등 이 책꽂이만 봐도 아이들의 다양한 흥미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하게 하려면, 책값도 많이 듭니다. 영어책부터 동화, 한글 책, 도형 책, 과학책 등 이 책꽂이만 봐도 아이들의 다양한 흥미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 강지이

돌까지는 한 달에 약 오만원 어치 정도의 단행본을 사 주면서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었는데, 돌이 지나면서 언어의 폭발 시기라 부르는 18개월 즈음이 되니 책 보는 양이 무척 늘었다. 하루에 20권 가량의 책을 보는데 그것도 매일 똑같은 걸 반복할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전집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막상 전집을 사려고 보니 30~40권짜리 전집 한 세트가 보통은 20만 원 정도 나간다. 한 권에 평균 6000원 가량하는 단행본 가격과 비교해 보면 한 권 당 가격이 그리 비싼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엄마 편에서는 목돈이 나가니 당연히 망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책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에게 안 사줄 수도 없고, 이래서 엄마들 사이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가 '책 지름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 아이가 정말 수백 권이나 되는 책을 모두 잘 보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밤마다 꺼내오는 책도 각기 다 다르고 엄마가 소파에 앉아서 조금 쉬기라도 할라치면 자기가 좋아하는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 온다. 그 책의 종류는 창작 동화, 자연 관찰, 수학 동화, 한글 읽기, 영어 동화책 등 무척이나 다양하다.

이러니 엄마는 한편으로는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고 즐거워하면서도 엄청난 책값의 부담감에 시달릴 수밖에. 내가 속한 카페의 엄마들이 주로 호소하는 것도 '아이가 좋아하니 안 사줄 수 없고…' 혹은 '이 시기에 꼭 읽혀야 할 좋은 내용의 책이니 사주어야 할 것 같고…' 등의 내용이다.

문제는 돈만 있으면 실컷 사줄 수 있으나, 한 세트에 싸면 오만 원, 비싸면 몇십 만 원이나 하는 비싼 전집을 매달 사들일 수는 없다는 사실. 그래서 엄마들 사이에 대안을 찾은 것이 바로 중고전집 매장이나 벼룩시장 등을 통한 책 구입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 중고매장이 활성화되어 있고 대여를 해주는 곳도 많아 저렴한 가격에 책을 읽힐 수 있다.

가계에 부담되면 중고서점 이용하면 되고

우리 아이의 경우도 엄청나게 읽어대는 바람에 책 값을 감당하기 힘들어 중고 서점을 이용하는데, 기존 전집 가격의 반 정도면 상태가 불량하지 않은 것을 구입할 수 있어 꽤 괜찮다. 가끔 거의 새 책이라고 해 놓고 받아 보면 손상이 심해 마음 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환불이나 교환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어 그나마 안전하게 책을 구입할 수 있다.

a  책이 너무 많아져서 영아기 때 보던 책들은 모두 조카들에게 빌려 주었습니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책을 바꿔가며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합니다. 침실 한켠에 자리잡은 이 책들은 아빠와 함께 읽기 위한 것들입니다.

책이 너무 많아져서 영아기 때 보던 책들은 모두 조카들에게 빌려 주었습니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책을 바꿔가며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합니다. 침실 한켠에 자리잡은 이 책들은 아빠와 함께 읽기 위한 것들입니다. ⓒ 강지이



5살 이전의 아이들은 특히나 반복이 심하고 6개월 정도 같은 책을 계속 읽어도 또 읽고 싶어한다. 따라서 이 시기 아이들은 어린이 도서관의 이용이 좀 어려운 편이다. 어린이 도서관에서 대여 가능한 책은 2주에 겨우 2권인데다가, 어린 아이의 특성상 훼손의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다. 우리 아이도 어린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읽혀 봤는데 그 책을 계속 읽고 싶어해서 할 수 없이 다시 구입한 적도 꽤 많다.

이럴 때에는 중고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 실컷 읽히고 다시 중고 시장에 내놓는 것도 가정 경제를 생각하는 좋은 방법이다. 나도 책을 좋아하여 나를 위한 한 달 책 구입비로 약 5만 원의 비용을 지출한다. 아이 책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따져 보면 책값과 교육용품, 어린이집 비용 등 한 달에 교육비로만 총 5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

이러니 자녀 교육비로 가정 경제가 휜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남편들은 밖에서 일하느라 정신이 없어 엄마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지내는지 잘 알지 못한다. 집에서 살림을 도맡은 엄마들은 수입과 지출을 따져가면서 자라는 아이에게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 언제나 분주하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까지는 "비싼 전집을 뭐하러 사냐, 아이는 실컷 뛰놀게 해야 해"라고 주장하던 남편도 언젠가부터 아이 책 사는 일에 큰 잔소리를 안 하게 되었다. 요즘은 아이들이 실컷 뛰어 놀 만한 공간도 별로 없으며,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들여다 보는 바보 같은 생활에 익숙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책 사는 일은 엄마 몫이지만 읽어주는 일은 가끔 아빠가 담당하기도 한다. 아빠랑 함께 몇 권의 책을 읽고 나서야 꿈나라로 가는 아이 모습을 보면 엄마로서 참 뿌듯하다. 그 행복한 시간을 위해 엄마들은 책 지름신의 강림을 항상 거부하지만은 않는다. 너무 자주, 너무 많은 양의 책을 사들이는 건 문제지만 아이가 좋아한다면 책 좀 사주는 것쯤이야 괜찮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쇼핑 중독을 말한다' 공모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쇼핑 중독을 말한다' 공모글입니다.
#책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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