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64) 가정적

― '가정적 분위기', '가정적 배경' 다듬기

등록 2008.06.17 20:49수정 2008.06.1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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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가정적인 분위기

 

.. 그 즈음에는 정원도 적고 가정적인 분위기인 유치원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  <나는 아들에게서 세상을 배웠다>(기류 유미코/송태욱 옮김, 샨티, 2005) 47쪽

 

 우리가 사는 집에는 ‘뜰’이나 ‘꽃밭’이나 ‘마당’이 있습니다. 이제는 마당 있는 집이든 꽃밭 가꾸는 집은 밀려나고 아파트로만 바뀌기에, 아파트에서 가꾸는 ‘정원(庭園)’만 남게 될는지 모릅니다. 보기글에는 “정원도 적고”로 되어 있는데 ‘작고’로 고쳐야 합니다.

 

 ┌ 가정적(家庭的)

 │  (1) 가정과 관계되거나 가정에서와 같은

 │   - 가정적 분위기 / 가정적 문제  / 가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

 │  (2) 가정생활에 충실한

 │   - 가정적 남편 / 김 과장은 매우 가정적인 사람이다

 ├ 가정(家庭)

 │  (1) 한 가족이 생활하는 집

 │  (2) 가까운 혈연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 공동체

 │

 ├ 가정적인 분위기인 유치원

 │→ 집과 같은 분위기인 유치원

 │→ 집 같은 유치원

 │→ 집에 있는 느낌이 나는 유치원

 │→ (오붓한 / 따스한 / 살가운 / 아늑한) + 유치원

 └ …

 

 가정에서 느끼는 분위기라면 “가정에서와 같은 분위기”라고 적어 줍니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라면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라고 적습니다. 가정에 문제가 있다면 “가정에 문제가 있는”으로 적고요.

 

 토씨는 알맞게 붙여야 합니다. ‘-에서와 같은’을 붙여야 할 자리에는 ‘-에서와 같은’을 붙여서 말을 이어야 합니다. ‘-에서’를 붙여야 할 자리에는 ‘-에서’를 붙이고요.

 

 ┌ 가정적 문제

 └ 가정의 문제

 

 생각해 보면, 우리들은 ‘-에서 생긴’이나 ‘-에서 일어나는’이나 ‘-에서 겪는’을 넣어야 하는 자리임에도 ‘-的’을 붙이거나 ‘-의’를 붙이면서 말투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또한, “가정적 남편”이나 “가정적인 사람”이라고 적어 놓으면, 이 사람이 어떤 매무새이거나 마음인지 또렷하게 잡아채기 어렵습니다. 가정을 ‘사랑하는’지 ‘아끼는’지 ‘잘 돌보는’지 ‘마음을 많이 기울이는’지 또렷하게 드러나도록 말해야 합니다. 또는 이런 여러 가지를 함께 느낄 수 있는지를 밝혀야지요.

 

 ┌ 가정을 아끼는 남편 (o)

 └ 가정적 남편 (x)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가정적 분위기”라 한다면, 집에 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일 터이니, 마음이 가벼우리라 봅니다. 아이가 걱정없이 다닐 수 있는 유치원 분위기라 한다면, 아늑하다는 느낌을 받거나 따스하다는 느낌을 받거나 살갑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할 수 있어요.

 

ㄴ. 가정적 배경

 

.. 학생이 대학 교육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고 있는가는 학생의 가정적 배경에 따라 다르다 ..  <미국의 고등교육>(P.우드링/홍웅선 옮김, 탐구당,1972) 98쪽

 

 오늘날 사람들 말씀씀이를 살피면, 토씨 ‘-의’이든, ‘-的’이든, 외마디 한자말이든, 또 미국말이든, 어설픈 번역투이든, 부러 어렵게 쓴 말투이든, 비틀리거나 뒤틀린 말투이든, 지식자랑을 하는 한자말이나 서양말이든, 어느 한 가지라도 스며들지 않은 말투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저만 모르는 일일 수 있는데, 이렇게 종잡을 수 없이 뒤죽박죽이며 갈팡질팡인 모습이 오늘날 우리 말 모습이 아니겠느냐 싶습니다. 앞으로는 이 모습이 더욱 짙어지거나 깊이 박혀 버리지 않겠느냐 싶기도 합니다.

 

 ┌ 학생의 가정적 배경에 따라

 │

 │→ 학생 집안 배경에 따라

 │→ 학생 집안이 어떠한가에 따라

 │→ 학생 집안에 따라

 │→ 학생이 어떤 집안에서 자랐는가에 따라

 │→ 학생이 자란 집안이 어떠한가에 따라

 └ …

 

 보기글 “학생의 가정적 배경(背景)에 따라”에는 토씨 ‘-의’와 ‘-적’이 함께 보입니다. 먼저 ‘학생의’에 붙은 토씨 ‘-의’만 덜어낸 다음 손질합니다. 이렇게 하면 “학생 집안 배경에 따라”가 됩니다. 다음으로는 글짜임새를 손질해서 “학생이 어떤 집안에서 자랐는가에 따라”쯤으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6.17 20:49ⓒ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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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우리말 #우리 말 #적的 #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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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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