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운하 때문에 우리가 미치겠다"

[현장-서울광장·여의도] 41번째 촛불문화제 '대운하 반대'

등록 2008.06.17 21:01수정 2008.06.1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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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17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연 뒤 '대운하반대'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17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연 뒤 '대운하반대'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남소연

[최종신-여의도: 17일 밤 11시 43분]

밤이 깊어지고 비가 내리면서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연 안티이명박까페 회원들의 숫자는 50여명 정도로 줄었다. 그러나 집회 장소를 지키는 이들은 비옷을 입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해산시간까지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혹은 '쇠고기 재협상' 구호가 아닌 '이명박 퇴진'을 내걸고 한나라당사 앞에서 열린 이들의 촛불집회는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한나라당사 근처 한국신용정보 건물 사거리 한켠에 천막까지 치고 장기전 태세에 돌입했다. 집회에 참가한 까페 회원들은 "회원들이 많이 모이진 못했지만 내일도 모레도 이곳에 모여 우리의 뜻을 관철시키자"며 서로 독려했다.

[최종신-서울광장: 17일 밤 11시 24분]

"대통령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이토록 우리의 삶이 달라졌다는 게 충격적이다. 불과 100일 조금 넘게 지났을 뿐이다. 광우병 쇠고기, 교육 자율화, 의료보험 민영화 그리고 대운하까지. 우리의 삶이 무척 피곤해졌다."

41차 촛불문화제를 마친 후 남대문에서 광화문까지 행진을 벌이던 이태민(28)씨는 한숨을 쉬었다. 행진이 힘겨워서가 아니다. 김씨는 "싸워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서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 운동 하나로 모든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한방에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언제 하나씩 싸우나, 5년 내내 싸울걸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김씨는 행진을 하며 진행자의 구호에 따라 힘차게 "대운하를 반대한다"고 외쳤다.


이날 거리 행진은 서울광장에서 남대문까지, 그리고 남대문에서 다시 광화문까지 짧게 진행했다. 경찰은 일렬로 시위 행렬을 따라 걸으며 교통을 통제했다. 광화문 사거리 청와대 방면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경찰버스로 '차벽'이 설치 됐지만 출동은 없었다.

이날 시위 행렬에는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교복을 입은 학생도 많았다. 중학교 3학년 박모양은 "대운하에 대해서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굳이 잘 흐르는 강에 왜 굳이 시멘트를 발라야 하느냐"며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왜 운하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양은 "학생들은 광우병 쇠고기 만큼 운하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지만, 운하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자꾸 바뀐다는 건 다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운하 반대'를 전면에 내건 이날 촛불문화제는 밤 10시께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정리됐다. 참석자들은 18일 집중 촛불문화제와 오는 20일부터 진행되는 '48시간 비상행동'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며 헤어졌다.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네티즌과 시민들이 17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민심외면과 민심파탄하는 한나라당의 해체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네티즌과 시민들이 17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민심외면과 민심파탄하는 한나라당의 해체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유성호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네티즌과 시민들이 17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민심외면과 민심파탄하는 한나라당의 해체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네티즌과 시민들이 17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민심외면과 민심파탄하는 한나라당의 해체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유성호

[3신-여의도: 17일 밤 11시 8분]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열리고 있는 안티 이명박 까페의 촛불집회는 경찰과의 크고 작은 마찰로 인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밤 9시 50분께 한나라당사 앞에서 촛불을 켠 6명이 경찰에 포위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들은 안티 이명박 까페 회원들로 차벽 너머에서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한나라당사 앞으로 가 있다가 초를 꺼내 불을 븥인 것.

그러나 이들은 촛불을 들자마자 방패를 든 경찰들에게 이중삼중으로 포위됐다. 이들은 포위하고 있는 경찰에게 "왜 길을 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전경들이 포위한 가운데 이들과 정보과 형사의 설전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들이 한나라당사에 계란을 투척할까봐 예방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이 상황을 보고 있던 주위 시민 3~4명이 시위대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 친구들이 한나라당을 공격한 것도 아닌데 왜 막아서는 것이냐, 왜 시민을 포위하고 위압하느냐"고 시위대들 만큼 거칠게 항의했다.

결국 경찰이 포위를 풀어서 까페 회원 6명은 차벽 너머로 돌아갔다. 그러나 캔커피를 마시러 나왔다가 상황을 다 살펴봤다는 이아무개(43)씨는 흥분한 상태에서 "계란을 던진 것도 아닌데 공권력이 이럴 수가 있느냐"고 개탄했다.

이외에도 경찰과의 크고 작은 마찰로 집회 참가자들이 이리저리 흩어지는 바람에 촛불집회는 다소 산만하게 이어지고 있다. 주최측은 밤 12시까지 집회를 한 뒤 해산할 예정이다.

[2신-여의도 : 17일 밤 9시 25분]

"차를 빼지 않으면 계란을 던지겠다"

여의도에서도 '이명박은 물러가라'를 외치는 촛불이 밝혀졌다.

'안티 이명박 까페 회원'들은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가 있는 국회 맞은 편 한양빌딩 근처에서 '대한민국 부패집단, 이명박 오른팔 한나라당 규탄 촛불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경찰버스 6대와 경찰병력을 동원, 한양빌딩 출입구를 봉쇄했고, 이에 더해 당사로부터 동쪽 20미터 거리에 경찰버스 2대를 세워 집회 참가자들의 당사 접근을 원천봉쇄했다. 여의도에서도 '차벽'에는 집회 참가자들의 피켓과 '안티 이명박 까페' 깃발이 부착됐다.

이에 안티 이명박 까페측은 "우리는 폭력시위를 하러 온 것이 아니다. 경찰버스를 빼라"고 요구했으나 '차벽'은 치워지지 않았다.

이에 한 여성 참가자가 마이크를 잡고 '경고방송'을 실시했다.

"경찰 여러분은 공권력을 남용하여 시민들의 통행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여러분들이 말하는 비폭력 진압입니까? 철수하지 않을 때에는 잠을 못자게 계란을 던지고 매일 매일 이곳에 나올 것입니다. 당장 철수하십시오"

광화문에서 듣던 여성 경찰의 해산 경고 방송과 거의 같은 목소리로 경찰에 대해 경고 방송이 나가자 참가자들은 '똑같다, 똑같다'를 연호하면서 즐거워했다.

이날 한나라당사에 대한 계란 투척을 준비한 이들은 또 "차를 빼지 않으면 정말 계란을 던지겠다"며 경찰버스를 빼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안티 까페 측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국민 기만과 오만과 독선을 막고자 여기에 모였다"며 "한나라당이 살고싶으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명박 정권을 알아서 처리하라는 뜻을 알아들어야 한다"고 촛불집회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정책에 반대하면 정부는 자꾸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으로 대응하니 이제 정책 반대는 집어치우고 이제 그만 이명박을 자르자"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나라당 해체하고 이명박은 퇴진하라', '촛불민심 기만하면 한나라당 패가망신', '한나라당 각성하라', '한나라당 살고프면 이명박이 탄핵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헌법 1조' 등의 노래를 부르면서 흥겹게 진행되고 있다.

한편 KBS본관 앞에서 계속되고 있는 '공영방송 사수' 촛불집회는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날도 계속 되고 있다.

 17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대운하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통해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에게 끌려다니는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고 있다.
17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대운하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통해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에게 끌려다니는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고 있다. 남소연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17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히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17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히고 있다.남소연

[1신-서울광장 : 17일 밤 9시 20분]

"미친소,  미친 운하 때문에 우리가 미치겠다."

17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41번째 촛불문화제의 주제는 대운하 반대다.

저녁 8시 현재 서울광장에는 약 2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대운하 반대"를 외치고 있다. 처음엔 500여 명의 참석자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을 마친 직장인들이 모여 들었다.

서울광장에는 '운하 반대'라고 적힌 대형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시민들은 현수막 테두리에 앉아 자유롭게 앉아 촛불문화제를 즐기고 있다.

또한 광우병 국민대책위는 이날 '이명박 터뜨리기' 행사를 준비했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등장하는 '박 터뜨리기' 행사를 패러디 한 것으로, 두 사람이 박을 들고 있다고 해서 '이명박'이라 이름 붙였다. 시민들은 오자미(콩주머니)를 일제히 던져 '이명박'을 터뜨렸다. 터진 '이명'’에서는 "닫힌 귀 무쇠머리", "귀 뚫어줄 보청기"라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졌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추진은 미친 짓"이라고 입을 모아 비난했다.

정찬우(41)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지리산 노고단에 올라 주변을 내려다 보며 '아직 개발이 덜 됐다'고 말한 사람이다, 정말 감수성이 천박하다"며 "산을 산으로 보지 못하고 강을 강으로 보지 못하는 대통령 때문에 국민들 속이 다 썩어들어 간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씨는 "대운하에 대해서 계속 말을 바꾸고 있는데, 대통령은 이제 말 장난 그만 하고 당장 대운하를 접으라"고 말했다.

김만종씨도 "대통령은 우리 아이들에게 강에 발을 담글 자유를 빼앗지 말라"며 "강은 그대로 뒀을 때 아름답게 흐르고, 산도 역시 그대로 뒀을 때 빛이 난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은 행사를 마치고 시내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17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히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17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히고 있다.남소연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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