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더럽히는 우리 삶 (38) 미스

[우리 말에 마음쓰기 345] ‘장사동무-짝-도움이’와 ‘파트너’

등록 2008.06.20 14:06수정 2008.06.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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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미스(miss)

 

.. 1년 전쯤, 사까마끼 고오따가 가지고 온 서류에 미스가 있었다 ..  《겐지 게이따(源氏鷄太)/나병하 옮김-정년퇴직》(휘문출판사,1963) 24쪽

 

 “1년(年) 전(前)쯤”은 “한 해쯤 앞서”나 ‘지난해쯤’으로 다듬어 줍니다.

 

 ┌ 미스(miss) : 실책이나 오류. ‘실수’로 순화

 │   - 패스 미스 / 미스를 범하다

 ├ 실수(失手)

 │  (1) 조심하지 아니하여 잘못함

 │  (2) = 실례

 │

 ├ 서류에 미스가 있었다

 │→ 서류에 잘못이 있었다

 │→ 서류에 잘못된 곳이 있었다

 │→ 서류가 잘못되어 있었다

 └ …

 

 국어사전 풀이를 봅니다. ‘미스’는 ‘실수’로 고쳐서 쓰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실수’를 찾아봅니다. ‘실수’는 우리 말 ‘잘못’을 한자로 옮긴 말이라고 합니다.

 

 이리하여, 보기글에 쓰인‘미스’는 ‘실수’를 거쳐 ‘잘못’으로 고쳐 주어야 알맞습니다.

 

 ┌ 패스 미스 → 공을 잘못 주다

 └ 미스를 범하다 → 잘못을 저지르다

 

 때에 따라서는 ‘말썽-말썽거리’라든지 ‘틀린 곳’이라든지 ‘어긋난 곳’이라고 써 볼 수 있습니다. 보기글에서는 “서류에 틀린 곳이 있었다”나 “서류에 어긋난 대목이 있었다”처럼 쓰면서. 또는, “서류가 너무 엉터리였다”라든지 “서류가 뒤죽박죽이었다”처럼 써 볼 수 있어요.

 

ㄴ. 파트너(partner)

 

.. 가루받이에 필요한 꽃가루를 옮겨주는 벌레가 있는가 하면 꿀만 훔쳐가는 벌레도 있다. 제비꽃은 그와 같은 두 종류의 벌레 가운데 꽃가루를 옮겨 가루받이를 시켜 주는 파트너를 골라내지 않으면 안 된다 ..  《이나가키 히데히토/최성현 옮김-풀들의 전략》(도솔오두막,2006) 14쪽

 

 “가루받이에 필요(必要)한”은 “가루받이에 쓰이는”으로 다듬습니다. “두 종류(種類)의 벌레”는 “두 가지 벌레”로 다듬고요.

 

 ┌ 파트너(partner)

 │  (1) 상거래나 춤, 경기, 놀이 따위에서 둘이 짝이 되는 경우의 상대편.

 │      ‘동료’, ‘짝’, ‘협조자’로 순화

 │   - 축제에 함께 갈 파트너를 구하다 / 그의 새 파트너는 여자로 정해졌다

 │  (2) 부부의 한쪽에서 본 다른 쪽. 배우자를 이르는 말이다

 │

 ├ 가루받이를 시켜 주는 파트너

 │→ 가루받이를 시켜 주는 벌레

 │→ 가루받이를 시켜 주는 짝

 └ …

 

 우리한테 ‘파트너’는 얼마나 쓸 만한 말일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이런 말을 안 쓰고, 이런 말을 쓸 까닭이 없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저를 뺀 무척 많은 분들은 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쓸 뿐 아니라, 나날이 쓰임새를 넓힙니다. 이런 낱말이 얼마나 쓸 만한가 아닌가조차 헤아리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 축제에 함께 갈 파트너를 구하다 → 잔치에 함께 갈 짝을 찾다

 └ 그의 새 파트너는 여자로 정해졌다 → 그 사람 새 짝은 여자였다

 

 어쩌면, 오늘날과 같은 세상에서는 ‘이 낱말이 쓸 만한가를 곰곰이 헤아리면서 가려쓰기’를 할 까닭이 하나도 없다고 할는지 모릅니다. 우리 말은 그냥저냥 쓰고, 우리 글은 대충대충 써도 된다고 느끼는지 모릅니다.

 

 국어사전을 찬찬히 뒤적여 보면, ‘파트너’를 풀이하면서 넣은 보기글 첫 대목에 나오는 ‘축제(祝祭)’라는 낱말은 ‘잔치’로 고쳐써야 한다고 다른 자리에서 풀어놓고 있습니다. ‘축제’는 우리 말이 아닌 일본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파트너’를 풀이하며 달아 놓는 보기글에 ‘축제’라는 낱말을 덜컥 집어넣습니다. “안 써야 할 낱말 ‘파트너’를 풀이하면서, 안 써야 할 낱말 ‘축제’를 보기글 낱말로 넣는 국어사전”인 셈입니다.

 

― 짝 / 짝꿍 / 도움이 / 동무 / 벗 / 길동무 / 길벗 / 어깨동무 / 장사동무 / 도움이

 

 우리 둘레 여느 사람들 말씀씀이를 따지기 앞서, 우리네 지식인들과 학자들 매무새가 이렇습니다. 누구보다도 자기 말과 글을 추스르면서 올곧게 나아가야 할 지식인과 학자들부터 이렇게 말을 하고 글을 씁니다. 이런 판에, 어느 누가 사람들 말씨를 보듬어 주고, 어느 누가 사람들 말길을 술술술 트도록 길을 닦을 수 있을는지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6.20 14:06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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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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