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몰입교육' 포기한다더니 거짓말이었나?

정부산하기관 '제주영어교육도시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안)' 들통

등록 2008.06.21 13:38수정 2008.06.21 13:38
0
원고료로 응원
a  정부산하기관인 JDC가 만든 영어교육센터 전파도.

정부산하기관인 JDC가 만든 영어교육센터 전파도. ⓒ jdc

정부산하기관인 JDC가 만든 영어교육센터 전파도. ⓒ jdc

'영어몰입교육을 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과 달리, 정부 산하기관이 6월 들어서도 영어몰입교육(인프라) 등의 '전국 전파' 등을 위한 영어교육센터 건립방안을 만든 것으로 20일 밝혀졌다.

 

이 방안은 교사 양성 뒤 영어몰입교육을 전국화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미 석 달 전인 지난 3월 "영어몰입교육이라는 것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고 몰입교육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정부 산하 출연기관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이달 들어 국무총리실과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 합동회의용으로 만든 '제주영어교육도시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안)'이란 내부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국내영어교사에게 영어몰입교육 연수?

 

A4 용지 28쪽 분량으로 된 이 자료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시 일대에 세울 예정인 영어교육센터의 역할 가운데 하나로 "몰입교과 교사 연수 준비 및 시행 등 국내 영어교사 양성기능 확대"(17쪽)라고 적어 놨다. 여기서 말하는 '몰입교과'의 뜻에 대해 JDC 관계자는 "영어몰입교육을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내용 다음 페이지인 18쪽에서는 "영어교육센터가 교사양성 등 교육인프라를 전국적으로 전파하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함"이라고 적은 뒤 영어교육센터가 우리나라 전국에 퍼져나가는 지도를 그려놓았다. 영어몰입교육을 위한 교사 연수 뒤 전국으로 이행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JDC쪽도 시인했다.

 

이 같은 JDC의 계획안과 관련 교과부는 영어교육센터 설립운용방안에 관한 정책연구를 이달 중에 발주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결과는 9월쯤 나올 예정이다.

 

전교조 "대통령 말 진정성 의심"...교과부 "옛 자료 못 고친 것"

 

이에 대해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은 "대통령도 폐기한 영어몰입교육을 제주도에서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안은 대통령 발언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게 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영어몰입교육 교사를 전국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은지 JDC 교육사업팀 주임은 "우리가 만든 영어교육센터 계획안은 관계기관 합동회의 등에 보고하기 위해 만든 내부 회의용 자료"라면서 "영어몰입교육을 위한 교사연수 뒤 전국 전파를 담은 대목은 우리의 희망사항으로만 봐 달라"고 해명했다.

 

오석환 교과부 영어교육강화추진팀장은 "계획안에 나와 있는 영어몰입교육 내용은 JDC가 옛날 내용을 고치지 않은 것이며(자료는 6월 발행이라고 돼 있다), 영어교육센터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게 교과부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부산하기관인 JDC가 만든 학교운영방안.

정부산하기관인 JDC가 만든 학교운영방안. ⓒ 윤근혁

정부산하기관인 JDC가 만든 학교운영방안. ⓒ 윤근혁

2015년까지 국어와 국사를 뺀 나머지 교과를 영어로 가르치는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초중고 12개교가 제주 서귀포시 일대에 들어설 예정인 것으로 20일 드러났다. 이는 대통령이 공식 포기 선언한 영어몰입교육을 제주도에서는 강행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이 달에 만든 '제주영어교육도시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안)' 자료에 따르면, 이를 위해 1단계 시범사업으로 초중고 1개교씩이 2011년 3월에 일제히 문을 연다. 이어 국내외 명문 사립재단이 설립하는 학교들이 2015년까지 차례대로 세워진다.

 

이 자료는 운영방안에서 "국사와 국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은 영어로 수업하고 전국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규학교로 운영된다"고 적어 놨다.

 

지난 3일 정부가 내놓은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방안을 보면 외국교육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과실송금도 허용할 예정이다.

 

외국교육기관이 학생운영으로 벌어들인 돈을 자기나라로 송금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어서 의료민영화에 이어 공교육민영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업료는 한 해 평균 1천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21 13:38ⓒ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어몰입교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3. 3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