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8.06.23 13:56수정 2008.06.23 14:52
인간은 자연에 쉬 길드는 동물이라고 했던가요? 한국의 늦가을 날씨 정도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시드니는 한겨울로 접어들었습니다.
4차 시드니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21일, 시드니 하이드파크에는 유난히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몰아쳤습니다. 그래서인지 집회 참가자 수는 지난 3차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고, 공원에 모인 20여 명의 참가자들 표정에도 사뭇 비장함까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딱딱했던 촛불집회의 분위기는 노래와 함께 금세 풀렸고, 특히 서울에서 여행을 왔다는 대학생 마인정씨와 동료들의 합류로 화기애애하게 달아올랐습니다. 마인정씨는 "자신들의 일도 아닌데 호주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나선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여독을 뒤로한 채 시드니 집회에 참가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번 집회의 자유발언 시간에는 주로 교민들의 자기성찰적 발언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고된 이민 생활에 지쳐 고국의 현실에 무관심하게 살아왔다"는 한 교민은 "다시 고국을 바라보고 걱정하게 만들어준 이명박 정권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침이슬', '광야에서' 등의 한국 노래와 함께 팝송을 곁들인 음악공연으로 집회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고, 산책중이던 호주인들과 여행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틈을 이용하여 집회 참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영문홍보물 배포에 열을 올렸고, 100여장 준비한 홍보물은 금세 동이나 더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음악공연과 자유발언의 1부 행사에 이어 2부 행사에서는 '시드니 촛불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끝장 토론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개진된 끝에 기존의 촛불집회는 방법을 달리하여 이어가되 지난 네 차례의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주축으로 봉사활동 위주의 생활 속 촛불을 새로이 밝히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우선 오는 28일 5차 촛불집회는 이스트 킬라라 호주 연합교회에서 호주산 쇠고기로 바비큐 파티를 겸하여 열기로 하였고, 봉사모임 발족을 위한 준비회의도 하기로 하였습니다. 생활 속의 촛불 봉사모임은 5·18광주민주항쟁에 뿌리를 두고 있는 시드니 민족교육문화원, 시드니 길벗 종교 간 대화모임을 이끌고 계신 이영대 목사님, 택시운전을 하시며 시드니 사랑방을 운영하고 계신 지성수 목사님, 그리고 상식이 통하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카페(http://cafe.daum.net/rescueourselves) 회원님들과 함께 하기로 하였습니다.
한국 촛불들에게 약속한 네 차례의 시드니 하이드파크 촛불집회는 그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시드니 촛불집회는 많은 인연과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중에 호주 여행 중 우연히 접한 시드니 촛불집회에 발목이 잡혀 무려 세 차례에 걸쳐 집회에 참석하셨던 정성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님이 남기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히 귓가에 맴돕니다.
"사회를 변화시킬 민중의 힘은 결국 2%의 변하지 않는 양심에서 출발합니다. 여러분들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양심으로 남아있는 한, 나머지 98%의 민중들도 언젠가 여러분들을 동력으로 삼아 함께 일어설 것입니다. 힘내십시오.
시드니의 촛불은 이제 살아서 움직여 생활 속으로 들어갑니다.
한국촛불 여러분 힘내십시오. 저희 호주 촛불이 함께합니다."
끝으로 시드니 촛불집회에서 음악 자원봉사를 맡아주셨던 이영대 목사님이 지난 네 차례의 집회를 되돌아보며 남기신 말씀을 소개 드리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촛불의 진정한 힘은 바로 자기희생이다. 촛불은 스스로를 태워 주위를 밝힌다. 촛불집회의 근본적인 파괴력은 참가자 모두의 자발적인 참여와 봉사에서 나온다. 누군가 청소년들을 동원한 후 목돈으로 초를 사서 나눠주고 배후세력이 행동계획을 세워서 인도한다는 삼류소설만도 못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서 현 시국의 본질적인 해결책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들이 직접 촛불을 들고 집회에 참여해서 촛불의 진정한 의미를 경험하면 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2008.06.23 13:56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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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각 간절해졌네, 이명박 정권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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