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국민을 뭐로 보나?"

[울산] 25일 촛불집회... 경찰-시민 거리행진 두고 밀고 밀리는 전투

등록 2008.06.26 09:03수정 2008.06.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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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찰이 인도에 있는 시민들을 포위하자 현대차지부 조합원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찰이 인도에 있는 시민들을 포위하자 현대차지부 조합원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박석철

경찰이 인도에 있는 시민들을 포위하자 현대차지부 조합원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박석철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고시 강행에 분노한 울산 시민들이 25일 촛불집회 후 촛불을 들고 시가지로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은 거리행진을 하려다 경찰의 봉쇄로 저지당하자 1시간 가량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고, 뿔뿔이 흩어진 뒤 다시 한나라당사 앞 등에 모여 촛불시위를 이어갔다.

 

저녁 7시부터 울산대공원 동문 광장에서 시작된 촛불집회에는 시민 노동자 시민단체 등 1000여 명이 모여 "이명박 정부의 국민 무시"를 질타하는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저녁 8시 40분쯤 시민들은 너나 할 것없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경찰 5개 중대, 600여 명이 방패를 들고 동문 광장 입구를 둘러쌌다. 하지만 시민들은 몇 개의 무리로 나눠 경찰의 봉쇄를 피해 거리로 나왔고, 경찰도 뒤질세라 곳곳에서 방어막을 만들며 다시 거리 진입을 막았다.

 

a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전경들이 시민들을 막으러 뛰어 가고 있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전경들이 시민들을 막으러 뛰어 가고 있다. ⓒ 박석철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전경들이 시민들을 막으러 뛰어 가고 있다. ⓒ 박석철

 

촛불집회장소에서 300m가량 떨어진 공업탑로터리 부근 인도에서 경찰의 봉쇄작전이 시작됐다. 거리행진을 포기하고 한나라당 당사로 향하던 촛불을 든 시민들은 경찰의 포위망에갇혔다.

 

경찰과 시민 간 심한 몸싸움이 있었고, 200여 명의 시민들은 30여 분간 경찰에 포위돼 움직이지 못한 채 경찰과 몸싸움을 이어갔다.

 

하지만 포위망을 빠져 나간 300여 명의 시민 중 200여 명은 공업탑로터리에서 600m 가량 떨어진 한나라당 당사 앞에 도착했고, 100여 명은 당사에서 1km가량 떨어진 아울렛 앞에서 각각 촛불시위를 이어갔다.

 

a  25일 밤 11시 한나라당 울산시당 당사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

25일 밤 11시 한나라당 울산시당 당사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 ⓒ 박석철

25일 밤 11시 한나라당 울산시당 당사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 ⓒ 박석철

 

9시 20분쯤부터 한나라당 울산시당 앞에서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아침이슬'을 부르며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시민들은 밤 11시 10분까지 자유발언과 구호를 외치며 촛불집회를 이어간 뒤 "내일 다시, 매일 모이자"라며 흩어졌다.

 

a  25일 울산대공원 동문광장에서 PD수첩 영상을 보는 울산시민들

25일 울산대공원 동문광장에서 PD수첩 영상을 보는 울산시민들 ⓒ 박석철

25일 울산대공원 동문광장에서 PD수첩 영상을 보는 울산시민들 ⓒ 박석철

 

촛불 든 시민들 표정 굳어 

 

정부의 고시 강행이 알려진 25일 울산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의 표정은 어두었다. 울산대공원에서 열린 평소 촛불집회에서 문화제를 즐기는 듯한 표정과는 사뭇 달랐다.

 

자유발언을 한 30대 여성은 "이제 쇠고기가 문제가 아니라 이명박이 내려오고 조중동은 폐간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문을 닫고 뉴라이트는 해체해야 한다"고 말하다 울먹였다. 이어 참가자들은 촛불을 든 채 "조중동은 찌라시"라는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20대 남성은 마이크를 잡고 "오늘 인터넷을 보니 뉴라이트 10명이 시위 현장에서 여성 한 명을 내리치더라"며 "국민을 똥으로 보나? 화가 난다"고 말했다.

 

a  인도에서 경찰 포위에 항의하던 노옥희 민주신당 추진위원이 경찰 뒤로 돌아서고 있다.

인도에서 경찰 포위에 항의하던 노옥희 민주신당 추진위원이 경찰 뒤로 돌아서고 있다. ⓒ 박석철

인도에서 경찰 포위에 항의하던 노옥희 민주신당 추진위원이 경찰 뒤로 돌아서고 있다. ⓒ 박석철

 

자영업을 한다는 30대 남성은 "합의문 번역한 글을 인터넷에서 보고 어젯밤 한숨도 못잤다"며 "이건 사기다. 오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고영호 울산지부장은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일제고사를 치게 한 이명박을 어른들이 왜 뽑았나'고 하더라"며 "광우병 쇠고기가 두려워 촛불을 든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이제 어른들이 끝까지 지킬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집회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소속 전 여성 시의원과 울산시민연대 간사 등 5명을 강제 연행했다. 밤 10시경 한나라당 당사 부근과 삼산동 아울렛 부근에서 각각 행진하던 홍정련 전 시의원(울산장애인성폭력상담소장), 정영희 울산청년회 간부,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간사와 시민 2명 등 5명이 경찰에 강제 연행된 것.

 

시민 100여 명은 이들이 연행된 울산 중부경찰서로 달려가 오전 3시까지 항의하며 연행자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26일 오전 10시 30분 현재까지 이들은 풀어주지 않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26 09:03ⓒ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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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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