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 도중 시위참가자들이 빼앗은 전경의 방패. '폭행도구'를 빼앗아왔다는 의미가 있다.
박형준
여기서 참고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면, <조선일보> 기자가 전경버스 끌어내기가 진행되는 근처에서 큰 소리로 "시위대가 버스를 탈취했다"고 전화통화를 하다가 시위참가자들에게 붙잡혔던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기사 <시위대, 본사 기자 1시간 억류·폭행>이라는 기사를 통해, 자사의 기자가 "일부 시위대들이 계속 따라오면서 이 기자의 양복을 잡아채고, 주먹과 발로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지만, 이것은 오버다.
민변 소속 변호사의 중재 아래 시위참가자들은 분노와 흥분을 가라앉혔고 그럼에도 분노를 참지 못한 일부 시위참가자들이 생수병의 물을 머리에 부은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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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대포 손으로 막는 시위 참가자 25일 밤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서자 시민들이 저항하고 있다. 한 시민이 살수차에 올라 물대포를 손으로 막으려 하고 있다. ⓒ 박형준
"머리에 물 부은 일"을 "기자의 양복을 잡아채고 주먹과 발로 폭력을 행사"했다고 확대시킨 <조선일보>의 소속 기자조차도 그렇듯 신사적으로 보낼 줄 아는 시위참가자들이다. 그조차도 "너희들이 뭐 어쩔 것이냐"는 식의 자세로 나왔던 그 기자의 거만한 태도와 '버스 탈취'라는 왜곡된 표현의 활용이 유발한 일이다. 현장에 있던 나도, 나름의 예의를 지켜 그 현장을 카메라로 담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이는 그 당시만의 일이 아니다. 곳곳에서 불법 채증을 시도하다가 붙잡힌 정보과 형사들도 대부분 얌전히 귀환했다는 것, 경찰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오히려 선무방송을 하다가 그에 재치있게 반박하는 시위참가자들에 흥분한 나머지 "채증 후 하나하나 연행하겠다"는 협박까지 한다. 시위를 직접 지켜보면 알 수 있다.
그렇듯, 원인 제공은 경찰이 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시위참가자 중에는 전경에게 손가락을 깨물려 절단당했고, 그 절단당한 손가락을 찾지 못해 봉합수술을 못받은 사람까지 있었다. 게다가, 경찰의 시위진압은 차도가 아닌 인도에서 이뤄진 경우도 많았다.
이쯤 돼서 묻고 싶은 이야기다. 도대체 누가 '국가 정체성'에 도전했는가?
관보 게재, 더욱 거센 시위 불길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