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아버지가, 엄마와 딸이 동지가 되는 시대

[포토에세이] 촛불의 바다를 누가 막을까?

등록 2008.06.26 17:30수정 2008.06.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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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미친소를 상징하는 꽃이 되어버린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보고, 누군 미국을 바라보고....

미친소를 상징하는 꽃이 되어버린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보고, 누군 미국을 바라보고.... ⓒ 김민수

▲ 미친소를 상징하는 꽃이 되어버린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보고, 누군 미국을 바라보고.... ⓒ 김민수
 
답답하다. 50여 일이 넘게 국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주었다.
 
그러나 두 번의 악어의 눈물 같은 대국민 사과가 있었을 뿐 대통령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보이는 행동들로 촛불에 기름을 붓는 일들을 기꺼이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오지랍 넓게도 미국의 대변자가 되어 급기야는 12살 초등학생에서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까지 마구잡이로 연행을 하면서 촛불집회를 폭력집회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 촛불집회 하나 둘 모여, 큰 불을 이루고...

촛불집회 하나 둘 모여, 큰 불을 이루고... ⓒ 김민수

▲ 촛불집회 하나 둘 모여, 큰 불을 이루고... ⓒ 김민수
내 일에만 열중하고 살아도 바쁜 인생인데 나도 오지랍 넓게시리 나라일을 걱정하면서 살아야 하고, 그들의 비합리적인 행동들로 인해 평정심을 잃어 버리고 살아간다. 퇴근하고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은데, 이명박 정권의 행태를 보면서 자꾸만 거리로 내몰리는 것이다.
 
내가 애국자라서? 천만에. 나는 그냥 나대로 살고 싶은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가만 두면 그냥 세금 내면서 이 나라에 큰 기여는 못할지 몰라도 내가 있음으로 인해 이 나라가 손해되지 않을 정도의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 시대의 가장이다.
 
a 촛불의 바다 촛불의 바다를 미친소라고 막을 수 있을까?

촛불의 바다 촛불의 바다를 미친소라고 막을 수 있을까? ⓒ 김민수

▲ 촛불의 바다 촛불의 바다를 미친소라고 막을 수 있을까? ⓒ 김민수
 
그런데 그들은 계속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조금 다스려 보려고 노력을 하고 평정심을 찾으려 하면 자꾸만 들쑤셔 놓는다. 도대체 정권을 잡으면 무뇌아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들의 행태는 들쭉날쭉 이해할 수가 없다. 그놈이 그놈이 아닐까 싶어 조금 더 기다려주고, 인내해 주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생각하다가도 그들이 쏟아놓는 말들을 보면 앞으로 남은 기간이 끔찍하다.

 

진실을 말하면 말이 어눌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들은 화사한 언변으로 치장을 했지만 조변석개, 진실성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 거짓말의 예는 들지 않겠다. 다시 떠올리는 것도 기분 나쁘지만 그것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들도 기분나쁠 것이기 때문이다.

 

a 촛불집회 누가 불법을 자행하는가?

촛불집회 누가 불법을 자행하는가? ⓒ 김민수

▲ 촛불집회 누가 불법을 자행하는가? ⓒ 김민수

 

이어지는 촛불집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보면서, 보수단체의 폭력사태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공존하는 것이구나,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또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구나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누가 불법을 자행하는가? 그리고 누가 촛불집회의 배후조종이며, 누가 폭력을 행사하는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택한 답은 하나다. 이명박 정권, 그랬다. 이 모든 사태의 근원에는 이명박 정권의 진실성이 결여된 거짓말이 있었던 것이다. 아,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국민들이 편안했을 터인데.

 

a 촛불동지 아들과 아버지가 동지가 되고, 엄마와 딸이 동지가 된다.

촛불동지 아들과 아버지가 동지가 되고, 엄마와 딸이 동지가 된다. ⓒ 김민수

▲ 촛불동지 아들과 아버지가 동지가 되고, 엄마와 딸이 동지가 된다. ⓒ 김민수

 

그들 덕분에 나는 아들 딸과 동지가 되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동지가 되고, 엄마와 딸이 동지가 되게 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고맙다고 해야 할까?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이후 난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던 일들을 거의 못하고 있다. 평소에 좋아하던 일이란 사진찍고, 그에 대한 글을 쓰고, 퇴근 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도 하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차향기를 음미하며 에세이집을 읽는 일이다. 그런데 내 속에서 "시국이 이런데 너는 그렇게 사느냐?"고 한다. 괜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조차도 사치하는 것 같아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내 일상까지도 빼앗아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공권력으로 '촛불의 바다'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공권력이라고 하는 것이 성난 민심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를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게 공권력을 남용할수록 그것이 칼이 되어 자신을 겨누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악어의 눈물이 아닌, 진솔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하는 바람은 너무 큰 바람일까?

 

촛불의 바다, 그것을 누가 막을까? 

덧붙이는 글 |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에서 담았던 사진입니다.

2008.06.26 17:30ⓒ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에서 담았던 사진입니다.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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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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