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 에디터가 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촛불 2008과 미디어 리더쉽'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남소연
역시 패널로 참석한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 에디터는 "인터넷의 네트워크가 아니었으면 이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에 불만이 이렇게 깊고 광범위하다는 것을 상호 확인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민사회로서 온라인 공론장'과 '오프라인의 속도를 바꾼 온라인 속도'에 주목했다.
그는 특히 "취임 100일 맞은 정부의 국정 전반에 대한 반대가 이렇게 빨리 조직되는 것은 이전에 상상하기 어려운 현상"이라며 "일반적으로 2010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가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막연하게 전망했는데 인터넷의 속도에 따라 여론이 신속하게 형성되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저항이 광장에서 즉각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디어 지형의 변화에 대해 "인터넷과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겠지만 전통 매체와 인터넷 기반 뉴미디어의 대결 구도는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 다른 미디어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뉴미디어 전문기자도 "촛불집회 기간에 전통 매체 일부가 백기를 들고 수용하는 등 미디어리더십의 동요와 후퇴의 양상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촛불'이 이겼다고 보지 않는다, 전통 미디어들이 분발해 스스로 혁신하면서 독자와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가 '협력'의 가치를 믿는다면 '집단지성'을 믿는 것"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더 좋은 집단지성을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해서 이대근 에디터는 "지난 총선이 '욕망의 정치'를 표출한 것이라면 촛불은 탈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그런 점에서 촛불집회는 집단지성의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패널로 참석한 강인규(미 위스콘신대-매디슨 신방과 강사)씨는 "하워드 라인골드의 '영리한 군중(Smart Mobs)'은 촛불시위에 딱 맞는 개념"이라며 "우리가 '협력'의 가치를 믿는다면 '집단지성'을 믿는 것"이라고 집단지성의 방향성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만일 5년 후에 다시 2008년과 비슷한 '촛불'이 켜진다면 그때 미디어지형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라는 질문에 참석자들은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강씨는 "5년 후의 미디어기술은 더 발전하겠지만 '참여'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사회역사적 문제이기에 유사한 기술적 환경이 유사한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5년 후의 모습은 우리가 앞으로 5년 동안 무엇을 요구하고 이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3부 발제자인 류한석 소프트뱅크 미디어랩 소장도 "미디어의 범위가 확장되고, 미디어 분산이 가속화되고 있으나 디지털 도구는 중립적이며, 그것이 아날로그적 감동과 결합할 때 비로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도구와 감성의 결합을 통한 세상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백병규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한국의 저널리즘에서 현장주의가 이처럼 꽃을 피운 적이 없다"면서 "아직 실패를 속단할 수 없지만, 촛불의 문제는 미디어 지형 변화보다는 진화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