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취재 : 전관석 안홍기 선대식 기자 / 총괄 : 구영식 김병기 기자 사진 : 남소연 유성호 기자 동영상 : 김호중 김윤상 문경미 박정호 엄수용 기자 / 총괄 : 이종호 기자 편집 : 유창재 권박효원 기자 a ▲ 촛불시민들이 28일 저녁 서울시청 인근 태평로에서 차도를 점거한 채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 남소연 ▲ 촛불시민들이 28일 저녁 서울시청 인근 태평로에서 차도를 점거한 채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 남소연 [10신 : 저녁 8시40분] "공안경찰로 회귀했지만, 맨몸으로 맞읍시다" 광화문에 비가 흩뿌리고 있다. 10만 여명(주최 측 20만명)의 인파는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우비나 우산을 쓰고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행진을 시작했다. 촛불 대오는 태평로와 을지로1가 쪽으로 나뉘어 있으며, 광화문에 집결할 예정이다. 방송차량 뒤쪽에는 대형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프레스센터와 서울시의회 사이에 경찰 저지선이 쳐졌다. 시민들은 서울시의회 건물과 '차벽' 틈을 메우고 있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이 방패를 빼앗으려 하자 경찰은 소화기를 쉴 새 없이 뿌리면서 대처하고 있다. 차벽 뒤쪽의 전경들은 물병에 모래를 담아 던지고 있다. 이에 시민들도 물병을 던지면서 대응하고 있다. 경찰의 방송 차량에서는 저녁 8시40분께부터 해산방송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무대차에 오른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엄마부대·수녀님들이 많이 오셨다. 그리고 가정마다 촛불을 켜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하고 소박하다. 우리 식탁의 안전을 우리가 확보하고 검역주권을 우리가 지키겠다는 것이다. 성장도 좋고 경제도 좋지만 성장의 그늘에서 떨고 있는 비정규직·소외계층·장애인들이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요구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우리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배신했다. 미국의 조그마한 소리에도 쩔쩔매고 미국 목축업자 편에 서서 국민들에게 선전포고 했다. 미국이 우리의 상전이냐. 미국 편에 서 있는 이명박 정부를 국민이 응징할 것이다. 지금까지 촛불집회는 평화적인 대 축제였다. 오늘도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맨 앞에 서서 시민들과 전경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맨 앞에 서서 대축제를 만들겠다." 긴급체포 영장이 떨어진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비장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외쳤다. "오늘 우리는 두명의 대책회의 사람을 잃었습니다. 무엇이 이들의 구속 사유이며 이들이 무슨 죄를 저질렀다는 것입니까. 여기 단 한 명의 촛불이 있을 때까지 저에게 검거전담반이 편성되고 체포영장이 떨어진들 굴하지 않고 투쟁하겠습니다. 함께 싸우다 잡혀가겠습니다. 여러분은 검찰과 경찰의 공안대책에 굴하시겠습니까? 경찰은 80년대 공안경찰로 회귀했습니다. 여러분, 촛불이 승리합니다. 이미 이명박 정권은 국민을 설득할 수단과 방법을 잃었습니다. 통치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우리는 헌법에 규정된 저항권에 기반해 이 정권을 끌어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7월 5일 다시 국민이 승리하는 대항쟁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는 저들이 때리면 맞고 물대포를 쏘면 맞으면서 맨몸으로 갑시다. 국민이 승리하고 민주주의가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갑시다." 시민들은 박 실장의 말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면서 큰 함성을 질렀다. 박 실장의 말이 끝난 뒤 이들은 행진을 시작했다. a ▲ 28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있는 가운데 '유모차부대'가 참가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서울광장에 등장하고 있다. ⓒ 남소연 ▲ 28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있는 가운데 '유모차부대'가 참가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서울광장에 등장하고 있다. ⓒ 남소연 [9신 : 저녁 8시] 4만여 인파... 교과서 들고온 '고딩', 아이 셋 데리고 온 '유모차 부대' "살수차에 목욕하러 나왔다." 저녁 7시부터 본 집회가 시작됐다. 경복궁의 대한문 앞쪽에 무대 차량이 설치됐다. 서울시의회까지 시민들이 꽉 들어찼고 서울광장도 인산인해다. 4만여 명은 족히 되는 듯하다. 비가 간혹 흩뿌리기도 한다. 아직 이들은 촛불을 켜진 않았다. 이들은 자유발언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촛불소녀'는 교과서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그는 "시험공부하고 있어야 하는데 도저히 못참고 나왔다"면서 "경찰이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소화기, 방패, 물대포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에는 집회 시위의 자유가 없다"면서 "민주주의 역사가 20년 뒤로 후퇴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라는 교과서를 읽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충남 온양에서 아이들 셋을 데리고 왔다는 '유모차 부대' 임미경(43)씨도 유모차를 들고 무대 위에 올랐다. 그의 등에는 "살수차로 목욕하러 왔다"는 종이팻말이 걸려 있다. "아이 셋을 데리고 촛불을 지키러 왔다. 유모차 부대에는 임신한 어머니들도 있다. 우리가 여기 왜 왔는가. 아이들 건강을 지키러 왔다. 저는 주말마다 오는데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날 오전에 집에 간다. 어제 미국에서 SRM이 발견돼서 전부 리콜한다는 데, 광우병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들에게 대통령은 최루액을 섞어서 쏘아댄다고 한다. 촛불로 막아내자." 자유발언이 진행되는 와중에 프레스센터 앞에서 퍼포먼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폭 15m, 길이 100m 정도의 '명박산성'과 '쥐박이' 그림이 그려진 대형 걸개그림을 펼쳤다가 찢은 것이다. 한편 광화문에 싸이클을 탄 5명의 자전거족이 출연했다. 이들은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라이딩 복을 갖춰 입은 이들의 자전거 뒤에는 태극기를 달았다. 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고시철회" "전면 재협상"이란 구호를 크게 외쳤다. 이들은 광화문 사거리를 왕복하면서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민들은 자전거족이 올 때마다 큰 함성을 보내고 있다. a ▲ 28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있는 가운데 경찰이 조선일보 계열인 코리아나호텔 옆 서울시의회 앞에 차벽으로 저지선을 치고 있다. ⓒ 남소연 ▲ 28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있는 가운데 경찰이 조선일보 계열인 코리아나호텔 옆 서울시의회 앞에 차벽으로 저지선을 치고 있다. ⓒ 남소연 a ▲ 촛불시위대 일부가 28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 인근에 배치돼있던 경찰 살수차를 에워싸고 물과 타이어 바람을 빼고 있다. ⓒ 남소연 ▲ 촛불시위대 일부가 28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 인근에 배치돼있던 경찰 살수차를 에워싸고 물과 타이어 바람을 빼고 있다. ⓒ 남소연 [8신 : 28일 저녁 7시 15분] "이명박 정부는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앞서 예비집회격인 '범국민대회'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대한문 앞에서 열렸다. 특히 200여 명의 유모차 대열이 대회장에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얼마 전 연행됐다 풀려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 선진화라는 것이 서민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아이들의 잠을 빼앗고 부모들을 사교육 경쟁으로 몰아넣을 것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최근 강경 진압을 주도하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과 관련해 "촛불집회를 강경 탄압한 어청수 총장을 파면하고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며 "국민이 반드시 이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광일 대책회의 행진팀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미친 정책에 반대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요구해왔다"며 "대책회의 관계자들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강경 진압이 우리 행진을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팀장은 "더욱 강력하게 촛불을 만들자"며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친 뒤 발언을 마무리했다. "우리가 왔다. 한판 붙자!" ▲ 28일 오후 5시 24분에 엄지뉴스를 통해 1415님께서 세종문화회관 앞에 전경 이동 상황을 전해오셨습니다. ⓒ 1415 ▲ 28일 오후 5시 24분에 엄지뉴스를 통해 1415님께서 세종문화회관 앞에 전경 이동 상황을 전해오셨습니다. ⓒ 1415 ☞ 1415님이 보내온 엄지뉴스 보기 [7신 : 28일 오후 7시 5분] 경찰, 일부 병력 철수시켜... 하지만 여전히 통행은 불편 광화문에 흐르던 팽팽한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졌다. 경찰은 광화문 사거리 신호대기 지역 일명 '섬'이라고 부르는 곳에 배치했던 전경과 일민미술관 앞에서 시민들의 통행을 막았던 병력 10여 명을 철수시켰다. 그러나 통행은 여전히 불편하다. <동아일보> 앞부터 청계광장을 따라 서 있는 전경버스 때문에 한참을 돌아야 파이낸셜센터나 시청광장 쪽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광화문 우체국 앞을 막았던 전경버스 중 한 대를 빼앗고, 신문로 양쪽의 차량통행을 다시 허용했다. 광화문 사거리 주위에 모여 있던 시민들 중 상당수는 대책회의 차량이 탈취됐다는 얘기를 듣고 속속 시청광장 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지금은 약 200여 명이 사거리 근처 인도에 흩어져 있다. 청계광장에서는 전국공무원노조 소속 조합원 1000여 명이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태평로는 전경버스의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이며, 전경 역시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코리아나호텔 앞 차도에도 교대를 위해 수십 명의 경찰들이 앉아 있다. 살수차 1대, 방송차 등 경찰 차량도 일민미술관 앞 차도에 자리를 잡았다. 광화문에는 폭우를 예고하듯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a ▲ 28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있는 가운데 경찰이 조선일보 계열인 코리아나호텔 옆 서울시의회 앞에 차벽으로 저지선을 치고 있다. ⓒ 남소연 ▲ 28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있는 가운데 경찰이 조선일보 계열인 코리아나호텔 옆 서울시의회 앞에 차벽으로 저지선을 치고 있다. ⓒ 남소연 a ▲ 28일 오후 촛불시위대가 안국동 일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아빠를 따라나온 한 초등학생이 '민주주의 근조'를 뜻하는 흰 국화를 전경차에 꽂고 있다. ⓒ 남소연 ▲ 28일 오후 촛불시위대가 안국동 일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아빠를 따라나온 한 초등학생이 '민주주의 근조'를 뜻하는 흰 국화를 전경차에 꽂고 있다. ⓒ 남소연 [6신 : 28일 오후 5시 40분] 경찰, 촛불집회 방송차량도 탈취... 음향기기 대여업체 사장 자택 감금도 a ▲ 촛불시위대 일부가 28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 인근에 배치돼있던 경찰 살수차를 에워싸고 물과 타이어 바람을 빼고 있다. ⓒ 남소연 ▲ 촛불시위대 일부가 28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 인근에 배치돼있던 경찰 살수차를 에워싸고 물과 타이어 바람을 빼고 있다. ⓒ 남소연 '이명박 퇴진운동'으로 방향을 확실하게 튼 촛불시위를 막기 위해 경찰이 집회용 방송차량까지 탈취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있던 시민들에게 "용산역 근처에서 방송차량과 발전차량이 경찰에게 탈취당했고 퇴계로 근처에서 다른 방송차량도 경찰과 대치 중"이라며 "시민들은 그곳으로 이동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시위대 500여 명이 방송차량 탈취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오후 4시 50분께 남산 1호 터널을 넘어오던 대책회의 방송차량을 막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여 명의 시민들이 경찰의 포위를 뚫고 방송차량을 되찾아왔다. 앞서 촛불문화제에 음향기기를 대여해왔던 김아무개 사장이 이날 오전 경찰병력에 의해 자택에 감금되기도 했다. 경찰은 김 사장의 자택 앞에 배치된 병력을 오후 2시 30분이 넘어서 철수시켰다. 한편 서울시청 앞 광장에 경찰의 물대포 차량 3대가 배치되자 시민들이 물대포 차량 바퀴의 바람과 물을 뺐다. 또 이들은 물대포 차량 위에 올라가 카메라에 라커칠을 하고 전기선들을 끊었다. 그리고 '고시 철회 명박퇴진', '한나라당 해체하라' 등이 적힌 스티커를 물대포 차량에 붙였다. a ▲ 28일 오후 동십자각과 안국동 사이길에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중인 가운데 연합뉴스 사옥 쪽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포위하기 위해 소화기를 뿌리며 달려나오고 있다. ⓒ 안홍기 ▲ 28일 오후 동십자각과 안국동 사이길에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중인 가운데 연합뉴스 사옥 쪽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포위하기 위해 소화기를 뿌리며 달려나오고 있다. ⓒ 안홍기 안국동 방면으로 진출한 500여 명의 시위대는 현재 도로 위에 앉아 집회를 열고 있다. 집회는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이어졌다. 마이크를 잡은 시민들은 이날 경찰이 시위대를 포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진압과 연행(5명) 등을 강하게 규탄했다. 특히 경찰은 이날 소화기를 많이 사용했는데, 시민들은 경찰이 유모차에도 무차별적으로 소화기를 뿌려댔다며 이를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한 시민은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는 게 폭력이 아니라면 우리도 소화기를 뿌리자"며 "다들 차량에 소화기 한 대씩은 있을 텐데 다음부터는 손에 손에 꼭 소화기를 들고 나오자"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또 다른 시민은 "우리가 언제까지 비폭력으로 갈 것이냐"며 "경찰이 이렇게 우리를 두들겨 패는데 우리도 본격적으로 저항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 시민은 "이명박이 시간을 끌면서 노리는 것은 올림픽이 시작되는 것이고, 모든 언론에서 올림픽으로 도배하면서 촛불이 잊혀지는 것"이라며 "냄비근성이 아니라 뚝배기 근성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자"고 시위대를 독려했다. 한편, 오후 5시 30분께 전경 1명이 탈진해 현장에 있던 의료지원단이 긴급 출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