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색다른 '한우농가'가 있다

풀밭에 소 놓아 먹이는 전남 고흥 죽암농장

등록 2008.07.02 09:36수정 2008.07.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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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암농장의 송아지. ⓒ 이돈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축산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사료 값은 치솟은 반면 소비가 줄면서 고기 값은 떨어져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한우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환경친화적인 방목 축산이 확대되고 있다. 방목 축산은 축사 안에서 살만 찌운 소가 아니라, 푸른 초원에서 뛰놀며 건강하게 살을 찌운 소를 키우는 것이다. 이렇게 키운 소는 지방이 골고루 분포돼 더욱 특별한 한우의 맛과 향을 지닌다.


사료비를 줄이면서 건강한 한우 생산으로 농가 소득까지 높일 수 있는 친환경 방목 축산. 우리 농업의 경쟁력까지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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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죽암농장의 소떼. ⓒ 죽암농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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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암농장 소들은 요즘같은 장마철이 싫다. 축사에서 지내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 이돈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 관보 게재 문제로 떠들썩하던 지난달 26일. 소떼가 푸른 초원을 한가로이 누비며 풀을 뜯고 있다. 주변 경관도 여느 공원에 뒤지지 않는다. 이곳이 정녕 한우농장인가 싶을 정도다. 우분 냄새 진동하고 파리 들끓는 축사는 없었다. 선입견이었을 뿐이다.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이 곳은 뉴질랜드의 한 목장이 아니다. 고흥반도 초입, 전라남도 고흥군 동강면 장덕리에 자리하고 있는 '죽암농장'의 여름 한낮 풍경이다.

날씨 탓에 여러 날 축사에 갇혀 지냈던 소들이 오랜만에 방목장으로 나왔다. 바깥바람을 쐬고 있는 소는 생후 7∼8개월 된 것으로 육성기에 접어든 것들이다. 소들은 볏짚과 건초로 입을 다시던 맛과 비교할 수 없다는 듯 입놀림이 활기에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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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암농장 풍경. 공원 같다. ⓒ 이돈삼


"이렇게 방목을 하면 사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소의 운동량도 늘어 건강하죠. 궁극적으로 소의 지방이 골고루 분포돼 육질이 부드럽고 맛과 향도 특별합니다."


송하국 농장 부사장의 말이다. 죽암농장 한우의 1등급 출현율은 지난해 85%대. 배합사료만 먹인 소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엔 89%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를 풀밭에 놓아먹이고 양질의 조사료를 주면 가능하다는 게 송 부사장의 얘기다.

사료에 항생제나 성장촉진제를 쓰지 않으면서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도 받았다. 죽암농장의 한우 사육 두수는 1000두(번식우 550두, 비육우 300두, 송아지 150두). 냄새가 진동하고 파리·모기가 들끓을 법도 하지만 축사 안팎이 너무 깨끗하다. 냄새도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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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가 돌고 있는 죽암농장의 연못. 잉어들도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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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암농장 풍경. 가족들끼리 놀러가서 도시락을 펴놓고 먹어도 좋겠다. ⓒ 이돈삼


이 같은 위생상태의 비결이 '퇴비순환농법'에 있다고. 이 농법은 소나무에서 얻은 톱밥을 축사에 깔아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분과 섞인 톱밥은 퇴비제조장으로 옮겨져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친환경 퇴비로 거듭난다. 이 퇴비는 친환경 벼와 풀사료 생산의 밑거름으로 쓰인다. 다 자란 풀과 볏짚은 다시 소의 먹이로 공급되는 것이다.

또 여기서 수확한 벼는 자체 브랜드 쌀로 가공돼 소비자들을 찾아간다. 친환경 품질인증을 받은 것은 당연지사. 쌀 한 포대라도 주문을 받은 다음 자체 도정시설에서 방아를 찧어 보낸다. 현미와 백미 등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맞춤식 도정을 해 소비자들의 신뢰도 탄탄히 쌓았다.

죽암농장의 초지는 120㏊. 여기에는 이탈리안라이그라스와 약간의 청보리를 심는다. 2모작으로는 벼를 재배한다. 발효퇴비를 공급받은 땅의 미생물 작용이 활발해 자연스레 화학비료나 농약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친환경약제 가공실을 자체적으로 설치한 것도 눈에 띈다. 송아지 설사제 등 환경친화적인 무항생제 한방약품을 개발, 특허를 내고 생산도 하고 있다. 농가 교육장을 따로 만들어 친환경 축산의 산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죽암농장의 넉넉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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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암농장 풍경. 큰 연못에 수련이 활짝 피었다. ⓒ 이돈삼


뿐만 아니다. 축사 주변의 깨끗하고 오염 안 된 자연은 야외공원이나 쉼터로 손색이 없다. 물레방아와 분수가 설치된 작은 연못에는 잉어가 노닌다. 잔디 깔린 운동장 옆 큰 연못에는 여러 색깔의 수련식물이 꽃을 피우고 있다.

통나무와 초가를 활용해 세운 쉼터, 형형색색의 꽃길도 볼거리다. 방목장과 어우러진 자연학습장,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를 보면서 가족과 함께 준비해 간 도시락을 먹는 것도 멋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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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암농장 풍경. 축사 옆으로 잔디운동장이 펼쳐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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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암농장 풍경. 농장이라기 보다는 공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고흥 죽암농장 ☎ 061-834-2518


덧붙이는 글 고흥 죽암농장 ☎ 061-834-2518
#죽암농장 #고흥 #방목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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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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