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은 왜 자전거 타기 힘든 도시일까

[체험] 자전거 주차대는 석수2동 관악역 주변에만... 자전거길도 부족

등록 2008.07.02 15:32수정 2008.07.0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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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석수2동 관악역 주변 자전거 주차대, 주차공간 부족해서 길거리에 자전거가(위) , 자동차 주차장은 많이 비어있는 모습(아래), 자동차 주차장 한편에 자전거 주차대 설치하면 좋을 듯.

석수2동 관악역 주변 자전거 주차대, 주차공간 부족해서 길거리에 자전거가(위) , 자동차 주차장은 많이 비어있는 모습(아래), 자동차 주차장 한편에 자전거 주차대 설치하면 좋을 듯. ⓒ 이민선


기름 값 파고가 만만치 않다. 국제 유가는 140달러를 넘어섰고 경유 값은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덕분에 가스 차가 반짝 인기를 끌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반짝’ 일 뿐이다. 가스 값 또한 매번 그랬던 것처럼 기름 값과 함께 또 오를 것이기에.

전기 차가 곧 시판 된다고 하지만 실용화되려면 아직 멀었다. 또, 전기를 만들려면 어차피 ‘화력 발전소’에서 기름을 때야 하는 것이기에 이 또한 ‘해결책’ 이 될 수는 없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기름 값 파고를 넘어야 하는 것인가!

간단하다. 휘발유, 경유 , 가스, 전기 등을 최대한 쓰지 않는 것이다. 물론 갑자기 쓰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서서히 줄여 나가자는 것이다. 연료를 전혀 쓰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대중화 시키면 가능한 일이다.

자전거는 대안 교통수단으로 그동안 계속 거론되어 왔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그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대안 교통수단이 아니다. 갈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고 자전거 주차대 등 사회적 기반시설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전거를 레저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많이 있어도 아직까지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2년 동안 경기도 안양에서 자전거와 함께 했다. 취미가 아닌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고 출장도 다닌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어째서 자전거가 대중화 되지 못하는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왔다.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자전거가 아직 교통수단으로 대접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자전거는 레저 수단으로 취급될  뿐 아직 대안 교통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안양을 가로지르는 안영천변 자전거 도로는 유명하다. 하지만 안양은! 자전거 도시로 유명하지 않다. 이것이 자전거가 레저 수단으로만 이용되고 있다는 증거다. 안양천변을 달리는 자전거는 대부분 레저용 자전거다.


왜 안양이 자전거 타기 편한 도시가 아닌지 차근차근 짚어본다.

힘겨운 기름 값 파고 자전거 타고 넘자


a  석수3동 동사무소에 자동차 주차장은 있지만 자전거 주차대는 없다.

석수3동 동사무소에 자동차 주차장은 있지만 자전거 주차대는 없다. ⓒ 이민선


자전거가 교통수단이 되려면 차 가지고 갈만한 곳을 자전거 타고 편하게 갈 수 있어야 한다. 안양시에는 하천변과 보도를 할애해서 만들어 놓은 자전거 길이 총 117.62km(하천변24.28km , 보도93.34km) 다. 하천변에 설치돼 있는 자전거 길은 어느 정도 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지만 보도에 설치해 놓은 자전거 길은 그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평가다.

특히, 구도심지인 만안구 자전거 길은 ‘있으나 마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만안구 도심 속 자전거 길은 좁을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 끊겨 있는 곳이 많다. 또, 자전거 바퀴가 넘기 힘든 턱이 존재하고 자전거 도로 중간에 전봇대가 세워져 있는 구간이 많아 자전거를 타기에 몹시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아쉬운 대로 자전거 도로라도 깔려있는 곳은 그나마 자전거 타기 편한 곳이다. 아예, 보도를 할애해서 만든 엉성한 자전거 도로조차도 없는 곳이 많다. 그중 안양시 석수3동을 지난 1일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았다.

석수3동은 현재  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때문에 현재 1만1289명(7월1일 통계)이 살고 있지만, 재건축이 끝나고 입주가 시작되면 인구가 급격히 불어날 전망이다. 재건축을 시작하기 전 인구는 1만6917명 이었다.

석수3동은 와룡산이 병풍처럼 마을 뒤편을 두르고 있고 앞쪽으로는 안양천이 흐르는 무척 쾌적한 마을이다. 또, 마을 전체가 평지이기에 자전거 타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에는 굉장히 힘든 도로 상황과 기반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안양, 자전거 도로조차 없는 곳 많다
a  비좁은 인도 한가운데 전봇대와 차량 방지 봉이.

비좁은 인도 한가운데 전봇대와 차량 방지 봉이. ⓒ 이민선


우선 동사무소에 자전거 주차대가 없었다. 동사무소 앞마당에 자동차 주차장은 있었지만 자전거 주차대는 없었다. 석수3동 근처에서 유일하게 주차대가 설치되어 있는 곳은 안양중학교 부근 뿐이었다.

석수3동 사람들은 출·퇴근 시 석수2동에 있는 관악역을 많이 이용한다. 출·퇴근 시 버스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이용하면 좋을 듯하여 약 3km 떨어져 있는 관악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 보았다. 석수3동 끝 부분인 동사무소에서 오전 9시40분에 출발했다.

주택가를 빠져 나오자마자 첫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자전거 도로가 없기에 인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2m남짓 비좁은 인도를 커다란 전봇대가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다년간 갈고 닦은 자전거 타기 실력으로 비틀비틀 거리며 빠져 나왔다.

잠시 후, 도저히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농협 사거리 부근, 차도와 인도가 연결되면서 10cm 정도의 턱이 자전거 바퀴를 가로막고 있었다. 스턴트맨이 된 기분으로 가뿐하게 넘을까 하다가 그만 두기로 했다. 다치면 나만 손해다.

몇 미터 지나자 '대략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비좁은 인도를 차량 방지 봉 두 개가 가로막고 있고 그 사이로 보행자들이 지나다녔다. 자전거에서 내리기가 싫어 급한 김에 차도로 뛰어 들려고 했는데 차도(편도 1차선) 또한 대형 버스가 점령하고 있었다. 석수3동에는 삼영운수 차고지가 있어서 버스 통행이 빈번하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에서 내려 보행자들 곱지 않은 시선과 맞닥뜨려야  했다. ‘이 비좁은 길에서 왜 자전거를 타느냐’고 항의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a  인도와 인도 사이 높은 턱도 자전거를 방해한다.

인도와 인도 사이 높은 턱도 자전거를 방해한다. ⓒ 이민선


비틀거리며 보행자 사이를 뚫고 석수3동을 빠져 나와 석수2동으로 접어들었다. 이곳은 석수3동에 비해 비교적 인도가 넓다. 하지만 자전거 타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자동차가 인도 사이사이를 막고 있었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이정도면 걸어서 지나가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악역에 가려면 석수2동 동사무소를 지나야 한다. 다행히 석수2동에는 자전거 주차대가 있었다. 10시께, 관악역에 도착했다. 공영 자동차 주차장 옆에 자전거 주차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약 40대 정도만 세워 둘 수 있는 작은 규모였다. 이곳에 주차하지 못한 자전거는 길가에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었다.

반면, 자동차 주차장은 48대까지 주차 할 수 있었는데 주차 대수가 많지 않은 듯, 비어 있는 공간이 많았다. 주차장 빈 공간을 보며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주차장 현편에 자전거 주차대를 설치하면 좋겠다는. 

석수3동 동사무소에서 석수2동 관악역까지 오는 동안 차도로 씽씽 내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자전거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보행자와 부딪치고 차도로 내려가면 자동차 때문에 위험하다. 이것이 안양 자전거 기반시설 현 주소다. 안양 뿐 아니라 경북 상주등 자전거 기반 시설이 잘 갖추어진 일부 시·도를 제외한 모든 도시가 이런 상황일 것이다.

a  인도위에 불법 주차한 자동차, 인도와 인도 사이를 막고있는 자동차.

인도위에 불법 주차한 자동차, 인도와 인도 사이를 막고있는 자동차. ⓒ 이민선


안양은 공공디자인 시범 사업 일환으로 자전거를 공공 교통수단으로 만들기 위한 공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지난 6월 26일 밝혔다. 보도를 할애해서 자전거 길을 만드는 것이 아닌 독립되고 친환경 적인 길로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칭찬할 만한 사업이다. 매우 바람직하고 기름 값 파고를 넘는데도 효과적인 사업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시범사업’이라 그 대상지가 만안구 일원 병목안 구간과 중앙성당 구간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름 값 문제가 ‘핫이슈’이기에 지금 사업 규모를 확대한다면 매우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자전거 도로가 없는 석수3동을 돌아보며 나름대로 스릴 있고 잔재미도 있었다. 좁을 길에서 곡예하듯 자전거 운전을 하다보면 재미있기도 하다. 하지만 내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에게 이 길에서 자전거 타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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