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조중동, '여론통제 경진대회' 하나"

이명박 정권의 언론·학계 탄압 및 검열에 대한 전문가 긴급 토론회 열려

등록 2008.07.02 22:03수정 2008.07.0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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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명박 정권의 언론 및 학계 탄압에 대한 토론회에 나선 교수들.

이명박 정권의 언론 및 학계 탄압에 대한 토론회에 나선 교수들. ⓒ 송주민

이명박 정권의 언론 및 학계 탄압에 대한 토론회에 나선 교수들. ⓒ 송주민

최근 이명박 정권의 공안탄압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촛불 집회 현장에서의 물리적인 공권력 남용은 말할 것도 없다. 인터넷 여론 길들이기, <PD수첩> 등 비판적 언론에 대한 수사도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태섭 동의대 교수에 대한 근거 없는 해임, 우희종 서울대 교수의 학문적 업적에 대한 표적 검열 등 5공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학계 탄압도 본격화되고 있다. 조중동 등 주요 신문은 정권 차원의 공안탄압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압박이다.

 

2일 오후 2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 모인 교수 3단체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전문가자문위원회 소속 교수 5명은 현재의 상황을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규정했다. 교수들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학계 탄압 및 인터넷 검열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정부는 국민의 입과 귀를 틀어막겠다는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황상익 서울대 교수(의학), 우희종 서울대 교수(수의학),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NGO학),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 최갑수 서울대 교수(서양사학) 등이 참여했다.    

 

[언론 재갈 물리기] "방통위·경찰·검찰·한나라·조중동, 경진대회하나"

 

민경배 교수는 "작년 후보 시절부터 인터넷에는 영 관심이 없던 이명박 대통령이 갑자기 포털뉴스와 인터넷 여론 관련 정책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며 "방통위를 비롯하여 경찰·검찰·한나라당에 이르기까지 '누가 더 강력한 인터넷 여론 통제 방안을 내놓을 것인가'를 주제로 경진대회라도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민 교수는 "한나라당이 내놓은 작품인 일명 '인터넷 사이드카'는 인터넷 여론을 마치 댐에서 수문 관제하듯이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서 관리하겠다는 발상이고, 경찰의 '인터넷 분석 및 대응팀' 구성은 인터넷 여론에 대한 사찰까지 떠맡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조중동에 대한 시민들의 광고 불매 운동이 확산되자 검찰과 방통위가 든든한 지원군임을 자임하고 나섰다"며 "미국만 해도 언론에 대한 불매운동은 일상적이고 자유로운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민 교수는 또 "정부가 생각하는 인터넷 여론 통제와 홍보 강화는 권위주의 시절 아날로그 미디어 환경에나 통했던 낡은 방식"이라며 "인터넷 여론에서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시민들과 열린 자세로 수평적 소통을 나누겠다는 의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희종 교수는 'PD수첩에 대한 검찰수사, 과연 과학적 근거가 있는가'란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그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검찰수사는 언론보도의 틀에 어긋나서가 아니라 정부 관점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라고 강조한 뒤, "PD수첩과 같은 탐사보도 방송은 나름대로의 관점을 가지고 시작되는 것이 당연한데, 이 관점을 '불순한 의도'로 매도하는 것은 언론의 영혼을 말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협정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았고, 오히려 정부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궁색하고 비과학적인 주장으로 국민을 혼란케 했다. 상식을 벗어난 게 PD수첩인가, 정부인가"라고 반문한 뒤, "지금의 '촛불 정국'이 PD수첩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는 사태의 본질을 모르거나 국민을 판단력 없이 부화뇌동하는 무리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계속되는 공권력의 압박이 앞으로의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김서중 교수는 "<KBS>의 '미디어포커스'팀은 PD수첩의 검찰 수사 이후에는 과거에 문제점을 느끼지 않을 만한 아이템을 다루면서도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이는 일종의 위축효과"라며 "유사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특별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이자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a  이명박 정권의 언론 및 학계 탄압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는 교수들 모습

이명박 정권의 언론 및 학계 탄압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는 교수들 모습 ⓒ 송주민

이명박 정권의 언론 및 학계 탄압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는 교수들 모습 ⓒ 송주민

 

[학계탄압] 학문영역 무단 침탈... "일종의 지식인 길들이기"

 

최갑수 교수는 이명박 정권의 학문영역 침해 행위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우리사회가 일정 부분 민주화된 이후에는 학계 탄압이 국가 권력보다는 시장논리에 의해 보이지 않게 이루어져왔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지금 보면 독재정권하에서 대학의 자치를 옥죄던 부당한 국가권력의 행태가 다시 등장하고 있으며 노골적인 예가 우희종, 신태섭 교수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 표절 의혹 사건은 '저 교수 광우병 문제 열심히 조사하고 다니네? 뒤져 봐라, 먼지 안 나는 놈 있나' 이런 식으로 다 캐내고 있는 거다. 그런데 먼지가 잘 안나니 이번에는 표절이라고 걸고 넘어졌다. 손숙미 의원 개인 차원이 아니라 일종의 기획수사가 있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연구비 문제로 터트렸는데 아무 반응이 없자 이제는 아주 선정적인 방법으로 표절이라고 몬 것이다."

 

최 교수는 "우 교수의 중복사용이라는 것은 서울대 연구 지침에 의하면 사실이 아니다. 대학본부에서도 아니라는 것을 다 아는데 '시간 좀 벌자, 6개월만 참자'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본부 입장에서는 연구비를 얻어 와야 되기 때문에 이 문제가 비화되는 것이 좋지 않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우 교수 행위에 대해 못 마땅해 하는 정치적인 의도도 개입돼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또 "전체적인 과정에서 보면 이것은 일종의 지식인 길들이기다, 젊은 교수들 같은 경우 학문적 소신을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스런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보고 있다"며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학문의 자유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핵심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표절 의혹 당사자인 우희종 교수는 "손 의원의 문제제기가 어떤 의미에서는 즐거웠다, 용역 연구보고서와 사업성과보고서도 구분 못하는 모습을 보고 겨우 들쳐 낸 게 이거구나 싶었다"며 "다만 분명하게 언급하고 싶은 것은 논문도 쓰지 않고 마무리한 연구 보고서, 그것도 국가에서도 적법하게 비공개 처리하기로 한 보고서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유출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 교수는 "이토록 불법을 자행하며 뒤를 캐내는 모습을 보며, 정부권력의 학문연구영역에 대한 침해가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과 이를 막을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08.07.02 22:03ⓒ 2008 OhmyNews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긴급 토론회 #공안탄압 #언론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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