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
.. 새삼스런 표현이지요.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겠습니까만, 올 한 해는 왠지 더 그런 느낌이 듭니다 .. 《민들레》 36호(2004.11∼12월) 2쪽
‘표현(表現)’은 ‘말’로 손질해 줍니다. ‘금년(今年)’이라 하지 않고 ‘올 한 해’라 적은 대목은 반갑습니다.
┌ 다사다난(多事多難) :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음
│ - 행사도 많고 사건도 많았던 올 한 해는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
├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 말도 많고 탈도 많지 않은 해가
│→ 일도 많고 말썽도 많지 않은 해가
│→ 이래저래 어렵지 않은 해가
│→ 조용한 해가
└ …
한 해를 마무리하거나 옛일을 떠올리면서 ‘다사다난’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퍽 있습니다. 학교를 오래 다니며 배운 사람도 쓰고, 방송에 나오는 사람도 쓰며, 우리 둘레 어르신들도 쓰는데다가, 학교 교사들도 씁니다.
부모가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쓰면 아이들은 이 말을 배웁니다. 교사가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쓰면 학생들은 이 말에 익숙해집니다. 텔레비전을 즐겨보는 사람들이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방송에서 자꾸 듣다 보면, 자기 입에서도 이 말이 튀어나오게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올 한 해도 일이 많았어요” 같은 말을 익히 들으면, 아이들은 이 말에 익숙해집니다. “조용히 보내는 해가 없어요” 같은 말을 꾸준히 들으면, 학생들은 이 말을 배워서 자기도 이처럼 말하게 됩니다.
┌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
│→ 힘들었다는 말이
│→ 골치아팠다는 말이
│→ 바람 잘 날 없었다는 말이
└ …
우리는 우리 아이들한테 어떤 말을 물려주고 싶은 생각입니까. 우리는 어떤 말에 익숙해졌고, 어떤 말을 익히 쓰면서, 어떤 말을 아이들한테 이어주려고 합니까.
우리들이 어릴 적부터 귀에 익히 들은 말은 얼마나 올바르거나 알맞습니까. 이냥저냥 듣던 말이라서 익숙하게 받아들이는지, 우리 스스로 생각해 보기로도 참 괜찮구나 싶어서 오래오래 이어 쓰는지요.
ㄴ. 언젠들 다사다난하지 않았으랴만
.. 사람사는 세상에서 언젠들 다사다난하지 않았으랴만, 올해 역시 유난히 대형사고가 많았기 때문인지 다사다난하고 어수선했다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 《이명동-사진은 사진이어야 한다》(사진예술사,1999) 389쪽
‘역시(亦是)’는 ‘또한’으로 고쳐 줍니다. ‘대형(大型)’ 사고는 ‘큰’ 사고로 다듬고, “생각을 금(禁)할 수 없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로 다듬습니다.
┌ 언젠들 다사다난하지 않았으랴만
│
│→ 언젠들 고달프지 않았으랴만
│→ 언젠들 힘들지 않았으랴만
│→ 언젠들 어려움이 없었으랴만
└ …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다”고 하는 네 글자 한자말 ‘다사다난’입니다. 말뜻을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이 네 글자 한자말 뜻풀이 그대로 이야기를 한다면, 그러니까, ‘힘들지’나 ‘힘겹지’나 ‘어렵지’나 ‘괴롭지’나 ‘고달프지’나 ‘고단하지’ 같은 말을 넣어 본다면 어떠할는지요. 이렇게 한 마디로 적어 주어도 넉넉하지 않을는지요.
힘들거나 힘겹다면, ‘여러 가지 일을 부대끼거나 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골치아픈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도 많고 어렵기도 하다”고 적을 수 있는 한편, “어렵다” 한 마디만 하거나 “골치아프다” 한 마디만 해 주어도 어울립니다.
┌ 힘들다 / 힘겹다 / 벅차다
├ 고달프다 / 고되다 / 고단하다
└ 어렵다 / 까다롭다
‘다사다난’이든 또 다른 말이든, 이런 말을 써야만 어떤 뜻을 더 널리 알리거나 나눌 수 있지는 않습니다. 어려웠으면 어려웠다고 하고, 힘들었으면 힘들었다고 하며, 고달팠으면 고달팠다고 하면 됩니다.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있는 그대로 말하면서 자기 자신을 느끼고 우리가 힘써서 펼칠 만한 일, 함께하고 즐겨 할 만한 놀이를 찾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공유하기
'고사성어'보다 좋은 우리 '상말' (34) 다사다난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